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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속에 갇힌 소년들

티빙 <러닝메이트> 리뷰

by 투스타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인 <러닝메이트>는 크게 주목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제작진들만 본다면 드라마신에서 꼭 체크하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다. <러닝메이트>로 데뷔한 한진원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화려한 이력이 있다. 이 작품 역시 한진원 감독이 직접 쓴 극본이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사회 비판과 정치적인 메시지가 곳곳에 묻어있는 작품이다. 물론 내가 예상했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드라마였지만 말이다.




프레임 속에 갇힌 소년들,

정치보단 성장 드라마

러닝메이트는 자존감 낮고 열등감만 쌓여있는 한 한생이 자신의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학생회장 선거에 부회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벌어지는 정치 하이틴 드라마이다. 당연히 예상되었던 전개는 고등학생들로 현실 정치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블랙코미디 정치 드라마 정도로 생각했다. 파란과 빨강으로 대비되는 두 후보진의 컬러처럼 진보와 보수의 부질없는 이념 싸움을 청소년들을 통해서 신랄하게 비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이야기는 예상과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20250620105831.png 현실 정치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블랙코미디 정치 드라마 정도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결과물은 조금 다르다.

이 작품은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 프레임 속에 갇힌 친구들의 우정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중점적으로 그린다. 네거티브와 가짜 뉴스로 번져가는 선거판이나 선관위를 위협하는 모습 등은 분명 현실 정치판을 보는듯하지만, 이 작품이 그리는 진짜 이야기는 프레임과 갈라치기에 멀어지고 분열되는 친구들 간의 흔들리는 우정이었다. 그릇된 우정과 존경, 배신과 가스라이팅이 뒤섞이면서 흔들리고 변해가는 학생들의 모습들을 서로 다른 진영 안에서 구체화시킨다. 마치 좌우로 갈라져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양분된 모습을 학교라는 축소판 안에 그려 넣은 듯 보인다. 중요한 것은 물질과 허세로 상징되는 기호 1번 곽상현이나 그릇된 정의로 뭉친 기호 2번 양원대 모두, 학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라는 점이다. 누가 더 나쁘냐의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진보나 보수 모두 어쨌든 대한민국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은 것처럼 말이다.

20250616164524.png 작품이 그리는 진짜 이야기는 프레임과 갈라치기에 멀어지고 분열되는 흔들리는 우정이었다.
20250620105852.png 누가 더 학교를 위하는 인물이고, 누가 더 나쁜 놈인가를 가리는 것은 이 작품에서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느낌의 하이틴 드라마

이 작품이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를 비튼다는 점이다. 물론 너무 일관성 없는 노세훈의 캐릭터성으로 인해 후반부의 전개가 다소 뜬금없기도 하지만, 예상을 비트는 전개와 파국으로 향하는 결말은 그 흔한 하이틴 드라마들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여기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열전과 신인 배우들의 리얼한 학생 연기도 빛을 발하면서 더욱 완성도 높음 학원 드라마를 탄생시킨다. 그간 폭력에만 올인하여 다소 지겹게 느껴졌던 학원 드라마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이틴 드라마였다.

20250620141852.png 예상을 비트는 전개와 파국으로 향하는 결말은 그 흔한 하이틴 드라마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20250616164402.png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이를 연기한 신인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초반부 주인공의 발기 사건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며, 무엇보다 주인공 노세훈의 캐릭터를 너무 찐따같이 그려놔서 이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열연 속에 주인공 노세훈이 가장 애매모호하고 어색한 캐릭터였다. 초반부 왜 양쪽 후보진들이 그토록 노세훈을 원했는지에 대한 개연성도 속시원히 설득되지 않는다. 여기에 뭔가 어색하고 투박한 연출과 편집도 확실히 연출 데뷔작임이 느껴지게 한다.

20250616163522.png 초반부 주인공의 발기 사건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며~
20250620141755.png 무엇보다 주인공 노세훈의 캐릭터가 너무 찌질해서 이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20250613160105.png 러닝메이트 (티빙. 2025)

<러닝메이트>는 단순히 이 작품을 하이틴 오락 드라마로 볼 것인지 현실 정치를 패러디한 정치 드라마로 볼 것인지, 아니면 소년들의 성장 드라마로 볼 것인지에 따라 드라마의 느낌이 상당히 다르게 다가온다. 나 같은 경우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 드라마보다 프레임 속에 갇힌 청춘들의 슬픈 성장 드라마로 봤다. 그래서일까? 기대보다 오히려 신선했던 작품이었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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