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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미래를 향한 오늘의 응원가!

드라마 <미지의 서울> 리뷰

by 투스타우

<폭싹 속았수다>이후 대중들의 드라마 보는 눈높이는 또 한 번 높아졌다. 최근 많은 드라마들이 <폭싹 속았수다>의 완성도와 비교되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눈높이를 쉽게 만족시킬 작품이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좋은 작품이 나왔다. 아마 <폭싹 속았수다>가 나오지 않았다면 올해 상반기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작품. 바로 <미지의 서울>이다.




미지의 청춘,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인생을 대신 살아준다는 시놉시스의 <미지의 서울>. 미지와 미래라는 일란성 쌍둥이의 이름부터 이 작품은 알 수 없는 불안한 청춘들의 모습들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은유한다. <미지의 서울>은 쌍둥이에 대한 에피소드를 극적으로 가져가면서, 너무나 다른 두 삶의 비교를 드라마틱한 전개로 그려 나간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서로의 삶을 체험하면서 느끼는 두 자매의 상처는 고스란히 우리 청년들의 아픔 드러내고 위로해 준다. 근래 이토록 슬프고도 희망에 가득 찬 드라마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불안한 혹은 불확실한 청춘의 감성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20250623161818.png 동경의 대상이었던 서로의 삶이 사실은 쉽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20250623161831.png 두 자매의 상처는 고스란히 우리 청년들의 아픔을 드러내고 위로해 준다.

남의 시선과 열등감, 자격지심, 가족과의 단절과 독립의 이유까지. 청년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수만 가지 감정들을 두 자매의 에피소드 안에 기가막히게 그려 넣는다. 여기에 계약직의 서러움과 신체적 장애 그리고 회사 왕따 문제와 성추행, 심지어 학벌 위주의 계급 사회와 은둔 청년 문제까지. 이 많은 이야기들이 전혀 어색함 없이 두 자매의 에피소드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 어떤 교훈적 메시지보다 청춘의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여과 없이 그리면서, 그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준다.

20250623155231.png 청년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수만 가지 감정들과 사회 보편적 습성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20250623155935.png 두 자매의 에피소드 안에 기가 막히게 그려 넣는다.


구원의 서사로 이어지는

인상적인 스토리텔링

서로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쌍둥이들로 통해 우리가 부러워하고 우러러봤던 그 삶들도 사실은 쉽지 않음을 인상적으로 그려내는 <미지의 서울>. 걱정스러웠던 것은 초반부 드라마틱한 전개와 설정이 과연 후반부까지 제대로 된 하이라이트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신선한 설정만 있고 후반부에 가서 무너지는 드라마들을 근래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지의 서울>은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인상적인 후반부로 증명해낸다. 미래의 왕따 사건과 미지의 김로사 할머니 이야기, 그리고 호수의 장애 이야기가 구원의 서사로 기가막히게 연결되면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제대로 완성해 낸다. 이 많은 이야기들이 어색함 없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너무나 이상적이고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결말까지 이어나간다. 입체적으로 그려진 수많은 캐릭터들과 그러한 인물들을 누구 하나 허투루 쓰지 않은 완성도. 심지어 이러한 과정 속에 멜로마저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로맨틱한 재미까지 그려낸다. 근래 드라마 중에 이토록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인상적인 하이라이트였다.

20250623160934.png 미지와 미래, 그리고 호수의 이야기가 구원의 서사로 기가막히게 연결되면서~
20250630105606.png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제대로 완성해 낸다.




서울을 그리는 미장센

우리가 꿈꾸는 서울의 삶을 아름답지만 차갑게 그려내는 미장센도 일품이다. 푸른 톤의 서울과 붉은 톤의 시골 배경의 대비는 명확히 다른 두 지역의 온도차를 그려낸다. 차갑고도 획일화된 사무실의 공간과 따스한 시골 냄새가 나는 로사 식당의 미술 배경, 그리고 배우들의 동선과 표정을 드라마틱 하게 잡아내는 카메라워크까지. 미장센적인 부분에서도 놀라운 이야기에 걸맞은 인상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여기에 과거를 그리는 심도 있는 미장센과 엔딩크레딧에 서보이는 빈티지한 캠코더 영상은, 바로 과거가 되고 추억이 되는 우리네 기억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듯했다. 매회 엔딩에서 의자에 앉아있는 곰돌이의 위치 변화나 차가운 도시 속 따스함을 그리려는 낭만적인 연출까지. <별들에게 물어봐>가 극본의 문제였음을 박신우 감독은 이 작품으로 빠르게 증명하면서, 그동안 받은 온갖 굴욕을 한 번에 날려 버린다.

