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준을 찾아 떠나는 김낙수의 여정에 박수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리뷰

by 투스타우

올해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렸던 탓일까? 그 이후 좋은 작품들을 여럿 접하고도 나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리지 않았다. 그런 내가 오랜만에 뜨거운 눈물을 훔친 드라마. 공감대 형성이 드라마에 이렇게나 큰 힘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드라마. <서울 가자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2025)

방송&스트리밍 : JTBC, 넷플릭스, 티빙

연출 : 조현탁 / 극본 : 김홍기

출연 : 류승룡, 명세빈, 차강윤, 유승목, 이신기 등

러닝타임 : 12부작




누가 봐도 성공했지만 결국 다르지 않은 내리막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는 차갑게 식어가는 말년 직장인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동시에 뜨겁게 타오르는 인생 후반전을 그려나가는 작품이다. 물론 소설 원작인 <김부장 이야기>의 시놉시스는 사실 이미 여러 작품들에서 다뤄졌던 소재이기도 하다. 말년 부장의 퇴직 위기와 무너지는 가장의 자리. 하지만 이 작품의 차별점은 바로 누가 봐도 성공해 보이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부장'이라는 주인공의 스펙이다. 사회적 기준으로 성공이란 위치에 서있는 가장이자 팀장이 남들과 다르지 않게 무너지는 모습들이 이 작품의 남다름을 보여준다. 남의 기준에 맞춰 살면서 성공만을 향해 달린 그리고 분명 성공했다고 보이는 김부장의 내리막길이 그래서 이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힘 있게 만들어준다. 결국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내리막길을 보여주면서, 삶의 가치와 성공의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되묻는 과정으로 작품의 메시지를 응축시킨다.

20251125155246.png?type=w1 <김부장 이야기>는 사회적 기준으로 성공이란 위치에 서있는 가장이자 팀장이~
20251125145716.png?type=w1 남들과 다르지 않게 무너지는 모습들로 작품의 남다름을 선사한다. 결국!!
20251125161435.png?type=w1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내리막길을 보여주면서, 삶의 가치와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되묻는다.


자기 개발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는 신개념 드라마

그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특별한 경력을 가진 원작자(송희구)의 메시지가 드라마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작품이다. 마치 인간관계와 경제관념에 대한 지침서이자 자기 개발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는 신개념 드라마 같은 느낌도 준다. 모든 이야기들이 블랙 유머식으로 인간관계와 사회 문제를 비틀고, 차에서부터 건물까지 모든 브랜드들을 다루는 재미가 경제관념 안에서 재미요소로 활용된다. 무엇보다 인생의 2막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가치에 미래를 투자해야 하는지 노후대비와 부동산, 자녀 교육까지 많은 전략들을 에피소드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물론 오피스물 드라마로서 대기업의 숨 막히는 리얼리티부터 가족 안에서의 관계까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수많은 디테일들이 이러한 이론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바탕이 되어진다.

20251125161757.png?type=w1 마치 인간관계와 경제관념에 대한 지침서이자,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20251125155544.png?type=w1 자기 개발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는 신개념 드라마 같은 느낌도 준다.




인상적인 연출과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정재형

이미 몇 번이나 언급했을 정도로 작년 가장 저평가받은 수작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이 작품을 연출한 조현탁 감독과 정재형 음악 감독의 호흡이 이번 작품에서도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김부장이 무너지는 모든 상황들을 설명적이거나 직관적으로 그리지 않고, 주변의 상황으로 객관화하여 그려내는 디테일이 특히 인상적이다. 오래된 차를 폐차하면서 은유적으로 그려낸 김부장의 상황, 대리운전 중 김낙수의 객관화를 명확히 짚어내는 손님, 그리고 마치 고해성사하듯 이뤄지는 화장실에서 정신과 선생님과의 상담까지. 김부장의 무너지는 상황들을 주변에서 다채롭게 객관화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이 작품의 뻔한 시놉시스를 다양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어준다. 특히 김낙수가 마지막 자존심을 내려놓는 과정을 김부장과 이별하는 신으로 자연스럽게 그려낸 장면은 이 작품의 연출적 백미였다.

20251125145145.png 김부장이 무너지는 상황들을 주변의 상황으로 객관화하여 그려내는 조현탁 감독의 연출이 인상적이다.
57.JPG?type=w1 김낙수가 자존심을 내려놓는 과정을 김부장과 이별하는 신으로 그려낸 장면은 이 작품의 연출적 백미였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처럼 정재형의 음악은 뻔해 보일 수 있는 작품에 매력적인 색채를 더해준다. 정재형 특유의 판타지 같으면서도 샹송 같은 음악이 김낙수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 주면서, 음악 하나만으로 드라마가 남달라 보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인다. 이적의 보컬로 이어지는 OST까지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하면서,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올해의 드라마 음악으로 부족함 없는 완성도를 선보인다.

20251125145844.png?type=w1 정재형 특유의 판타지 같으면서도 샹송 같은 음악이 김낙수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 준다.


