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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야기에서 끄집어내는 인간의 본성과 신념

드라마 <협상의 기술> 리뷰

by 투스타우

<협상의 기술>은 <미생> 이후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오피스 드라마이다. 최근 <폭싹 속았수다>로 인해 여타 드라마들이 오징어로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의 저력을 보이는 작품이 바로 <협상의 기술>이다.




오피스 드라마의 디테일

M&A 전문가가 무너지는 대기업을 매각을 통해 살리는 이야기인 <협상의 기술>. 이 작품은 여러 회사를 사고파는 이야기 속에 다양한 산업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오피스 드라마로서 다채로운 재미를 보여준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보기에 이 작품의 디테일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게임이나 바이크 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다루는 디테일들은 분명 인상적이다. 상당한 사전조사가 있어야지만 나올 수 있는 극본이라 무척 흥미롭다. 특히 각각의 다양한 산업 이야기 안에서 인간들의 본성과 신념을 끄집어내는 전개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20250409101517.png M&A 전문가가 무너지는 대기업을 매각을 통해 살리는 이야기인 <협상의 기술>.
20250409101421.png 게임이나 바이크 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다루는 디테일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20250409105858.png 특히 각각의 이야기 안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본성과 신념을 끄집어내는 전개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무미건조한 연출에 화려한 음악의 기묘한 조화

심도 있는 질감에 신경 쓴 연출들도 돋보이는데, 일본 에피소드에서의 심도 있는 색감은 마치 일본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회사 생활의 정치싸움이나 서열 구도, 수직적 관계를 그리는 디테일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빛과 조명을 이용한 회장실의 위엄 있는 연출은 그간 보여왔던 오피스 드라마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보여준다. 안판석 감독이 그리는 담백하고도 힘 있는 연출과 반대로 BGM은 뮤지컬스러운 음악으로 포장하면서 상당히 이질적인 매력도 선사한다. 무미건조한 연출에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엇박자스러운 음악의 조화가 처음엔 이상하지만, 오묘한 듯 새로운 영상미학을 체험하게 한다.

20250409103009.png 회사 생활의 정치싸움이나 서열 구도, 수직적 관계를 그리는 디테일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20250409103635.png 무미건조한 연출에 감정을 드러내는 뮤지컬스러운 음악의 조화가 오묘한 듯 새로운 영상미학을 체험하게 한다.




운에 기댄 문제 해결 능력

아쉬운 단점들도 눈에 보인다. M&A팀이 협상하는 과정이 똑같은 흐름으로 반복되면서 조금씩 식상해지고, 특히 협상의 기술보다는 운에 기댄 문제 해결 능력에서 극본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제주 에피소드처럼 협상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설득력을 잃으면서, 늘 마무리가 아쉽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백사 윤주노 팀장이 한 번은 그 숨겨놓은 감정을 터트렸으면 했는데, 후반부까지도 감정을 컨트롤하는 모습에서 극의 드라마틱한 부분을 너무 간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는 마지막 하이라이트였던 징계위원회나 윤주노 팀장을 연기하는 이제훈도 마찬가지이다.

20250402140811.png 제주 에피소드처럼 협상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설득력을 잃으면서, 늘 마무리가 아쉽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20250402140826.png 백사 윤주노 팀장이 한 번은 그 숨겨놓은 감정을 터트렸으면 했는데,
20250409103033.png 후반부까지도 감정을 컨트롤하는 모습에서 극의 드라마틱한 부분을 너무 간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20250402135859.png 협상의 기술 (JTBC. 2025)

<협상의 기술>은 무기건조한 드라마 같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협상의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던 드라마였다. 여러 산업의 디테일들을 그려내는 완성도 높은 극본과 오묘한 영상미학 그리고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근래 가장 인상적인 오피스 드라마였다. 특히 안판석 사단의 활약이 이번에도 돋보이는데, 그중 오만석의 천리안 같은 눈과 정치 고수 같은 아우라가 이 작품에서 유독 빛을 발한다. 성동일과 장현성의 임원 연기부터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들까지, 각각의 캐릭터들을 개성 넘치고 흥미롭게 연기해 낸다. 놀라운 반전과 시즌2의 가능성까지 그려내면서, 오랜만에 시즌제로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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