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리뷰
2020년 코로나 시대에 단비와도 같았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일 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오게 된다. 계속되는 '코로나 시대'를 맞이했던 2021년. 이 작품은 그 당시 단비와도 같은 기적으로 우리를 위로해 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떠나보내는 것이 휴식 같은 친구, 동료를 떠나보내는 것 같은 씁쓸한 이유가 드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복수극 드라마들이 활개 치던 2021년 드라마들 사이에서 착하고 건강한 드라마로서 남다른 매력을 선보였던 이 작품의 마지막이 그래서 더 아쉬웠다.
전작에서 바로 이어지는 시즌2는 시즌1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이어간다. 인생을 이야기하는 의사 사람 이야기와 이우정 작가 특유의 시트콤식 전개, 그리고 음악을 통한 메시지 전달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쇼가 이 작품의 완성도를 유지해 준다.
시즌1과 조금은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다른 의학 드라마처럼 여러 환자들의 사연들을 시즌1에 비해 집중적으로 다뤘다는 것이다. 시즌1의 경우 환자의 사연에 많은 서사를 넣지 않은 것에 비하여, 시즌2는 매 회마다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와 서사를 집어넣었다. 이는 하나의 패턴으로 시즌2를 운영하는 부분이 되었는데, 이러한 패턴이 매회마다 남다른 감성과 위로를 전해주는 장점이 되었다. 이 드라마가 전달하는 위로와 희망이 '의사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더 몰입할 수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까지 추가하면서 더 큰 공감을 얻게 되었다.
시즌1에서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켰던 짝꿍 찾기가 시즌2에서는 관계 개선으로 바뀌었다. 여러 커플들의 만남과 이별, 아픔과 성장 등을 밀당하듯 줄다리기하면서, 악역 하나 없는 무공해 청정 드라마에서 나름의 긴장감을 유지해 나갔다. 하지만 분명 기존에 보여줬던 이우정 작가 특유의 짝꿍 찾기 혹은 3각 관계보다 더 밀도 높은 긴장감을 선사했던 것은 아니었다.
결국 부족했던 극의 긴장감을 완벽하게 메꿔놓은 것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이를 놀랍게 연기해 내는 베테랑 배우들이다. 시즌1에서 만들어놓은 캐릭터들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쌓이고 쌓여서, 시즌2는 그저 이들의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질 정도로 남다른 재미를 주었다.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는 이런 무공해 청정 드라마에서는, 캐릭터를 잘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주조연부터 작은 배역까지, 2021년에 방영한 그 어떤 드라마보다 캐릭터의 완성도가 독보적으로 뛰어났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모든 배우들은 그런 캐릭터를 즐기면서 촬영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실제 배우들과 캐릭터 간에 이질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이다. 이우정 작가의 놀라운 필력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극찬의 연속이었지만 그렇다고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단점이 없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이 짝꿍 찾기나 삼각관계 같은 극적인 요소들이 빠지면서 긴장감이 살짝 줄어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아쉬운 단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재미있는 작품의 길어진 러닝타임이었다.
매주 1회 방영하는 대신 시즌1부터 90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을 보여줬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하지만 시즌2로 넘어오면서 그 러닝타임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후반부에는 매 회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보여준다. 최근 음악이나 드라마들이 빠른 소비적 문화와 맞물려서 점점 더 러닝타임이 짧아지고 있는 추세에 오히려 역으로 시간을 늘린 것이다. 거의 한 회당 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이었다. 늘어난 시간의 이유에는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작가적 욕심도 있겠고, 시청률이나 앞서 이야기한 환자들의 사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재밌고 유쾌한 드라마라고 해도 늘어지는 러닝타임은 극의 리듬감을 늘어트리고,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문제를 초래한다. 평균 1시간이라는 시간 내에서 보여주는 드라마의 보편적인 호흡이 있는데, 그러한 호흡을 배제하니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지치고 피곤해진다. 심지어 자극적인 내용이 없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더욱더 늘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작 환경과 완성도 때문에 주 1회 방송을 택하였다고 했지만, 이 정도의 러닝타임이라면 차라리 주 2회 방송으로 편성했으면 어떠했을까 싶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리듬감을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이 부분은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꾸준히 보여주었던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의 인생 이야기는 결국 '그래도 우리 삶은 살만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배경이 바뀌어도 그 변함없는 인생의 진리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 뜨거운 위로와 공감은 가슴 따뜻해지는 희망으로 직결된다. 이 작품이 그저 의학드라마 혹은 청춘 드라마와 소비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우울했던 방구석에 웃음과 행복 그리고 희망을 선사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위로이자 축복이지 않았을까 싶다.
20년대 좋은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