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를 어둠 속에서 빛으로 인도하는 강풀!!

드라마 <조명가게> 리뷰

by 투스타우

이미 원작에 대한 극찬이 <무빙>보다 더 뛰어났던 <조명가게>. 하지만 사실 <무빙>을 제외하면 강풀 웹툰의 실사화가 성공한 작품들은 극히 드물다. 심지어 김희원 배우(작은 아씨들의 김희원 감독 아님)의 첫 연출이 작품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리고 전편이 공개된 지금 오히려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닫게 된다.




공포물로 버무린 전반부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조명가게>는 예상했던 대로 귀신과 그런 귀신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드라마가 펼쳐진다. <무빙>처럼 캐릭터 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각각의 인물들이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맞닥뜨리면서 하나둘씩 조명가게로 모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예상 밖인 건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하는 전반부가 거의 공포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전반부라고 이야기하는 건, 이 작품이 4화를 끝으로 정확히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전개와 다른 놀라운 반전이 4부 엔딩에서 펼쳐지면서, 후반부는 전혀 다른 결의 드라마를 선사한다.

20241213084745.png 알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맞닥뜨리면서 하나둘씩 조명가게로 모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조명가게>
20241213084216.png 예상 밖인 건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하는 전반부가 거의 공포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휴머니즘으로 귀결시키는 후반부

놀라운 반전 이후 여러 인물들의 서사가 완성되면서, 결국 이들이 왜 조명가게에 모이게 되는지가 후반부에 그려진다. 결국 조명가게에 모이면서 강풀 특유의 휴머니즘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모든 인물들이 학교에 모여 북한 기력자들과 싸웠던 <무빙>의 전개와 비슷해 보인다. 오락적 재미와 쾌감에서는 당연히 액션 히어로 장르였던 <무빙>에 비할 봐 못되지만, 여러 인물들의 비밀과 휴머니즘으로 귀결되는 감동은 오히려 <조명가게>가 더 큰 임팩트를 선사한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인물들의 따스한 서사와 이를 매개체로 이어주는 조명가게 사장과 간호사의 감정선들이 한대 뒤섞이면서, 그간 볼 수 없었던 휴머니즘의 결정판을 체험하게 된다.

20241213090426.png 결국 조명가게에 모이면서 강풀 특유의 따스함으로 연결되는 후반부 과정은~
20241213090541.png 눈물없이 볼 수 없는 휴머니즘의 결정판을 체험하게 된다.



강풀의 세계관을 만드는 에필로그

<조명가게>는 이야기가 완결이 난 이후에도 결말의 에필로그를 상당히 긴 시간 그려낸다. 이러한 구성이 처음에는 사족 같아 보였지만, 결국 에필로그가 자연스럽게 강풀의 세계관으로 연결시키는 놀라운 구성을 보여준다. 또 한 번 강풀의 스토리텔링에 감탄하게 되는데, 특히 이 작품의 쿠키영상은 올해 드라마 중에 가장 흥분되는 엔딩 크래딧이었다.

20241219082958.png 이 작품의 쿠키영상은 올해 드라마 중에 가장 흥분되는 엔딩 크래딧이다.




느리지만 세심한 연출

김희원 감독의 세심하고 디테일한 연출은 예상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작품 내내 보여줬던 빛과 어둠, 컬러와 모노톤의 대비처럼 전반부와 후반부를 명확히 나눈 구성, 오프닝의 차이부터 조명가게 골목을 하나의 독특한 공간으로 그려낸 디테일까지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한 것이 느껴진다. 미스터리 공포물로 그려내는 다양한 연출적 시도들과 인상적인 CG, 그리고 노래와 사운드를 활용한 편집도 신인 감독임을 감안할 때 놀라운 연출력이었다.

20241213085318.png 작품 내내 보여줬던 빛과 어둠의 대비처럼 전반부와 후반부를 명확히 나눈 구성!!
20241213084158.png 조명가게 골목을 독특한 공간으로 그려낸 디테일까지 많은 고민을 한 것이 느껴진다.

물론 여러 인물들의 플롯들이 조화롭지 못하고, 다소 어색한 편집들이 보이는 단점들도 노출한다. 무엇보다 4회까지 미스터리로 구성한 느린 전개에 편집의 리듬감마저 부족해서, 다소 루즈한 느낌을 받게 한다. 특히 전반부 각 캐릭터의 사연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편집은 누군가에겐 상당한 답답함을 유발할 수도 있다.

20241213084317.png 여러 인물들의 플롯들이 조화롭지 못하고, 다소 어색한 편집들이 보이는 단점들도 노출한다.


다시 한번 초호화 캐스팅

<무빙>못지않은 초호화 캐스팅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확실히 장르물에서 더 큰 매력을 발산하는 주지훈과 아픔을 공유하는 역할에 특화되어있는 박보영의 캐스팅은 역시나 이상적이었다. 물론 박보영의 이번 간호사 캐릭터는 전작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중복되어 보이는 아쉬움이 있기는 했다.

20241213090843.png 아픔을 공유하는 역할에 특화되어있는 박보영의 캐스팅은 역시 나이다.

설현은 인상적인 연기로 편견은 그저 편견일 뿐임을 증명하며, 엄태구의 뜻밖의 매력과 배성우와 박혁권의 무게감 있는 연기도 작품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준다. 이정은과 신은수의 모녀 연기는 폐부를 찌르는것 같은 울림을 선사하고, 작은 역할임에도 최선을 다한 김선화와 김대명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김민하이다. <파친코>를 제외하면 국내 드라마 첫 출연작이지만, 오감을 집중시키는 그녀만의 남다른 연기가 단숨에 캐릭터에 집중하게 만든다. 기존 배우들과 다른 호흡으로 그려내는 그녀만의 표현력에서 남다른 탁월함이 느껴졌다.

20241213085403.png 이정은과 신은수의 모녀 연기는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울림을 선사한다.
20241213085050.png 특히 김민하의 오감을 집중시키는 남다른 연기가 단숨에 캐릭터에 집중하게 만든다!!




20241213092203.png 조명가게 (2024. 디즈니 플러스)

<조명가게>는 공포 스릴러를 표방하는 미스터리 드라마지만, 깊은 어둠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빛을 찾아 희망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어두운 골목과 조명가게라는 함축적이고 직관적인 장소로 은유화하여 공포물처럼 포장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 빛으로 인도할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강풀 특유의 휴머니즘으로 귀결되면서, 너무나 슬프고도 아름다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직관적이고 뻔한 이야기를 공포물로 위트 있게 비튼 스토리텔링과 이를 정성 들여 연출한 제작진과 배우들까지. <조명가게>는 <무빙>못지않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다시 한번 강풀의 힘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 오랜만에 눈물을 쏟게 만드는 이 작품의 후반부는 강풀의 그려내는 남다른 스토리텔링의 매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만든다. 심지어 이 작품이 선사한 쿠키영상의 힘은 진정 디즈니 플러스를 구원할 빛처럼 느껴졌다. 디즈니 플러스가 강풀을 오랫동안 붙잡아야 할 이유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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