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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를 관통하는 회귀물 판타지! 그리고 논란의 결말!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리뷰

by 투스타우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지만, 22년 최고의 흥행작이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다소 식상해 보이는 회귀물 소재와 뻔한 재벌 이야기가 그리 메리트가 있어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회귀물이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전개가 남달랐고, 무엇보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특히 이성민의 어마 무시한 연기는 이 작품의 시청률을 최정점까지 올려놓는데 큰 이바지를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결말은 이 모든 장점들을 상쇄시켜 버리고 만다....




회귀물 판타지와 현대사 리얼리티의 조화

보통 회귀물을 그리는 판타지 드라마들은 단순히 인물들의 가족사나 연애사 등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대한민국에 크게 기여한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면서, 자연스럽게 국가적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와 맞물리게 된다. 무엇보다 삼성을 떠오르게 하는 순양이라는 재벌가와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한국 현대사와 경제사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구성을 선보이게 된다. 시작은 회귀물이라는 판타지로 시작했지만 결국 대한민국 현대사를 다시 그리는 작품이 되면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시청자들도 오랜만에 TV 앞에 모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20221221102216.png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인공이 대한민국에 크게 기여한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면서~
20221221102122.png 자연스럽게 국가적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와 맞물리게 된다.


진도준이란 판타지와

진양철이라는 리얼리티의 조화

결국 이러한 회귀물과 리얼리티의 조화는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캐릭터와도 연결된다. 소년미 가득한 진도준을 연기하는 송중기의 판타지 연기와 이병철 회장을 연상시키는 이성민의 리얼리티 한 진양철 회장 연기가 놀라운 조화를 이루면서 극의 하이라이트를 형성하게 된다. 무엇보다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그리는 두 캐릭터의 팽팽한 기싸움이 극의 활력소가 되면서 이 작품의 놀라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20221221102900.png 소년미 가득한 송중기의 판타지 연기와 이성민의 리얼리티 한 진양철 회장 연기가 놀라운 조화를 이룬다!!


흔들리는 무게중심, 흔들리는 판타지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진도준의 판타지를 압도하는 진양철 회장의 아우라로 인해 극의 무게중심이 자연스럽게 진양철 쪽으로 기울게 된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진양철이 되고, 모든 서사가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판타지보다는 현대사에 어울리는 드라마로 변모하고 만다.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대표하는 두 캐릭터의 조화라는 매력에서, 그저 진양철의 일대기와 막장 재벌가의 싸움으로 그려지는 뻔한 작품이 돼버리고 만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오락적 재미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진양철 회장을 연기하는 이성민의 압도적인 연기력 때문이었다.

20221221104652.png 모든 서사가 진양철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판타지보다는 현대 역사극에 어울리는 드라마로 변모하고 만다.




이성민의 아우라

<형사록>에서 강렬한 몰입도 선사했던 이성민의 연기를 극찬한 적이 있다. 올해 드라마신에서 다소 부진했던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기였다고 호언했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이성민은 그러한 연기를 스스로 뛰어넘어 버린다.

20221221105333.png 얼마 전 <형사록>에서 강렬한 몰입도 선사했던 이성민!!!

다소 과하다고 느껴지는 이성민의 감정 연기에 진양철 회장이라는 불같은 캐릭터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이성민의 강점인 경상도 사투리까지 붙으면서 그저 시작부터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를 완성해 낸다. 여기에 눈빛과 제스처 그리고 거친 호흡 하나까지 완벽하게 그려내는 이성민의 열정까지 더해져, 실로 오랜만에 경험하게 되는 한 배우의 엄청난 아우라를 감상하게 된다. 심지어 섬망 증상까지 나오는 후반부는 그의 스펙트럼 한 연기력에 정점을 찍으면서, 말 그대로 '이성민 쇼'를 보는듯한 장면들이 연출되어진다. 이성민의 진양철 회장 연기는 앞으로 수없이 회자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20221221110039.png 이성민은 놀라운 진회장 연기로 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놀라운 배우들의 앙상블!!

그렇다고 이 작품에 이성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판타지보이를 연기한 송중기부터 삼 남매를 연기한 윤제문과 조한철, 그리고 김신록의 개성 넘치는 연기까지 멋진 앙상블을 이루면서 재벌집의 민낯을 실감 나게 꾸려 나간다. 진양철 이후 리얼리티의 무게 중심을 잘 잡은 진영기역의 윤제문과 리듬을 타듯 매력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 조한철의 연기는 이들이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특히 코믹과 애드립으로 무장한 김신록의 새로운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20221221105447.png 무엇보다 셋째 진화영을 코믹과 애드립으로 무장하여 연기한 김신록의 새로운 모습은 너무나 놀라웠다!




