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악연으로 연결된 인연들의 업보

넷플릭스 <악연> 리뷰

by 투스타우

올해 넷플릭스 드라마들은 <중증외상센터>부터 <멜로무비>, 그리고 <폭싹 속았수다>까지 좋은 작품들을 연속적으로 선보였다. OTT 특유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매운맛 작품들이 아니었기에 그 행보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매운맛 스타일의 넷플릭스 드라마 <악연>. 예고편만 보았을 땐 기대보다 걱정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악연>은 올해 넷플릭스의 좋은 기운을 고스란히 이어나간다.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를 제외한다면 근래 본 스릴러 드라마 중 단연 최고였다.




독특한 플롯의 악연이란 연결고리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조선족에게 위장 살인을 사주를 하면서 시작되는 웹툰 원작의 드라마 <악연>. 하나의 사건으로 인물들의 서사들을 풀어내지만, 그 서사의 끝에는 다른 인물들이 전혀 다른 사건으로 연결되어진다. 그 연결고리는 결국 6명의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보여주면서, 악연이라는 지독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20250331152447.png 보험금을 노리는 위장 살인이란 사건으로 인물들의 서사들을 풀어내지만,
20250331152558.png 그 서사의 끝에는 다른 인물들이 전혀 다른 사건으로 연결되어진다.
20250331152400.png 결국 6명의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지독한 악연이란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사실 이런 방식의 이야기는 이미 영화에서 많이 다뤄졌던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플롯의 구조를 여러 개로 나눠, 그 악연의 연결고리를 흥미롭게 재구성한다. 다른 시간대의 다른 사건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누면서, 6명의 인물들이 어떤 악연으로 이어지는지 그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재미를 부여한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만큼이나 이를 풀어내는 구성 또한 상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20250331153403.png 6명의 인물들이 어떤 악연으로 연결고리가 이어지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상당히 흥미롭다.

권선징악에서 사필귀정까지

개성 강한 6명의 캐릭터들이 그려내는 서사와 이들의 관계성을 파헤치는 재미, 그리고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파격적인 전개까지. 이 작품의 오락적인 완성도 또한 기대 이상이다. 여기에 후반부 뜻밖의 반전까지 장르물의 재미도 충분히 만족시킨다. 무엇보다 스릴러 특유의 찜찜한 결말이 아니라 악연으로 연결된 업보를 명확하게 그리는 결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사필귀정부터 인과응보 그리고 권선징악까지, 이러한 사자성어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스릴러 드라마도 없을 것이다.

20250331152710.png 무엇보다 스릴러 특유의 찜찜한 결말이 아닌, 악연으로 연결된 업보를 명확하게 그리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순환하는 악연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각각의 인물들이 서로의 소지품을 돌려가면서 악연의 연결고리를 그려나가는 흥미로운 연출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녹음기와 망치, 안경과 자동차, 의상과 롤렉스, 판플렛과 알약까지. 각각의 인물들을 상징하는 도구나 의상들이 계속해서 다른 인물들로 마치 폭탄 돌리기 하듯이 이동하고 옮겨진다. 이러한 도구들의 순환을 보는 재미도 신선했다.

20250331152951.png 각각의 인물들을 상징하는 도구들이 다른 인물로 순환하듯이 이동하고 옮겨지는 흥미로운 연출을 보여준다.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배우들

서늘함을 그려내는 날카로움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이는 신민아와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이희준, 너무나 캐릭터에 찰떡같이 붙는 김성균과 이광수까지.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 위에서 신명 나게 놀아난다. 캐릭터 소화력에서 갈수록 진일보함이 느껴지는 공승연부터 카메오 그 이상의 임팩트를 보여준 김남길과 박호산 그리고 조진웅까지. 배우들을 보는 재미마저 흥미로웠다.

20250331153430.png 서늘함을 그려내는 날카로움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이는 신민아부터~
20250331153323.png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이희준까지,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역시나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박해수. 사기꾼 김범준을 연기한 박해수는 그동안 본인의 보여준 수많은 캐릭터를 집대성하면서, 이 지옥도의 판을 짠 캐릭터를 신명 나게 연기해낸다. 변화무쌍한 사기꾼 캐릭터의 디테일부터 화상에 고통스러워하는 리얼리티, 무엇보다 욕망에 잠식된 표정까지. 내가 본 박해수의 최고의 연기였다.

20250331152740.png 변화무쌍한 사기꾼 캐릭터의 디테일부터 욕망에 잠식된 표정까지, 내가 본 박해수의 최고의 연기였다.




20250331153453.png 악연 (NETFLIX. 2025)

<악연>은 오랜만에 OTT에서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스릴러 드라마이다. 그간 OTT 스릴러 드라마들은 도파민만 쫓다가 개연성 없이 무너지는 실망스러운 작품들이 많았었다. <악연>은 인물들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촘촘하게 그려지는 사건의 전개, 장르적인 재미에 충실한 반전과 배우들의 열연까지. 오랜만에 OTT에서 보는 웰메이드 스릴러 드라마였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아쉬운 카메라 워킹과 예상 가능한 반전, 그리고 긴장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음악 정도였다. 올해 넷플릭스의 행보가 현재까지 너무나 완벽한데 다음 작품이 <약한영웅 class2>라니, 넷플릭스의 독주체재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