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상적인 오락 드라마

드라마 <수리남> 리뷰

by 투스타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을 보면 '재밌는 영화 한 편 본 것 같다'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소년심판>을 제외하면 조금씩 아쉬웠던 22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 오락적으로 가장 재미있고 잘 만든 드라마였다. 오락적인 완성도와 스케일에서 역대급이라고 평가받는 <킹덤>과도 견줄만한 작품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오락 드라마!!

<수리남>은 민간인 신분으로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면서 마약범들을 소탕하는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애초에 영화로 제작하려 했던 작품인지라 전반적인 스케일이나 완성도에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20230418092239.png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수리남>!! 완성도와 스케일이 영화를 보는 듯하다.

결국 드라마로 변경된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카지노>처럼 이야기를 늘리거나 불필요한 신들을 집어넣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국내 영화들에서 흥행했던 수많은 오락적 요소들을 기가 막히게 믹싱 하면서, 시종일관 몰입도 높은 재미와 극적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조폭 영화나 언더커버 물 특유의 오락적 재미에 갱단 간의 이권 싸움과 심지어 전쟁씬까지, 국내 드라마는 물론이고 영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스케일을 한 작품 안에 한꺼번에 몰아넣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스케일과 디테일을 해외 로케 촬영과 엄청난 제작비로 어색함 없이 완성시켰다는 것이다.

20230418092302.png 국내 영화들에서 흥행했던 수많은 오락적 요소들을 기가 막히게 믹싱해 놓는 <수리남>.
20230418092321.png 국내 드라마는 물론이고 영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스케일을 한 작품 안에 몰아넣는다.


윤종빈 감독 특유의 날것

윤종빈 감독의 작품들을 보면 굉장히 직선적이고 투박해 보이지만, 그만큼 특유의 날것이 그대로 살아있다. <수리남> 또한 영화에서 보여줬던 윤종빈 감독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다. 물론 최근 드라마 트렌드에 비하면 다소 촌스러운 듯한 연출도 보이지만,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날것의 힘은 역시란 생각을 들게 한다. 실제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재현해 내는 능력이나, 개성 강한 캐릭터의 설정부터 대사까지 그 특유의 남다름이 작품 전체에 제대로 녹아들었다. 이런 부분들을 드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드라마 마니아로서 또 다른 재미였다.

20230418092338.png 직선적이고 투박해 보이지만, 그만큼 윤종빈 감독 특유의 날것의 힘이 그대로 느껴진다!!


매력을 맘껏 선보인 배우들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인 하정우는 특유의 능글미를 앞세워 강인구라는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다. 몇몇 드라마에서는 그 캐릭터성을 제대로 못 살렸던 황정민은 역시 표현이 자유로운 OTT 플랫폼을 만나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선보여준다. 무엇보다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디테일과 표정 하나하나에서 정말로 경이롭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선과 악의 두 가지 모습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박해수는 이 작품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유연석 역시 무난한 연기로 이 작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무엇보다 매번 다른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조우진은 또 한 번 엄청난 캐릭터성을 드러내면서, 그가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를 어김없이 증명해 낸다.

20230418092406.png 매번 다른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조우진은 또 한 번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다.


물론 <수리남>도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회마다 완결성을 드러내면서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드라마적인 엔딩 연출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은 정말 의외였다. 6회를 제외하고는 모든 엔딩신을 와이드샷으로 처리한 것은 상당히 난감한 연출이었다. 빈티지함인지 정말로 촌스러운 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몇몇 연출들도 아쉬웠고, 사라진 여자 신도들 이야기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후반부 CG들도 이 작품의 옥에 티처럼 느껴졌다. 사실 가장 아쉬웠던 건 너무나 용맹 무쌍했던 강인구라는 캐릭터였는데, 그나마 하정우가 잘 커버했지만 솔직히 가장 리얼리티가 떨어졌던 주인공이었다.

20230418092422.png 드라마적인 연출을 배제한 매회 와이드샷의 엔딩신들.... 난 편집 실수인 줄 알았다.
20230418092441.png 너무나 용맹 무쌍했던 강인구라는 캐릭터의 리얼리티는 분명 아쉬웠다. 하정우였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20230418092450.png 수리남 (2022. 넷플릭스)

<수리남>을 영화라는 인식으로 바라보고 평가한다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작품은 드라마이고, 그러한 카테고리 안에서 분명 최고의 오락 작품이라는 것이다. 한 회당 60억이라는 역대 최고의 제작비는 이 작품의 스케일이 타 드라마들과 비교 불가의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락적인 요소와 스케일,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에 이국적인 요소까지, 근래 이 정도의 완성도와 오락성을 갖춘 드라마는 없었다. 분명 2022년 오락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였으며, 가장 이상적인 오락 드라마였다. <카지노>를 보면 <수리남>이 얼마나 잘 만든 작품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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