심각한 개연성 부족, 아쉬운 완성도

이 작품의 놀라운 흥행과 눈부신 연기들에 비하면 완성도는 다소 아쉽다. 조금씩 설득력을 잃어가는 진도준의 복수와 목적의식은 사실 초중반부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였다. 복수라는 목적의식이 흔들리면서 삼양의 주인이 되려는 진도준의 행동도 조금씩 당위성을 잃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그토록 집착했던 전생의 가족들을 금전적으로 바로 도와줄 수 있음에도 그러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개연성 부족으로 보인다.

20221221123812.png 조금씩 설득력을 잃어가는 진도준의 복수와 목적의식은 사실 초중반부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였다.

정의감과 순애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서민영 검사의 이상한 캐릭터도 아쉽다. 무엇보다 그런 서검사와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던 러브라인도 보는 내내 불편했었다.

20221221124119.png 서검사와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던 러브라인도 보는 내내 불편했다.

시대의 디테일을 잘 살린 미술 배경이나 의상, 소품 등은 뛰어났으나, 인물들의 분장이 캐릭터의 나이와 맞지 않으면서 시종일관 몰입도를 방해한다. 비주얼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옥에 티는 바로 분장이었다.

20221221123846.png 20대 중반의 막내 손자가 있는 할머니와 아들의 외모.... 인물들의 분장이 나이와 너무 맞지 않는다.


논란의 마지막 회!! 위험한 결말!!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회에 집결된다. 죽지 않은 윤현우로 돌아간 마지막 16회의 이야기는 개연성을 떠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그저 윤현우의 꿈처럼 그려지면서, 2회부터 15회까지 진도준의 이야기에 몰입했던 시청자들은 한순간의 꿈처럼 이야기를 잃어버리고 만다. 결과적으로 시청자가 원했던 진도준의 결말은 없고, 윤현우의 엔딩만 남아 버린 최악의 결말이었다.

20221226152536.png 죽지 않은 윤현우로 돌아간 마지막 16회의 이야기는 진도준의 이야기를 한순간 날려버리고 만다.
20221226071722.png 결국 진도준의 결말은 없고, 윤현우의 엔딩만 남았다.....

윤현우가 진도준을 살해한 공범이었다는 것이 기억 안 났다는 설정이나, 20년 전에 핸드폰으로 통화를 녹음했다는 개연성 붕괴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전개를 처음부터 구상했다면 진도준과 윤현우의 외모 차이가 확실히 달랐어야 했으며, 무엇보다 <철인왕후>처럼 진도준의 서사를 반드시 마무리 졌어야 했다. 참회로 인한 회귀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와닿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진도준의 판타지 같은 전개와 그 결말이 궁금했던 시청자들에겐 전혀 불필요한 엔딩이었다. 2회부터 15회까지 진도준에게 몰입해서 본 시청자들이 바랬던 건, 원작처럼 그가 순양을 갖고 회장이 되는 모습이었다. 진도준의 서사를 다 날려버릴 만큼 윤현우의 엔딩이 중요했던 것일까? 이미 개연성은 다 무너진 후반부였는데, 진도준과 윤현우 두 사람의 결말을 다 보여줄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20230502121828.png 무엇보다 심각했던 건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본 진도준의 서사를 무의미하게 날려 보냈다는 것이다.
20230502121850.png 원작처럼 진도준의 엔딩을 보고 싶었던 시청자들에겐 전혀 불필요한 엔딩이었다....




20221221124745.png 재벌집 막내아들 (2022.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은 분명 오락적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회귀라는 소재를 활용한 판타지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리얼리티의 조화가 탁월했던 작품이었다. 진도준이란 판타지 보이가 한국 현대사와 맞물려 재벌가를 조금씩 정복해 가는 과정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여기에 호응하고 극을 아우르는 진양철 회장의 열정에서 놀라운 매력을 발산한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재벌가를 연기한 조연 배우들, 그 가운데 드라마신에 한 페이지를 기록할 이성민의 명연기가 이 작품을 더욱더 빛나게 한다.


하지만 부족한 완성도와 개연성 부족, 무엇보다 논란의 결말이 이 작품의 완성도를 심각하게 좀 먹으면서 작년 가장 안타까운 작품이 되고 말았다. 2022년 대미를 장식하기에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곱씹을수록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기분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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