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해피니스> 리뷰
<해피니스>는 남다른 좀비 드라마이다. 좀비를 이야기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들춰내고 풍자한다. 2021년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코로나와 부동산, 그리고 세대 갈등을 좀비물이라는 외형 안에 기막히게 믹싱하고 포장한다. 공포와 피로 낭자한 좀비물이 아닌, 밝고 경쾌한 톤의 새로운 좀비물의 등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건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이러한 포인트에 있다.
<해피니스>는 광인병이라는 좀비물에 집중하기보다 이로 인해 아파트 안에 갇히게 되는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현시대의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풍자하고 비판한다. 위장결혼으로 어려운 청년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이룬 윤새봄의 이야기부터 일반분양과 임대주택 사이에 벌어지는 계층 간의 갈등 문제는 자연스럽게 부동산 문제와 사회적 갈등을 떠오르게 한다. 세대 갈등과 종교 문제, 그리고 자본주의의 폐해까지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아파트라는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청년문제와 층간 소음, 인터넷방송과 불륜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들도 위트 있게 다뤄진다. <해피니스>는 좀비물의 탈을 쓴 사회 풍자 드라마로 봐도 무방한 이유이다.
이 작품은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코로나를 언급하면서(물론 코로나를 드라마에서 최초로 언급한 작품은 주말연속극 '오케이 광자매'이다) 감염병과 좀비를 절묘하게 매칭시킨다. 폐렴 치료제로 개발한 약이 광인병의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현재 코로나 예방접종과 치료 약에 대한 이야기를 절묘하게 비틀고, 변이 되는 광인병은 현재 계속적으로 변이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상시킨다. 코로나로 인한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좀비물에 대입하면서 이 판타지 같은 이야기에 남다른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전염병에 대한 심각성과 현 사회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좀비물로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이 독특한 아이디어와 발상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이 작품은 '해비니스'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전반적인 드라마톤이 경쾌하고 유쾌하게 그려나간다. 병에 걸려도 이성이 다시 돌아오는 '광인병'이란 설정이 기존 좀비물과는 다른 것도 색다른 부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좀비물로서의 장르적 재미와 매력이 없는 작품도 아니다. 부분 부분 그려지는 스릴러와 공포물의 분위기를 장르물의 대가인 안길호 PD의 손을 거치면서, 놀라운 퀄리티로 연출된다. 특히 반전과 함께 몰아치는 후반부의 전개가 압권인데, 광인병과 이보다 더 무서운 주민들과의 생존 싸움은 우리가 기대했던 좀비물의 재미를 확실히 보여준다.
<해피니스>의 매회 오프닝 시퀀스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 위로 조금씩 사라지는 'happiness' 타이틀을 보여주면서, 사라져 가는 일상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보여준다. 서로의 의심과 경계 속에서 사라져 가는 행복을 붙잡으려 하는 이들의 노력은 결국 '사람과 사람'만이 이뤄낼 수 있음을 이 작품은 은유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감염병으로 인해 새롭게 맞이하는 일상 역시 또 다른 행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마치 코로나 시대로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위로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은 못내 아쉬운 두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최근 <더 글로리>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 안길호 PD의 비주얼적인 강점이 특정된 공간으로 인해 잘 살아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립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시종일관 새 아파트의 배경만을 보여주는데, 이 공간들이 비주얼적으로 그리 탁월한 배경이 되어주지 못한다. 아파트 복도와 헬스장 그리고 옥상 정도가 배경의 전부라, 단조로운 배경 구성과 어색한 조명을 계속해서 보여주게 된다. 초반부 아파트에 고립되기 전 보여줬던 비주얼과 비교해 보면 배경에서 주는 아쉬움을 금방 인식할 수 있다.
다른 아쉬운 한 가지는 수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 사이에서 유독 두 주인공만 개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아파트 안에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만나 다양한 욕망과 사상들이 뒤섞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주인공만이 너무나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성격만을 보여준다. 물론 특공대와 경찰이라는 신체적인 남다름을 보여주지만, 성격에서 보여주는 캐릭터성이 너무 완만해서 다소 이들의 이야기가 싱겁게 느껴졌다. 이렇다 보니 중후반까지도 이 둘은 이야기의 주체가 아닌 아파트 상황의 관찰자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해피니스>는 <킹덤>으로 대표되는 한국 좀비물에 또 하나 추가되는 대표 좀비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전체적인 완성도와 디테일, 거기에 사회적 문제까지 재미있게 믹스하여, 그 어디에도 없는 남다른 좀비물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마저도 또 다른 '행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현시대의 고통을 좀비라는 이야기로 위로하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해피니스>는 티빙 오리지널 작품이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전체적인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넷플릭스 드라마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20년대 좋은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