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리뷰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과거와 현재가 전혀 다른 느낌의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이다. 풋풋한 과거를 그리는 리얼 학원 청춘물과 죽음을 앞둔 비극적인 삶의 이야기가 대비되면서, 이 간극의 차이가 극을 흥미롭게 만든다. 후회로 가득한 20대의 삶을 마무리하는 청년이 그 마지막에 무엇을 추억하고 반성하는지, 그 과정이 찬란했던 고교 시절과 대비되면서 아름답게 그려진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김민하와 공명의 뛰어난 연기력이 있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제목과 시놉시스만 보면 상당히 비극적인 작품이다. 고등학교 때 죽었던 첫사랑 김람우가 저승사자가 되어서 여주인공 정희완의 사망일을 알려준다는 설정 자체가 비극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남녀가 고등학교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그리는 과거 이야기는 풋풋함을 넘어 학원 청춘물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리얼리티 한 여고생들의 모습과 예상을 뛰어넘는 코미디가 한 대 뒤섞이면서 유쾌 발랄한 청춘물을 보여준다. 비극적인 현재와 과거의 행복한 모습들이 교차되면서, 이 간극의 차이가 극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여기에 이병헌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김혜영 감독의 연출도 제대로 한몫한다. 이 작품의 놀라운 개그 코드를 보면 이병헌 감독의 작품들 중 김혜영 감독의 역량도 상당 부분 들어갔던 건 아닌지 재밌는(?) 의심마저 들게 된다.
저승사자가 되어 돌아온 김람우는 정희완에게 억지로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그녀를 끌고 다닌다. 이는 첫사랑을 잃고 방황했던 정희완의 삶에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둘씩 끄집어내면서, 그녀의 삶에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서로에게 고백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려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이 죽음과 이별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 그려지면서, 새드무비처럼 굉장히 슬프고도 아름다운 로맨스가 후반부에 그려진다. 무엇보다 유쾌한 청춘물 같았던 과거 이야기와 다르게 무기력한 현실을 그리는 현재의 리얼리티가 더욱 대비되면서, 후회와 반성의 이야기를 더욱 임팩트 있게 새겨 넣는다.
이 작품은 김람우와 정희완이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는 만우절 에피소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름을 바꾸는 과정들이 죽음이라는 커다란 사고를 만들어내고, 이 과정은 결국 자신의 이름을 원망하고 삶을 포기하는 전개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름을 바꿔 부르는 서사들이 결말부 저승사자가 세 번의 이름을 부르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이별이 아닌 서로를 구원하는 드라마틱한 소재로 활용된다. 결국 이 작품에서 이름을 바꾼 서사는 서로에게 이별과 함께 구원까지 해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가 된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너를 사랑한다는 대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유이다.
공명의 맑고 깨끗한 페이스는 첫사랑의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이보다 더 이상적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특유의 순수함이 빛을 발하면서 김람우란 첫사랑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 낸다. 여기에 대비되는 저승사자의 연기는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김민하는 예상 밖의 코믹 연기와 죽음을 앞둔 무기력한 청년까지 감정의 폭을 자유자재로 가져가면서, 양극단적인 정희완이란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해 낸다. 시니컬한 연기뿐만 아니라 코믹 연기까지 가능하단 걸 보여주면서 신인이지만 무서운 연기폭을 선보인다. 특히 아무 꾸밈없는 김민하의 여고생 연기는 그동안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여고생의 모습이라 너무나 신선하고 재밌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우울함을 그려내는 김민하의 20대 연기가 대비되면서 그녀의 연기가 더욱 빛을 발한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짧은 6부 작안에 많은 이야기를 그려 넣었기에 탄탄한 극본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굉장히 뻔하고 예상 가능한 스토리이다. 전반부의 유쾌한 고등학교 생활이 예상 밖의 코믹 전개라 놀라웠을 뿐이지, 저승사자를 만나 과거를 반성하고 후회하는 전개는 이미 많은 작품에서 다뤘던 이야기이다. 충분히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였지만, 후반부 전개는 기시감이 너무 강했다. 전반부 이름을 바꾸고 서로의 추억을 쌓아가는 과정과 그 첫사랑이 저승사자로 돌아온다는 설정을 빼면 크게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저승사자가 돌아오고 사라지는 이유를 좀 더 명확하고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다면 (예를 들어 김람우의 행동을 막기 위해 다른 저승사자들이 찾아온다든지) 훨씬 더 후반부 이야기가 다채롭지 않았을까. 결국 굉장히 유쾌하게 가져간 전반부의 연출과 배우들의 힘이 이 작품의 단점을 절묘하게 가려낸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죽음을 기다리는 청년의 어두운 삶을 그리지만, 이 작품의 기조는 슬픔보다는 나아가야 할 행복을 이야기한다. 과거의 풋풋하고 유쾌했던 고교 시절과 대비되면서, 현재의 멜로 이야기가 슬프지만 그만큼 찬란하게 빛을 낸다. 후회와 반성의 일주일 동안 전하지 못했던 진심이 전해지면서, 그 마지막을 찬란하고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이 이름을 바꾸고 지냈던 과거가 단순히 사건 사고를 그리는 전개뿐만 아니라, 저승사자의 이름을 부르는 과정과 연결되면서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로 아름답게 수놓는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그리면서, 남겨진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정확히 그린 매력적인 하이틴 판타지 드라마였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