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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형 쾌감 버스터

드라마 빈센조 리뷰

by 투스타우

다크 히어로 열풍의 포문을 연 <빈센조>는 2021년 상반기 <철인왕후>와 함께 오락적인 재미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다. 유쾌 통쾌한 재미뿐만 아니라, 연출적인 디테일이나 배우들의 열연까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완성도 높은 오락 드라마였다. 거기에는 박재범 작가 특유의 장르 구축과 김희원 PD의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이 크게 한몫했다.




박재범 작가 특유의 캐릭터 열전

이미 <김과장>과 <열혈사제>에서 남다른 캐릭터 열전을 보여줬던 박재범 작가. 그는 이 두 작품의 경험치를 토대로 <빈센조>에서 완성에 가까운 캐릭터 열전을 보여준다. 누구 하나 범상치 않은 캐릭터들을 나열하고, 오버스러운 행동과 유머로 끊임없는 재미를 생산한다. 드라마 한 편 한 편이 수많은 캐릭터들의 에피소드들로 엮여 있으며, 이러한 캐릭터들의 열전을 통해 유쾌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박재범 작가는 이러한 캐릭터 열전을 본인만의 공식으로 만들고, 이를 확고히 하는 데 성공한다.

20210429094023.png <빈센조>에서 절정에 다다른 박재범 작가 특유의 캐릭터 열전!!



새로운 장르!! 쾌감 버스터!!

무엇보다 이 작품이 오락적인 재미가 뛰어났던 것은 고구마와 사이다 전개를 리듬감 있게 반복하면서, 계속되는 쾌감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마피아가 금괴를 찾으려다 오히려 사람들을 도와주고 거대 카르텔과 맞서 싸운다는 매력 넘치는 이야기에, 시종일관 펼쳐지는 통쾌한 반전과 복수가 더해져서 제대로 된 쾌감을 느끼게 한다. 제작진이 공공연히 밝힌 박재범 작가만의 신 장르라는 쾌감 버스터(쾌감+블록버스터)를 언어 그대로 확실하게 보여준다.

20210429095306.png 매 회 에피소드마다 반전과 통쾌한 복수가 더해져서,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쾌감 버스터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법 울타리 밖의 악인은 악인으로 처리한다는 다크 히어로적인 쾌감까지 더해지면서, 이 쾌감의 시너지는 배로 커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빈센조>에 열광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10429100026.png 악인은 악인으로 처리한다는 다크 히어로적인 쾌감까지 더해지면서, 이 쾌감의 시너지는 배로 커진다!!



작가의 노림수에 완벽히 부합하는 연출

<돈꽃>과 <왕의 된 남자>에서 매력적인 연출을 보여줬던 김희원 PD. 특히 <돈꽃>의 엔딩 신들로 '엔딩 맛집'의 시초가 되었을 만큼 인상 깊은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그녀는, <빈센조>에서 절정의 연출력을 선보인다. 과감하고 임팩트 있는 연출로 주목받았던 그녀가 오버스럽고 과장된 스토리의 박재범 작가와 완벽하게 부합하면서 그 연출력이 꽃을 피우게 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놀라웠던 음악과 그 활용 부분. 다양한 신들에 완벽히 부합되는 개성 넘치는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선보이면서, <빈센조>의 쾌감 버스터에 방점을 제대로 찍어준다. 특히 시청자의 호흡마저 쥐락펴락하는 BGM의 활용은 김희원 PD의 전매특허가 된다.

20210429100924.png 과감하고 임팩트 있는 연출에 매력적인 미장센~
20210429100905.png 무엇보다 음악 활용에서 놀라움을 선보인 김희원 PD!!

결과적으로 <빈센조>에서 꽃을 피운 김희원 PD는 이듬해 박찬욱 사단을 만나, 그녀 커리어 중 최고의 걸작인 <작은 아씨들>을 탄생시킨다.

20230220105304.png 이듬해 김희원 감독은 박찬욱 사단을 만나 최고의 걸작 <작은 아씨들>을 탄생시킨다.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배우들

박재범 작가 특유의 캐릭터 열전에 배우들은 제대로 부합하면서, 캐릭터 열전에 걸맞은 연기 열전을 선보인다. 소년 같은 선량한 미모로 악랄한 이탈리아 마피아를 역설적으로 연기한 송중기는 <빈센조>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또 한 번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갱신한다. 개인적으로 그의 연기력의 정점은 <아스달연대기> 였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외모적인 매력까지 발산하면서 유시진 대위에 버금가는 눈부신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20210429102220.png 소년 같은 선량한 미모와 매력적인 보이스로 무시무시한 빈센조를 역설적으로 연기한 송중기!!

