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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Apr 17. 2023

여성들로만 이뤄진 신선함, 네거티브에 집중한 올드함

드라마 <퀸메이커> 리뷰

<퀸메이커>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정치 드라마에서 그 모든 서사를 전부 다 여성으로 바꿔 버린다. 심지어 빌런들마저 대부분 여성으로 꾸며져 있다. 이것이 이 작품만의 남다른 특장점이다. 하지만 이런한 장점을 빼면 사실 다소 올드한 정치 드라마이다. 그럼에도...




이해하기 힘든 황도희 실장의 변화 

<퀸메이커>의 이야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재벌로부터 버려진 전략기획실장 황도희가 재벌에 복수하기 위해, 그 대척점에 있는 노동 인권 변호사인 오경숙과 손을 잡고 서울시장에 뛰어드는 이야기이다. 결국 이 작품에서 초반부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재벌의 개였던 황실장이 왜 심정의 변화가 생겼는가인데, 그러한 변화에 대한 서사가 다소 이해하기 어렵게 그려진다. 그렇다 보니 황실장의 복수에 대한 동기가 크게 와닿지 않으면서, 이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만다. 

황도희 실장의 심정 변화에 대한 서사가 다소 부족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올드 한 완성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의 올드 한 완성도는 여성 중심의 정치 드라마라는 신선함과는 제법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연출과 미장센은 촌스럽고, 몇몇 배우들의 연기는 명배우들 사이에서 어색함만 보여준다. 정치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인 맛깔나는 대사들마저 이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예스럽다. 무엇보다 전략보다는 그저 상대방 흠집 잡기에 집중한 이야기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면서, 전략 싸움보다는 배우들의 포스가 이를 대신하는 느낌이다.

연출과 미장센은 촌스럽고, 정치 드라마의 맛깔나는 대사들 마저 이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전략보다는 그저 상대방 흠집 잡기에 집중한 이야기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황도희와 오경숙의 만남부터

몰입되기 시작하는 중반부

하지만 초반부 아쉬움과 올드 한 완성도에 익숙해지면 중반부부터 몰아치는 이 작품의 힘에 조금씩 매료되고 만다. 황도희와 오경숙의 물과 기름 같은 만남은 묘한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고, 조금씩 하나가 되는 워맨스의 전진에 어느샌가 몰입하게 된다. 늘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김희애의 감정 과잉의 연기와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문소리의 연기가 엇박자스러운 호흡을 보여주지만, 이마저도 어느샌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 두 명배우의 호흡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기운은 보면 볼수록 놀라운 앙상블을 선사하게 된다.

황도희와 오경숙의 물과 기름 같은 만남은 묘한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고~
조금씩 하나가 되는 워맨스의 전진에 어느샌가 몰입하게 된다.

넷플릭스의 자금력은 국내 정치 드라마 중 가장 큰 스케일의 비주얼을 보여주면서, 기존 정치 드라마와는 다른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류수영, 서이숙, 진경, 김선영의 매력적인 연기도 이 작품을 더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이전부터 빌런 연기로 주목받았던 류수영은 넷플릭스를 만나 더욱더 파괴적이고 매력적인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이야기의 전개는 계속해서 충분히 예상되지만,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변수들의 재미 또한 상당해서 결말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넷플릭스의 자금력은 국내 정치 드라마 중 가장 큰 스케일의 비주얼을 보여준다.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작품!!

이 작품은 여성으로 이뤄진 정치 드라마이며 여성 연대를 다루고 있지만, 페미니스트적인 성향은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셈블리>나 <보좌관> 같은 기존 정치 드라마에서 기피했던 진보와 보수의 정치 성향을 선명하게 드러낸 것은 다소 놀라운 부분이다. 재벌과 결탁하고 붉은색 당 컬러로 나선 백재민 후보는 자연스럽게 보수를 떠올리게 하고, 인권 변호사의 상징이면서 재벌 개혁에 나선 오경숙 후보는 어쩔 수 없이 진보를 떠오르게 한다.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시청자들에게 호불호가 될 수도 있는 작품이며, 이러한 부분이 드라마 평가에 적용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진보와 보수의 정치 성향을 선명하게 드러낸 것은 제법 놀라운 부분이었다.
인권 변호사의 상징이면서 재벌 개혁에 나선 오경숙 후보는 어쩔 수 없이 진보를~
재벌과 결탁하고 붉은색 당 컬러로 나선 백재민 후보는 자연스럽게 보수를 떠올리게 한다.




퀸메이커 (넷플릭스. 2023)

<퀸메이커>는 여성 중심의 새로운 정치 드라마이면서, 정치 이면의 쇼 비즈니스를 통쾌하게 들춰낸 드라마이다. 이는 뜨거운 울림을 선사했던 <보좌관> 같은 정치 드라마와는 조금은 다른, 정치쇼의 이면과 재벌의 비리에 집중한 드라마였다. 이러한 집중은 지금의 정치인들과 재벌가의 이중성을 비판하면서, 이들이 정책과 국민보다는 비즈니스에 입각한 정치쇼만을 보여주고 있음을 그려내고 있다. 마치 작년 대선처럼 말이다. 


재벌을 절대악으로 그린 전개와 그러한 재벌 개혁에 앞장선 여성들의 뜨거운 워맨스를 사견으로 바라보지만 않는다면, 분명 괜찮은 정치 드라마 한편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김희애와 문소리의 연기 앙상블은 그냥 놓치고 넘어가기에는 확실히 아까운 작품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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