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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쏘 변호사들의 직장 생활 애환기

드라마 <서초동> 리뷰

by 투스타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캐릭터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법정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재미의 깊이를 제대로 선보인 걸작이었다. 그 뒤를 이어 변호사가 집필한 <굿파트너>는 좀 더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리얼리티 한 소재로 실패할 수 없는 법정 드라마의 재미를 확실히 각인시켜 놓는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실제 변호사들의 드라마 집필에 불을 댕겼으며, 그래서 나온 드라마가 바로 오늘 리뷰하는 <서초동>과 현재 JTBC에서 방영 중인 <에스콰이어>이다. 물론 <서초동>은 앞선 작품들과 정확히 다른 노선을 그리고 있다.




변호사들의 직장 생활 애환기

<서초동>은 앞선 변호사 드라마들보다 오히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한 건물에서 같이 일하는 어쏘 변호사들이 점심을 함께하면서 수다 떨듯이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드라마. 실제 변호사가 극본을 쓰면서, 처음부터 일반적인 법정 드라마와는 다름을 선을 긋고 시작하는 느낌이다.

5.JPG 어쏘 변호사들이 점심을 함께하면서 수다 떨듯이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드라마 <서초동>.

고액 연봉을 받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그들도 일반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드라마는 끊임없이 부각시킨다. 부자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난한 변호사, 그저 공부만 잘해서 법조인이 된 변호사, 친인척의 소송을 맡을 경우 벌어지는 불편한 일들과 퇴사와 독립에 대한 고민까지. 전문직과 직장인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들을 그리면서, 더 나아가 좋은 변호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질문들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일을 가려서 받을 수 없는 어쏘 변호사가 도덕적 잣대와 법적 잣대 사이에서 고민하는 클리셰적인 모습마저 당연히 그려 넣는다.

14.JPG 변호사들도 일반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는 <서초동>.
7.JPG 전문직과 직장인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들을 그리면서~
11.JPG 더 나아가 좋은 변호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질문들을 놓치지 않는다.




낭만 가득한 강남 판타지

<서초동>이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리얼리티 하게 그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비주얼의 변호사들은 어차피 이 작품도 판타지임을 상기시켜 준다. 시티팝과 재즈로 버무린 음악으로 서울 강남을 낭만적으로 그려내는 연출과 음식에 진심을 담은 미장센, 여기에 아련한 첫사랑과 재회 로맨스까지. 전문직 드라마로서 리얼리티를 강조하면서도 그 안에 낭만을 담아서 이 작품만의 남다른 매력을 더해 나간다. 결국 이러한 부분들이 이 작품의 오락적인 부분을 담당하는데, 다행히 이러한 판타지가 변호사의 애환을 보여주려고 했던 이 작품의 기조에 크게 반하지 않는다.

12.JPG 시티팝과 재즈로 버무린 음악으로 서울 강남을 낭만적으로 그려내는 연출과~
13.JPG 음식에 진심을 담은 미장센, 여기에 아련한 첫사랑과 재회 로맨스까지.
2.JPG 전문직 드라마로서 리얼리티를 강조하면서도 그 안에 낭만적인 판타지를 그려 넣는다.


캐릭터의 완성도, 배우들의 케미

전작 <카이로스>에서 놀라운 연출력을 보여준 박승우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리얼리티 한 극본, 그리고 배우들의 좋은 연기까지 더해져 <서초동>은 누가 봐도 잘 빠진 드라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사람 냄새나는 작품에도 어울림을 증명해 내는 이종석과 오피스 드라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문가영의 케미가 보는 재미마저 더해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해 내는 류혜영과 강유석의 능청미, 여기에 임성재의 묵직함까지 더해서 캐릭터의 완성도와 케미마저 확실히 돋보였다. 티격태격하는 로펌 대표 변호사들 명확한 캐릭터성과 이들을 관리하는 염혜란의 남다른 변신까지 배우들의 조화도 인상적이었다.

8.JPG 캐릭터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케미마저도 인상적이었던 <서초동>.
Screenshot 2025-08-05 at 20.27.55.JPG 특히 이종석과 문가영의 눈부신 케미는 보는 재미마저 더한다.




불편해할 혹은 실망스러울 포인트들

물론 고액 연봉의 전문직 변호사도 똑같은 직장인임을 그리는 포인트에서 분명 어떤 사람들은 불편해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주 보는 의학 드라마와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지만, 변호사는 가끔 악의 대리인이 되기도 하는 그런 직업이기 때문이다.

20250807114729.png 악의 대리인이 되기도 하는 변호사란 직업이기에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불편할 수 있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종석과 문가영의 케미는 돋보이지만, 이 둘의 알콩달콩 로맨틱 장면을 기대했다면 이마저도 실망스러울 수 있다. 이 작품은 이종석과 문가영을 필두에 두고 있지만, 사실 5명 어쏘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정확히 N등분하여 그리고 있다. 간간이 나오던 두 사람의 멜로 이야기도 후반부 이 둘이 연인 사이가 되면서 사실상 멜로 분량은 실종되기 때문이다.

Screenshot 2025-08-05 at 20.29.49.JPG 이종석과 문가영의 알콩달콩 로맨틱 장면을 기대했다면 이마저도 실망스러울 수 있다.

여기에 <서초동>은 개인의 성장과 소소한 사건의 법리적 해결에만 집중하면서, 법정 공방의 치열한 싸움을 다루지 않는다. 심지어 작은 로펌 회사를 그리고 있는 <서초동>은 흥미진진한 큰 스케일의 사건은 거의 전무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드라마틱한 법정 싸움을 기대했다면 이 작품은 오히려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단점을 정확히 보완한 작품이 현재 방영하고 있는 <에스콰이어>이다.

20250807114321.png <서초동>은 작은 규모의 로펌 이야기로 이혼, 사기, 학원폭력 등 작은 사건들만 다뤄진다.
20250807115320.png 이러한 단점을 정확히 보완한 작품이 현재 방영하고 있는 대형 로펌 이야기인 <에스콰이어>이다.




15.JPG 서초동 (2025. tvN)

앞서 말했듯이 <서초동>은 분명 잘 빠진 드라마이다. 서울을 낭만적으로 담아낸 연출과 배우들의 이상적인 케미, 그리고 어쏘 변호사들의 애환과 성장을 담은 이야기까지. 변호사들의 고액 연봉을 생각하면 누군가에게는 의아할 수도 있는 드라마지만, 어쨌든 그들도 나름의 고민과 아픔이 있음을 이 드라마는 확실히 각인시킨다. 사람 냄새나는 변호사 드라마도 충분히 그려낼 수 있음을 어쨌든 증명한 드라마였다. 물론 법정 드라마에서 기대하는 드라마틱한 법정 싸움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러한 이야기까지 버무렸다면 아마도 우리가 아는 흔한 법정 드라마가 되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들의 애환을 그린 <에스콰이어>가 오락적인 재미와는 별개로 다소 뻔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법정 드라마를 선호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드라마지만, 개인적으로 <서초동>은 법정 드라마라는 장르 안에서 상당히 의미 있어 보이는 작품이었다. 물론 법정 드라마의 매력을 제대로 가져간 <에스콰이어>의 오락적 재미도 무시 못 하지만 말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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