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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Jun 02. 2023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좋은 하루 여행!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리뷰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떠나는 딱 하루 여행,
걷고 먹고 멍 때릴 수 있다면!!


매회 주문을 외우듯 이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박하경 여행기>. 이 작품을 정확히 함축할 수 있는 나레이션이다. 왜 떠나야 하는지 시시콜콜 이야기하지도 않고, 자아성찰 따위 심오한 주제도 논하지 않는다. 그냥 무작정 떠나는 여행 브이로그를 보는 것만 같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여행기를 그리는 디테일과 비주얼이 압도적이라, 마치 내가 여행하는 것만 같은 힐링과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다.




딱 좋은 하루 여행, 딱 좋은 여행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가 선사하는 '사라지고 싶을 때 떠나는 딱 하루 여행'은 말 그대로 지친 현대인에게 '딱 좋은' 여행 드라마이다. 많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지 않고,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는 여행기로 절제된 톤 앤 매너를 유지한다. 그 안에서 소소하게 던져주는 웃음과 연출적 재미, 그리고 매회 다른 음악, 다른 카메오 출연은 극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된다. 특히 여행이라는 반복적인 에피소드에 다르게 적용되는 연출적 장치들은 이 작품의 독특한 개성을 극대화한다. 마치 여덟편의 다른 단편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박하경 여행기>는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절제된 톤 앤 매너를 유지한다.
그 안에서 소소하게 던져주는 웃음과 연출적 재미, 그리고 매회 다른 음악과 카메오 출연은 극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된다.

여기에 예술, 세대갈등, 연애, 교육 등등 현재 청춘들이 짊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툭툭 건드리는 센스까지 더해져 이 작품의 남다른 완성도를 빛나게 한다. 심지어 후반부 죽음이라는 소재를 노골적으로 들어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행기 안에 녹여내는 이종필 감독과 손미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여기에 현재 청춘들이 짊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툭툭 건드리는 센스까지 더해진다.




전국 팔도를 그리는 완벽한 미장센

여행 드라마라는 소재답게 전국 팔도를 그리는 미장센은 너무나 훌륭하다. 한국 관광 홍보영상으로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는 미장센과 대한민국 곳곳의 숨어있는 장소를 담아내는 디테일은 지금까지의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장센에 방점은 찍는 이나영의 비주얼과 패션까지. 지역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계절의 활용, 그리고 빛을 다루는 조명까지 완벽하게 아우르는 미장센은 보는 내내 감탄하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비주얼은 내가 여행하고 있는 것만 같은 몰입도를 선사하면서, 여행에서 얻는 소소한 행복을 공유 받게 된다.

여행 드라마답게 전국 팔도를 그리는 미장센이 너무나 훌륭하다.
그리고 이러한 미장센에 방점은 찍는 이나영의 비주얼과 패션까지 그저 완벽하다.




박하경 그 자체였던 이나영

<박하경 여행기>는 이나영을 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와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맥심 광고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그녀만의 멍한 캐릭터가 작품에 제대로 녹아들면서, 마치 매력적인 광고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럼에도 이 인위적인 영상미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름다운 미장센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이나영의 남다른 아우라 때문이다. 주변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이나영만의 장점이 이 작품의 절제된 매력을 한 것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본인이 갖고 있는 특유의 무감정인 듯 센티한 매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네 멋대로 해라> 이후 오랜만에 인생작 하나를 탄생케 한다.

박하경이란 캐릭터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는 이나영.
아름다운 미장센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이나영의 남다른 아우라가 돋보인다.




박하경 여행기 (wave. 2023)

여덟 편의 단편 영화를 감상한 듯한 느낌을 주는 <박하경 여행기>는 역시 OTT이기에 가능했던 구성과 전략이었다. 20여 분밖에 안되는 매회 에피소드는 정말 맥주나 한잔하면서 보기 딱 좋지만, 이 작품의 매력이 너무 황홀해서 오히려 작품에 취하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여행이라는 소재로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선사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옴니버스식 구성안에서도 그려낸 기승전결의 완성도와 매력적인 오프닝, 그리고 예고편을 그려내는 듯한 엔딩신과 다채로운 배우들의 열연까지. 여기에 감독과 작가의 재능까지 완벽하게 더해지면서 또 하나의 웰메이드 드라마를 탄생케 한다. 여행을 좋아하고 <리틀 포레스트>같은 작품을 선호한다면, 아마 취향 저격을 넘어 인생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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