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의 경쟁력을 보여준 웰메이드 형사물!

드라마 <형사록> 리뷰

by 투스타우

형사물 드라마는 이제 고인물 장르이다. 뻔한 클리셰들 속에서 얼마나 더 매력적인 설정과 캐릭터를 뽑아내는지가 관건인데, 사실 이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형사록>은 이것을 해낸다. 이 작품은 근래 보아온 형사물 드라마 중 가장 인상적인 설정과 완성도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설정!! 매력적인 서사!!

<형사록>의 강점은 다른 형사물과는 다른 캐릭터의 설정에 있다. 늙고 병들은 형사라는 캐릭터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혼하고 사는 외로운 아버지라는 설정이 상당히 리얼리티하고 흥미롭다. 이렇게 힘들고 기구한 인생인데, 본인을 협박하는 범인을 찾는 방법이 이러한 인생을 참회하고 돌아봐야 한다는 설정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것만으로 이 작품은 뻔한 형사물 드라마들과 다른 차이점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20221115124730.png <형사록>은 늙고 병들은 외로운 형사라는 설정에서부터 차이점이 있다.
20221115124835.png 무엇보다 이 형사를 협박하는 범인을 찾는 방법이, 이러한 인생을 참회하고 돌아봐야 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탁월한 구성, 어렵지 않은 이야기

협박하는 범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는 구성은, 범인 찾기라는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에 새로움을 불어넣는다. 설득력 있는 맥거핀들로 추리하는 재미를 선보이고, 반전과 추격전 등 형사물로서의 오락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최근 형사물 드라마들이 과도한 맥거핀과 복잡한 이야기 전개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거에 비해, <형사록>은 직선적인 전개로 그리 어렵지 않은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 작품이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이다.

20221115124909.png 협박하는 범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는 구성은,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에 새로움을 불어넣는다.
20221115130453.png 무엇보다 형사물로서 구성이 어렵지 않아, 몰입도가 상당히 좋다.




인상적인 완성도와 디테일

매력적인 설정과 캐릭터만으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는 없다. <형사록>의 완성도와 디테일은 웬만한 영화보다도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준다. 항구 도시를 그리는 디테일과 미술 배경,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미장센의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나다. 특히 배경과 공간에 대한 묘사들과 빛의 조명을 한껏 사용한 화면 질감은 굉장히 사실적이고 디테일하게 느껴진다. 과도한 클로즈업과 다양한 촬영 기법은 액션의 맛과 리얼리티를 살렸으며, 웬만한 형사물에 다 나왔을법한 배우들의 캐스팅은 지겨움을 넘어 완벽함을 보여준다. 형사물 드라마의 완성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완성도였다.

20221115131548.png 웬만한 영화보다도 뛰어난 퀄리티와 완성도를 선보인다.


극한의 연기!! 강렬한 몰입도의 이성민!!!

그리고 이 모든 중심에 강렬한 몰입도를 선사하는 이성민의 연기가 있다. 엄청난 배우임에는 틀림없지만, 과한 감정연기와 다작 출연으로 그만의 메리트를 잃어 갔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극한에 다다른 김택록이란 늙은 형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또 한 번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눈빛과 표정뿐만 아니라 거친 호흡 하나하나에 모든 힘을 쏟는 듯한 그의 연기는 작품에 혼신을 다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육체적, 감정적 한계에 다다른 캐릭터를 이렇게 완벽히 표현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안타까운 건 이러한 놀라운 연기가 이어서 공개한 <재벌집 막내아들>의 연기로 가려져 버렸다는 것이다. 드라마신에서 2022년에 가장 인상적인 남자 배우는 누가 뭐래도 이성민이었다.

20221115132556.png 극한에 다다른 김택록이란 형사에 완벽하게 싱크로율 되면서~
20221115132855.png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인 이성민!!!
20221221110039.png 안타까운 건 이러한 놀라운 연기가 <재벌집 막내아들>의 연기로 가려져 버렸다는 것이다.....




아쉬운 단점들

물론 <형사록>도 여러 단점을 드러낸 작품이다. 무엇보다 후반부 범인의 서사에 대한 개연성이 너무나 아쉽다. 이 개연성이 무너진 상태에서 진행된 엔딩신은 그래서 더 무리수처럼 느껴진다. 어색하게 무너지는 벽돌담 같은 몇몇 옥에 티와 시즌2를 염두에 둔 싹둑 자른 결말도 상당히 아쉽게 느껴진다.

20221115125801.png 범인의 서사에 대한 개연성이 너무나 아쉽다.
20221115132617.png 이 개연성이 무너진 상태에서 진행된 엔딩신은 그래서 더 무리수처럼 느껴진다.




20221114072953.png 형사록 (2022. 디즈니플러스)

<형사록>은 아쉬운 마무리를 보였지만,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만큼 좋은 완성도와 디테일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근래 형사물 드라마 중 최정점에 있는 작품으로, <왓쳐>와 <아무도 모른다>를 잇는 숨은 걸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디즈니 플러스라는 낮은 인지도의 채널이 아쉽지만, 디즈니 플러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카지노>를 보기 위해 9,900원의 이용료를 내고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요'라고 대답하겠지만, <형사록>을 보기 위해서라면 '무조건 가입해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OTT의 무한 경쟁 속에 뛰어난 작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 가운데서도 <형사록>은 돋보이는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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