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괴물 리뷰
완벽이라는 단어로 드라마를 포장할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있을까? 16시간 이상의 긴 호흡을 다루는 드라마는 영화와 다르게 많은 빈틈과 허투가 보이기 마련이다. 특히 스릴러 장르라면 더더욱 그렇다. <괴물>은 16부작 시리즈 작품 중 이러한 완벽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작품이다. 극본, 연출, 연기와 미장센, 묵직한 메시지와 음악까지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다.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간다는 작품의 뻔한 슬로건 따위로 이 작품을 설명할 수 없다. 여성 작가와 여성 감독이 그려내는 이 디테일은 마치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유려하게 화면으로 풀어놓은듯한 느낌이다. 그 디테일과 결이 너무나 뛰어나서 내가 드라마를 보고 있는지, 소설을 읽고 있는지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미 수많은 스릴러 작품들이 보여왔던 뻔한 클리셰들, 그러한 클리셰들을 시작부터 쉴 새 없이 깨부순다. 누가 왜 범인인지 보다 어떻게 잡을 건지에 더 집중한다. 그리고 사건 그 후를 파고들면서 피해자들의 상처와 변화를 이야기한다. 복잡하고 개연성이 부족했던 그 많은 스릴러 작품들과 궤를 달리하는 이유이다.
물론 스릴러 작품으로서의 재미도 잃지 않는다.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눠서 대비시키는 독특한 구성과 예상을 뒤엎는 반전들은 말 그대로 충격과 감탄의 연속이다. 세련된 맥거핀의 활용과 소소한 디테일 컷에서 확장되는 수많은 떡밥 회수는 이 작품이 얼마나 빈틈없이 완벽하게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긴 세월을 관통하는 비극적 사건을 다루는 <괴물>은 그 안에서 얽히고설킨 인간의 다양한 양면성을 끄집어낸다. 이는 괴물을 잡기 위한 괴물이 아닌, 모두가 괴물이 될 수밖에 이유를 보여주면서 이 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를 대변한다. 결국 스릴러라는 드라마적 매력 안에서 사람의 욕망과 심리를 집요하게 끌어내면서, 가장 무섭고 두려운 인간의 본성을 캐치해 내는 데 성공한다.
작품의 결을 따라 연기하는 배우들은 마치 캐릭터 위에서 춤추듯 연기한다. 그 어떤 배우들도 캐릭터에 삼켜지지 않고 온전히 캐릭터를 자기화하면서 연기한다. 연기 구멍 하나 없는 수준이 아니라, 모두가 완벽한 연기의 합을 선보인다. 그 해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신하균의 신들린 연기부터, 신인 배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 도로 무시무시한 연기력을 선보인 이규회와 최성은까지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완벽 그 자체였다.
시골을 배경 삼아 보여준 아름다운 미장센도 일품이었다. 자연 빛을 활용하는 촬영이나 배우의 연기 질감을 그대로 실려 보내는 클로즈업, 심지어 캐릭터의 대사와 시청자의 호흡까지도 쥐락펴락하는 편집력을 보여주면서 모든 부분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출력을 선보인다. 음악 역시 클래식하면서도 비장미 넘치는 곡들로 작품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살리면서 이 작품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어준다.
전반부의 완벽했던 디테일에 비해 후반부의 떨어지는 디테일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누가 범인인지 보다 어떻게 잡을지에 집중하면서, 빠른 범인의 노출로 인한 후반부 떨어지는 긴장감은 장르적인 재미에서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이동식과 한주원의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특별한 관계가 어떤 대사들에서는 조금 작위적으로 느껴지는데, 그나마 두 배우의 연기력으로 적당히 무마시킨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비밀의 숲>을 떠올리게 하는데, 전혀 닮지 않은 내용임에도 전개 방식이나 흐름, 전반적인 드라마 톤에서 <비밀의 숲>과 비슷한 기시감을 느껴지게 한다. <괴물>은 어쩌면 스릴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비밀의 숲>의 뒤를 밟고 등장한 작품처럼 보인다.
우리가 스릴러 하면 떠오르는 최고의 작품들 <시그널>, <비밀의 숲1>, <왓쳐>들과 비교해 봐도 <괴물>은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오락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울 수 있겠으나, 완벽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위의 작품들보다 더 부합해 보였던 작품이 바로 <괴물>이다. 연출과 각본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뻔한 스릴러 공식을 탈피하는 전개와 묵직한 메시지까지 모든 것에서 빈틈없이 완벽에 가까운 드라마였다. 드라마 마니아로서 오랜만에 느껴본 만족감이자, 솔직한 마음으로 기대 이상의 완성도에 조금은 충격마저 받은 작품이었다. <괴물>은 단연코 스릴러 작품으로서 최정점에 선 작품이자,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될 명작이다.
20년대 좋은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