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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Apr 13. 2023

상처받은 두 남녀가 치유되는 과정, 그것은 사랑!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 리뷰

<사랑의 이해>를 20년대에 기억할 최고의 멜로드라마로 극찬한 게 엊그제 같은데, 또 한 편의 걸작 멜로드라마가 나왔다. 바로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인 <사랑이라 말해요>이다. 무엇보다 멜로드라마에 이토록 공들인 연출을 <사랑의 이해> 이후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다소 부진해 보였던 2023년 상반기 드라마들 중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작품이다.




<나의 아저씨>의 멜로 버전

<사랑이라 말해요>는 그 어떤 작품보다 <나의 아저씨>와 비슷하다. <사랑의 이해>가 <나의 아저씨>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지만, <사랑이라 말해요>를 보면 진정한 <나의 아저씨>의 멜로 버전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구성이나 상황 설정, 심지어 캐릭터의 이미지와 행복을 좇는 메시지까지 많은 부분에서 닮아 보인다. 분명 다른 드라마지만 <나의 아저씨>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구성과 캐릭터 들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아류작 수준에 머문 작품인가? 아니다. 기대 이상이다. 놀라운 완성도와 디테일, 무엇보다 신인 작가인 김가은 작가가 그려내는 사람과 사랑에 관한 대사들이 너무나 감탄스럽다. 이러한 진심인 연출과 극본에 배우들의 역량이 더해져 눈부신 작품을 탄생시킨다.

<사랑이라 말해요>를 보면 <나의 아저씨>의 멜로 버전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구성이나 상황 설정, 심지어 캐릭터의 이미지와 행복을 좇는 메시지까지 많은 부분에서 닮아 보인다.


서로가 치유되는 과정의 디테일

<사랑이라 말해요>는 아빠와 불륜을 저지른 상간녀의 아들에게 복수한다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악연으로 엮인 인물들이 서로를 위로해 주면서, 결과적으로는 행복을 향해 조금씩 치유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치유의 과정들은 자연스럽게 '사랑'이라는 단어로 포장된다. 아니 '사랑'이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는 과정들이다. 무엇보다 악연으로 묶인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 치유하고 위로받는 과정들을 섬세하고 디테일 있게 그려내면서, 극에서 언급되는 '미친년'이나 할 수 있는 불가능한 사랑을 설득력 있게 그려나간다.

악연으로 엮인 두 주인공들이 서로를 위로해 주면서~
결과적으로는 행복을 향해 조금씩 치유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입으로 말하는 여자, 눈으로 말하는 남자

악연으로 묶인 두 남녀 주인공의 상황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두 캐릭터의 설정이 인상적이다.


하고 싶은 말은 못 하면서
묵묵히 담아놓고 눈으로 말하는


한동진.


하고 싶은 말은 다하면서,
진짜 속마음은 꺼내지 못하는

심우주.

이 두 사람의 기가 막힌 밸런스가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완벽하게 맞물리면서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우주는 동진에게 입을 열게 하여 마음을 여는 법을 가르치고, 동진은 우주에게 차가운 마음을 녹이는 방법과 진심에 다가서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이렇게 두 사람이 사르르 마음을 녹여가는 과정의 디테일이 너무나 좋으며, 그러한 과정을 김영광과 이성경 두 배우가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완벽히 표현해 낸다.


김영광과 이성경

김영광은 <썸바디>에 이어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상처 가득한 눈빛과 아픔을 꾹꾹 담고 있는 표정연기에서 동진이라는 캐릭터의 아픔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이별의 아픔과 부끄러운 엄마, 그래서 더 어려운 인간관계의 상처들을 쓸쓸히 짊어지고 있는 뒷모습마저 그만의 메타포 가득한 연기처럼 느껴진다. 힘없이 쓸쓸하게 그럼에도 꿋꿋이 올곧게 서있는 김영광의 큰 키가 오히려 동진의 캐릭터를 제대로 그려내는 듯한 느낌이다. 불과 얼마 전에 <썸바디>에서 그 무서운 괴물을 연기했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어느새 좋은 얼굴을 가진 진짜 배우가 되었다.

상처 가득한 눈빛과 아픔을 꾹꾹 담고 있는 표정연기에서 캐릭터의 아픔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김영광!!
상처들을 쓸쓸히 짊어지고 있는 뒷모습마저 그만의 메타포 가득한 연기처럼 느껴진다.

억척스럽고 강한 캐릭터 위주로 연기했던 이성경은 심우주란 캐릭터를 이전과 다르게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툭툭 던지는 말들에 진심을 실어 나르는 모습과 따스한 마음을 숨기고 못된 척하며 사는 심우주를 제대로 표현해 낸다. 무엇보다 꼭꼭 숨긴 사랑의 감정들이 이성을 뚫고 나와 온몸에 배이게 하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전과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만, 이것이 그녀의 또 하나의 무기가 될 것임을 이 작품으로 확신하게 된다. 곧 방영할 <낭만 닥터 김사부3>로 인해 심우주의 캐릭터가 빠르게 잊혀질까봐 걱정이 될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였다.

따스한 마음을 숨기고 못된 척하며 사는 심우주를 제대로 표현해 낸 이성경.
무엇보다 꼭꼭 숨긴 사랑의 감정들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출의 힘

처음에 언급했듯이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연출, 그것도 미장센의 힘이다. 멜로드라마일 뿐인데 미장센 하나하나에 신경 쓴 디테일이 너무나 놀랍고 인상적이다. 우울한 작품톤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한 잿빛 화면톤과 박세준 음악 감독의 음악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편집, 그리고 다채로운 카메라 워킹과 인물들의 디테일한 묘사까지. 또한 한국적인 미를 여러 부분에서 드러낸 배경 선택은 이광영 감독의 연출적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멜로드라마일 뿐인데 미장센 하나하나에 신경 쓴 디테일이 너무나 놀랍고 인상적이다.


물론

계속해서 언급하는 <나의 아저씨>를 떠오르게 만드는 설정들, 느린 호흡과 드라마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우울함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불편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캐릭터의 쓰임새가 일차적 수준에 머물렀던 강민영(안희연)이란 캐릭터와 다소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과한 캐릭터 설정도 이 작품이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성에 공감한다면 쉽게 희석되고 묻힐 단점들이다.

계속해서 언급하는 <나의 아저씨>를 떠오르게 만드는 설정과 장면들~
느린 호흡과 드라마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우울함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마치며

이 작품의 메시지를 정확히 담고 있는 <사랑이라 말해요>의 오프닝으로 이번 리뷰를 마치려 한다.

행복했던 가정에 어른들의 잘못으로 가리어진 불행. 우주는 컬러풀한 집이 그려진 스케치북을 검게 칠한다.
역시 나쁜 엄마와 이별의 상처에 방안 텐트 속에 갇혀있는 동진.
이 두 사람의 만남은 가까운 듯 가까워지지 않지만....
속마음을 내포하고 있는 그림자들은 서로를 치유하고 위로해 준다.
마침내 조금씩 상처를 벗겨내고 행복을 찾아가는 두 사람.
검게 칠한 우주의 스케치북이 상처가 벗겨지듯 조금씩 벗겨지면서 이 작품은 말한다.
이것은
'사랑'이라고.

사랑이라 말해요 (디즈니 플러스. 2023)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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