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몸값> 리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은 단편 영화인 원작의 확장판 개념이다. 원작과 동일하게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했는데, 설마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촬영 기법을 고수해 나간다. 이러한 실험적인 도전과 파격적인 전개는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많아 보인다.
이 작품은 단편영화였던 원작 <몸값>의 뒷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원작 자체가 이미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였는데, 그 이후의 전개 역시 파격적으로 그려 나간다. 원작의 성매매와 장기 밀매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지진이라는 재해로 뒤엎으면서 예상 밖의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예고편을 보지 않았다면 이 작품의 설정과 전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은 파격적인 전개보다 촬영 방식에서 더 큰 충격을 준다. 원작과 동일한 원테이크 촬영기법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고수했기 때문이다. 리얼타임으로 그려지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더 파격적이고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어떻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러한 촬영이 가능했을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몇 분 단위로 끊은 원테이크 촬영을 감쪽같이 하나로 연결한 것이었다. 심지어 무너진 건물 내부가 드라마의 배경이고, 카메라 투시마저 과하게 주다 보니 마치 3D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게 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게임처럼 여러 미션이 주어지고, 이를 클리어하는 과정들이 상당히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러한 원테이크 촬영과 게임을 하는 듯한 전개는 마치 한 번의 호흡으로 마지막까지 질주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쾌감을 선사한다.
파격적인 전개와 원테이크 촬영기법 등 여러 실험적인 도전은 분명 신선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원작의 매력은 잃어간다. 원작과 동일했던 초반부까지는 날것의 리얼리티를 보여주면서 흥미로웠지만, 지진 이후의 설정들은 파격을 넘어 다소 황당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가장 큰 아이러니는 원테이크 기법으로 살린 리얼리티와 이 드라마에서 펼쳐진 황당한 설정들이 상당히 언밸런스해 보인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광기들로 뒤섞인 공감 가지 않는 캐릭터들과 날것처럼 보였던 촬영기법이 부딪치면서 말 그대로 혼돈의 작품으로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덤으로 들리지 않는 소리와 계속되는 욕설, 심지어 흔들리는 카메라로 멀미까지 나는 상황은 리얼리티를 넘어 불편함마저 초래한다.
모든 인물들이 심각한 재난 상황보다 개인의 목적을 우선시하면서 이야기는 과한 설정의 연속이 된다. 파격과 충격의 연속을 선사하려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분명히 보이지만, 그저 과하기만 하니 피로감이 금방 몰려오고 만다. 이를 의식했는지 위험천만한 상황임에도 진선규의 캐릭터를 다소 코믹한 캐릭터로 설정했지만, 이마저도 이 작품의 분위기와 다소 맞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고 만다.
코믹한 캐릭터의 설정은 다소 아쉬웠지만, 진선규의 연기만큼은 의심할 필요 없이 완벽해 보인다. 표정과 제스처, 다양한 몸짓에 애드리브까지 팔색조 같은 매력을 여과 없이 선보인다. 전작 <종이의 집>에서 아쉬웠던 전종서는 이번 작품에서 본인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다시 한번 그녀만의 남다른 매력을 어필한다. 물론 기도녀로 열연한 원작의 이주영을 동일하게 캐스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마이네임>에서 어마 무시한 연기를 선보였던 장률은 이번에도 역시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임을 또 한 번 각인시킨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원테이크로 촬영된 것을 감안한다면, 이 모든 배우들의 연기와 애드리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몸값>의 파격적인 전개와 실험적인 도전에 점수를 준다면 정말로 만점을 주고 싶은 작품이다. 아마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연출이지 않나 생각된다. 하지만 그 좋은 점수들을 리얼리티에 반하는 언밸런스한 전개와 과한 설정 탓에 상당히 잃어버리고 만다. 무엇보다 이 질주하는 롤러코스터가 다소 불편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그렇더라도 그 롤러코스터가 멈추지 않고 끝까지 직진하는 힘만큼은 확실히 대단했다. 마치 게임처럼 초중반 스테이지는 다소 시시했지만, 후반부 최종 보스를 넘어 엔딩까지 향하는 과정은 분명 참신하고 파격적이었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보는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원작을 배제한다면 분명 오락적으로 놀라운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