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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랑 Mar 16. 2019

[엄마도 그래]

재작년에 어느 그림책 작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난생처음 그림책 창작에 도전해봤다.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에 어설프고 서툰 솜씨였지만 글과 그림의 매력에 푹 빠져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쓰고 그리는 즐거움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감사하다.


“엄마 노릇하며 고군분투 중인

이 시대 모든 여성과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

나의 두 아들에게”


너는 무섭구나. 잠이 들면 슬며시 나타날 괴물이
엄마도 무서워. 잠이 들면 금세 오는 아침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이
너는 외롭구나. 혼자만 낮잠 시간에 깨어있을 때
엄마도 외로워. 혼자만 하던 일을 포기해야 할 때
너는 불안하구나. 엄마가 갑작스레 사라질까봐
엄마도 불안해. 너를 갑자기 잃게 될까봐
너는 힘들구나.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때
엄마도 힘들단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집안일을 해야 할 때
너는 슬프구나. 친구들은 모두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너 홀로 남겨질 때
엄마도 슬퍼. 친구들은 모두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홀로 뒷걸음질 칠 때
너는 속상하구나. 좋아하는 친구가 네 마음만큼 너를 좋아해 주지 않을 때
엄마도 속상해. 좋아하는 친구와 마음이 멀어질 때


너는 화가나는 구나. 힘이 약해서 너의 장난감을 빼앗길 때
엄마도 화가 나. 힘이 약해서 엄마의 목소리를 빼앗길 때
너는 혼자 있고 싶구나 엄마가 네 마음을 몰라 줄 때
엄마도 혼자 있고 싶어. 엄마 자신이 한심하고 부족하게 느껴질 때.   네가 때때로 그런 기분이 든다는 거 이해해 엄마도 그럴 때가 있으니까


처음 캐치볼 했을 때 기억나니?

공에 맞아 여기저기 아팠지. 너무 무서워 공이 날아오기도 전에 너는 눈을 감아버리기도 했어.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날아오는 공을 바라보니 공이 글로브 안으로 들어왔지.

눈을 감을 때도 있고 공을 놓치기도 하면서

우린 점점 캐치볼이 즐거웠지.

두렵고 힘든 날이 찾아오면 공이 손에 닿았던 순간을 생각해.            살짝 아프긴 했지만 기분 좋았던 순간을. 엄마도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기억할게.


<설명>

어른이든 아이든 일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 엄마는 어른이기에

슬프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고, 무서운 것도 없는

절대적이고 완벽한 존재로 비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아이에게 엄마도 어른이지만 불안할 때가 있고, 화날 때가 있고, 혼자 있고 싶을 정도로 속상할 때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어른인 엄마도 아이처럼 계속 성장 중에 있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임을 알려줍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의 부정적인 기분을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엄마에게는 처음 엄마가 되며 당면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행복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지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만이 엄마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라는 역할은 고단하고 힘겨운 동시에 고귀하고 벅차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러니를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도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며 엄마에게 말 못 했던 어렵고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엄마는 우리 아이가 어떨 때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지 질문하며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그림책을 통하여 하나였다가 독립된 두 개체가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받으면서

동시에 서로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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