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가족계획> 리뷰
블랙코미디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가족계획>은 그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콘셉트의 작품이다. 확실히 제작 편 수는 적어도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작품은 거를 게 없음을 다시 한번 증명한 수작이다.
<가족계획>은 <마녀>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중간 지점에 있는 작품이다. <마녀>의 능력자들이 따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라고 보면 시놉시스가 딱 와닿을 듯하다. 차이가 있다면 이 작품이 그리는 유쾌함속에 숨겨놓은 엽기적인 폭력성이다.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유지하는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열전은 진짜 블랙코미디가 어떤 것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초능력자들이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폭력적으로 그려지면서, 말 그대로 이야기부터 콘셉트까지 국내에서 본 적도 없는 독특한 드라마를 선사한다.
유머러스한 캐릭터들과 대비되는 폭력성은 그래서 더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심지어 고어한 느낌까지 드러내는데, 후반부에 그려내는 캐릭터들의 복수는 이 작품의 공포스러움을 더욱더 강조시킨다. 여기엔 오랜만에 소름을 자아내게 하는 배두나의 이중적인 연기가 제대로 한 몫한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이후 드라마신에서 배두나의 연기에 이토록 소름 돋았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어딘가 핀이 하나 나가있는 삐리한(?) 모습에서 오직 가족을 위해 숨겨왔던 폭력성을 끄집어내는 이중적인 연기가 가히 압도적이었다.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따스한 과정 속에 펼쳐지는 엽기적인 복수혈전을 배두나만의 오묘한 표정으로 완벽히 연기해 낸다.
한때 양아치 연기에 일인자였던 배두나와 류승범이 이제는 아빠 엄마가 되어서, 양아치 자식들을 키우고 있는 모습에서 묘하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영화 <싸움의 기술>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백윤식의 고수 연기도 반갑다. 예상보다 강력한 빌런들과 놀라운 반전 그리고 '가족계획'이라는 이중적인 의미까지, 오랜만에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던 아주 유쾌한 능력자물 드라마였다. 특히 이야기 전개도 신선하지만 연쇄살인마부터 지역 건달에 학교 깡패들까지, 수많은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이 마치 가이리치 초창기 영화를 보는 듯했다. B급 인디 영화 취향의 콘셉트지만 이 작품의 그려낸 아우라와 배우들의 연기는 그간 드라마에선 절대 볼 수 없었던 독특함이었다.
<가족계획>은 초능력자들이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폭력적으로 그린 블랙코미디 드라마이다. 삐리한 캐릭터들로 유머러스함을 그려내지만, 그 안에 서려있는 엽기적이고 잔인한 폭력성이 대비되면서 오묘한 느낌을 선사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이야기부터 비범한 캐릭터들과 B급 감성의 콘셉트까지, 국내에서 단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드라마임에는 분명 틀림없다. 해석하기 힘든 모호한 결말이 다소 아쉽지만, 쿠팡플레이에서 드디어 시즌제로 선보일 수 있는 드라마를 탄생시켰다는 것 또한 고무적이다. 시즌2의 제작이 시급해 보인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