류승룡 그리고 명세빈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드는 류승룡은 허세와 꼰대력으로 똘똘 뭉친 자존심 강한 김부장을 완벽히 소화하면서,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은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말년 부장의 성취감, 불안함 그리고 미안함까지 한꺼번에 그려내는 그 복잡한 감정들을 류승룡만이 그려낼 수 있는 그 모든 표정연기로 그려내면서 진정성 있게 김낙수를 연기해 낸다. 눈물이 날거 같지만 흘릴 수 없는 그 뜨거운 짠함을 너무나 완벽하게 그려내면서, 개인적으로 류승룡의 드라마 커리어 중 가히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20251125150841.png?type=w1 말년 부장의 성취감, 불안함 그리고 미안함까지 한꺼번에 그려내는 그 복잡한 감정들을~
20251125155043.png?type=w1 류승룡이 그려낼 수 있는 그 모든 표정연기로 그려내면서 진정성 있게 김낙수를 연기해 낸다.


류승룡 만큼이나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배우는 명세빈이다. 김낙수를 한 것 치켜세우면서 가정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똑 부러진 주부 역을 너무나 완벽히 소화해 낸다. 류승룡과의 케미는 둘째 치고, 그 청순미 가득했던 외모가 근자한 어머니이자 아내상이 되면서 이토록 주부 연기에 잘 어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특히 7화 엔딩에서 퇴직 후 돌아오는 김낙수를 장난스럽게 받아내면서 위로하고 안아주는 연기는 올해 최고의 신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어마 무시했다. 류승룡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분명 명세빈의 받아주는 연기도 컸다. 앞으로 국민 엄마 연기에 새로운 선두주자가 될 거 같은 명세빈의 새로운 변신이었다. 진정 올해의 발견이다.

20251125145333.png?type=w1 가정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똑 부러진 주부 역을 너무나 완벽히 소화해 낸 명세빈!!
20251125154900.png?type=w1 특히 7화 엔딩에서 퇴직 후 돌아오는 김낙수를 장난스럽게 받아내면서~
20251125155119.png?type=w1 위로하고 안아주는 연기는 올해 최고의 신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어마 무시했다....




물론

<김부장 이야기>가 극찬처럼 아주 완벽한 드라마는 아니다. 특히 이 작품은 중년 남성들이 유독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누군가에겐 그저 배부른 아저씨의 하소연 같은 작품으로 보일 수 있다. 퇴직을 앞둔 가장의 이야기는 어쨌든 식상한 시놉시스이며, 하이퍼 리얼리즘을 그린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 분명 과장된 연출과 묘사들도 보인다. 대기업이나 현장에서 일을 해본 사람들은 몇몇 장면들에서 리얼리티를 문제 삼으며 그저 판타지 드라마일 뿐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현장에서 밥 먹으러 달려가는 부분은 나 역시도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처음으로 취직한 '질투는 나의 힘'이란 회사도 MZ 세대들의 사고방식을 너무 허무맹랑하게 표현해서, 오히려 젊은 세대들에 대한 선입견만 그려낸 꼴이었다.

20251125151201.png?type=w1 하이퍼 리얼리즘을 그린다고 하지만 몇몇 묘사는 분명 당황스럽다. 특히 현장에서 밥 먹으러 달려가는 건 좀....
20251125151627.png?type=w1 '질투는 나의 힘'이란 회사도 MZ 세대들의 사고방식을 그저 허무맹랑하게만 표현한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 들은 충분히 드라마적 허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로 보여진다. 물론 원작을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라는 플랫폼으로 상당히 안정적인 각색으로 보여진다.(원작을 보진않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숨이 턱 막힐듯한 공감을 한 나 같은 남성들이라면, 이 작품의 리얼리티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순 없을 것이다.

20251125154949.png?type=w1 숨이 턱 막힐듯한 공감을 한 내가 보기엔, 이 작품의 리얼리티가 부족하단 말은 절대 공감할 수 없다.




20251125164048.png?type=w1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JTBC. 2025)

<김부장 이야기>의 가장 강력한 힘은 우리도 언젠가는 겪게 될 9회 말 투아웃의 가장의 모습에 있다. 가장의 무게와 가족을 지키는 것이 사실은 나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끝을 내다보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가 엄청난 공감과 함께 울림을 선사한다. 삶의 가치와 성공의 기준뿐만 아니라, 가족의 의미와 그 필요성에 대한 되뇜까지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마지막 엔딩 타이틀롤처럼 결국 '서울'과 자가' 그리고 '대기업 부장'까지 그 모든 성공의 기준을 하나 둘씩 내려놓는 '김부장 이야기'였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을 찾아 떠나는 김낙수의 앞으로의 여정이 곧 나의 여정이 될 것임을 잘 알기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이제 곧 50을 바라보는 나이. 어쩔 수 없이 오래 다닌 직장을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 평범했지만 결코 김낙수와 다르지 않았던 나의 인생이 이 작품과 연결되면서 너무 큰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숨이 턱 막힐듯한 감정과 뜨거운 눈물을 훔치지 않았을까? 결국 김낙수에 대한 응원과 박수는 나를 위한 응원과 박수임을 깨닫게 된다. 공감대 형성은 드라마의 가장 큰 무기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던, 누가 뭐래도 올해 하반기 나에겐 최고의 작품이었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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