누구보다 인상적인 건 역시 전여빈이다. 캐릭터를 완전히 가지고 논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이 작품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이 배우가 과연 <죄 많은 소녀>와 <낙원의 밤>의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신들린 연기력을 선사한다. 그 외에도 곽동연, 조한철, 윤병희 등은 눈부신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면서 캐릭터 열전에 걸맞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20210429104604.png 캐릭터를 완전히 가지고 노는 전여빈!




오락적인 재미와 연출의 완성도까지 더해져 완벽에 가까운 오락 드라마를 보여준 <빈센조>.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이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장점으로 부각되었던 캐릭터 열전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악수가 되기도 한다.


양날의 검이 된 캐릭터 열전

<빈센조>는 사실상 <열혈사제>의 캐릭터 운용과 전개를 그대로 답습한다. 그만큼 유쾌하고 재밌었지만, 어느 정도 학습 효과가 있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캐릭터들의 반전과 활약은 조금씩 식상해져 간다. 그저 이야기들을 캐릭터 쇼로 전개해 나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뿐만 아니라 너무나 많은 캐릭터 열전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에피소드들이 늘어나는 것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여주고 활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후반부로 갈수록 메인 캐릭터들(특히 홍차영)의 활약이 줄어드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20210429130656.png 너무나 많은 캐릭터들의 반복되는 반전과 활약에 조금씩 식상해져 가고....
20210429114003.png 오히려 잘 만들어 놓은 메인 캐릭터들의 활약이 축소되는 안타까운 모습도 보인다.



아쉬운 악역 캐릭터와 배우들

뿐만 아니라 악역 캐릭터들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면서, 이를 연기한 배우들마저 캐릭터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빈센조에 비해 포스와 매력이 부족해 보였던 장준우와 이를 연기한 옥택연이 특히 그랬다. 장준우가 최종 빌런으로서 활약이 점점 줄어들면서, 옥택연 역시 그런 캐릭터에 묻히는듯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다.

20210429113826.png 수많은 캐릭터들에 치이면서, 최종 빌런으로서 아쉬움을 보이는 장준우.

무엇보다 아쉬운 캐릭터는 최명희였다. 아줌마 콘셉트의 소시오패스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뻔한 악녀 클리셰를 탈피한 최명희였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도대체 왜 그녀가 장준우에게 그토록 집착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소시오패스로 그려나가기엔 오히려 어떤 명분을 찾아야 할 것만 같은 캐릭터였다. 최명희를 연기한 김여진은 남다른 연기로 신개념 악녀를 보여주지만, 잘못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만약 이 캐릭터를 장준우의 돈과 명예를 사랑하는 외향적인 모습의 여성으로 그렸다면 정말 더 이상했을까? 뻔하디 뻔한 캐릭터였겠지만 장준우와의 관계와 케미에서 더 설득력이 있는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다.

20210429125703.png 뻔한 악녀 클리셰를 완전히 탈피한 최명희 캐릭터지만, 소시오패스로 그려나가기엔 뭔가 어색한 캐릭터였다.



15세 등급에 맞지 않는 잔인성

KBS 주말연속극의 바통을 이어받아 진정한 주말드라마가 되어버린 tvn 토일드라마. 9시에 방영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즐겼던 <빈센조>지만, 몇몇 장면들은 그 당시 19세 관람가인 <모범택시>보다 수위가 높을 정도로 과도한 잔인성을 보여준다. 물론 장준우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표현하거나, 빈센조의 마피아다운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보여주지 않아도 두 캐릭터의 성향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차라리 몇몇 회들은 19세 등급으로 조절해서 방영했으면 어떠했을까. 유쾌하고 재밌게 봤던 작품 안에서도 이런 장면들은 정말 눈살을 찌푸르게 만든다.

20210429131504.png 온 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음에도... 굳이 이렇게 까지 잔인한 장면들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20210429132218.png 빈센조 (tvN. 2023)

완성도뿐만 아니라 흥행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빈센조>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김과장>과 <열혈사제>에 이어 본인만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박재범 작가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놀라운 연출력을 보여준 김희원PD는 본인 이름 세 글자를 드라마 마니아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이 되었다. 또한 송중기의 완벽한 복귀작이자 대표작 중 하나로 기억하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다크 히어로 물의 신호탄 같은 작품으로 바로 이 <빈센조>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2021년 상반기 최고의 오락 드라마로서 <빈센조>가 얼마나 흥미로운 작품이었는지 증명해 주는 이유들이다.






20년대 좋은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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