20250623154418.png 서울의 삶을 아름답지만 차갑게 그려내는 미장센도 일품이다.
20250624095827.png 푸른 톤의 서울과 붉은 톤의 시골 배경의 대비는 명확히 다른 두 지역의 온도차를 그려낸다.
20250623155214.png 차갑고도 획일화된 사무실의 공간과 시골 냄새가 나는 로사 식당의 미술 배경~
20250623155629.png 그리고 인상적인 카메라워크까지. 미장센에서도 인상적인 연출력을 선보인다.


커리어 최고작을 경신하는 배우들

<마녀>에서 다소 아쉬운 연기를 보여줬던 박진영은 <하이파이브>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최근 의문이 들었던 연기력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해소시킨다. 장애의 아픔과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착하고도 잘생긴 미모로 담담하게 그려내는 연기가 너무나 인상 깊었다. 이미 <유미의 세포들2>에서 보여준 놀라운 멜로 연기까지 더해서 호수라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이상적으로 연기해 낸다.

20250623150859-1.png 장애의 상처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착하고도 잘생긴 미모로 담담하게 그려내는 박진영.

류경수의 새로운 재벌에 대한 해석과 캐릭터 변신도 신선했고, 오랜만에 본 원미경의 난독증 연기도 일품이었다. 두 엄마로 나온 장영남과 김선영의 티격태격하는 연기도 유쾌한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 그 짧은 신들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린 시절의 미지, 미래를 연기한 이재인은 <하이파이브>에 이어 또 한 번 자신만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한다.

20250623155159.png 류경수의 새로운 재벌에 대한 해석과 캐릭터 변신도 신선했고~
20250623160223.png 두 엄마로 나온 장영남과 김선영의 티격태격하는 연기도 너무나 인상 깊었다.

역시나 극찬해야 할 것은 박보영이다. 1인 2역(혹은 4역)의 연기를 놀랍게 소화해 내면서,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후 또 한 번 어둠에 짓눌려있는 캐릭터를 눈부시게 연기해 낸다. 두 캐릭터의 전혀 다른 감성과 분위기, 심지어 말투와 제스처까지 차이를 두면서 이질감 없는 쌍둥이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낸다. 그녀 커리어의 최고작을 또 한 번 경신함은 물론이고, 드라마를 고르는 선구안이 남다름을 최근 작품들에서 확실히 깨닫게 된다.

20250624095908.png 경이로웠던 박보영의 1인 2역의 연기!!!
20250623155842.png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후 또 한 번 어둠에 짓눌려있는 캐릭터를 눈부시게 연기해 낸다.




'미지의 미래'가 아닌 '미지의 서울'인 이유

이 작품의 제목이 '미지의 미래'가 아니고 왜 '미지의 서울'인지,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그 제목의 의도가 궁금했다. '미지의 미래'라는 제목이 동음이의어로서 재미난 변주도 주면서, 이 작품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말이다. 결국 이 작품에서 그리는 '서울'이란 배경이 어떤 의미를 두는지 곱씹어 보게 되는데, 그저 미지가 꿈꾸는 이상적인 도시의 삶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단어 그대로 아직 알 수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서울이란 도시를 선택한 진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삶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세상이라고. 그리고 그 곁에는 가족, 연인, 친구가 함께 하는 나만의 도시라고 말이다.

20250623153745.png 이 작품에서 그리는 '서울'이란 배경이 어떤 의미를 두는지 곱씹어 보게 된다.
20250623154353.png 단어 그대로 알 수 없는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서울'이란 제목을 지은 진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늘 미지의 주문처럼, 알 수 없는 이 도시의 오늘을 잘 견디며 살아가자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이 도시에서 손잡아 줄 그 누군가와 함께 '나의 서울'을 만들어 가자는.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아직 멀었으니 말이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20250623163259.png 미지의 서울 (tvN. 2025)

<미지의 서울>은 박해영 작가의 두 걸 잘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 이후 사람이 행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한 드라마이다. 사회적 습성에 짓눌린 젊은이들의 상처와 그것에 대한 위로를 진심 있게 다룬 걸작이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였으며, 특히 청년들이 그 누구보다 행복해지길 바라는 간절한 주문 같은 드라마였다. 그것이 단지 남들이 바라보는 성공이라는 키워드가 아닌, 자신이 만족하는 삶속에 행복이라는 새로운 페이지를 채워나가라는 따스한 응원같은 메시지였다. 엄청난 제작비와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더라도 걸작이 나올 수 있음을, 드라마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올해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또 하나의 기준을 세운 걸작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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