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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Jun 09. 2023

막장 주말드라마를 때깔 나게 압축한다면?

드라마 <나쁜 엄마> 리뷰

이 작품의 초반부 완성도를 보고, JTBC 수목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을 조만간 갈아치울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수목 드라마뿐만 아니라,  JTBC 평일 드라마의 모든 시청률을 모조리 갈아 치우는 신기록을 보여준다. 그만큼 <나쁜 엄마>는 오락적으로 재미있고 엄청난 몰입도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심지어 초반부에는 걸작의 냄새마저 풍겼었다. 하지만....





콤팩트하게 압축한 막장 주말드라마


살인, 복수, 파혼, 기억상실, 장애, 
숨겨진 아이, 위암 말기, 자살기도, 
그리고 신파.... 

주말드라마도 일일연속극도 아니다. <나쁜 엄마>가 14회 동안 보여준 이야기이다. 이러한 전개가 초반부에는 파격적으로 느껴지면서, 클리셰를 통쾌하게 비트는 작품이라며 물개 박수마저 쳤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파격적인 전개가 아니라, 뻔한 주말연속극의 클리셰를 압축하여 몰아넣은 것뿐이다. 50부작의 주말드라마를 콤팩트하게 만들었으니 재미가 없을 수 없다. 여기에 주말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초호화 캐스팅과 심나연PD의 매력적인 연출까지! 한마디로 '막장 주말드라마를 때깔 나는 비주얼과 매력적인 배우들로 콤팩트하게 만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정확한 대답이 되는 작품이 바로 <나쁜 엄마>인 것이다. 

살인, 복수, 파혼, 기억상실, 장애 그리고 숨겨진 아이, 위암 말기에 자살기도까지!!
거기에 강력한 신파까지 더해서!! <나쁜 엄마>는 주말연속극의 클리셰를 14부작 안에 압축시킨 작품이었다.

물론 이러한 많은 서사를 콤팩트하게 압축하다 보니 이야기 전개는 당연히 부자연스럽다. 캐릭터들의 서사도 부족한 상황에서 계속되는 중구난방식 전개는 몰입도를 떨어트리고 이야기를 산만하게 만든다. 다행히 복잡하게 꼬인 서사들을 후반부에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복수를 향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깔끔하게 진행시킨다. 물론 이렇게 진행된 결말마저도 너무나 급전개처럼 느껴지긴 한다.

이야기 전개는 부자연스럽고, 중구난방식 전개는 몰입도를 떨어트리고 산만하게 만든다.
다행히 복잡하게 꼬인 서사들을 후반부에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깔끔하게 마무리시킨다.


드라마 역사상 가장 불행한 주인공

<나쁜 엄마>는 위로와 희망의 휴먼 드라마처럼 홍보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만 선사한다. '행복한 농장'이라는 돼지 농장의 이름도 반어적인 표현으로 느껴질 정도로 진영순의 서사에 과도한 불행만을 지속적으로 부여한다. 이렇게까지 캐릭터를 불행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캐릭터를 바닥까지 끌어내리면서, 어느 부분에서 위로와 희망을 느껴야 하는지 화가 날 정도로 스트레스만 받게 된다.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진영순의 뜨거운 모성애와 강호가 건강을 되찾기 위한 장치로 불행을 활용하기에는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전개들이었다. 불행했기에 행복한 삶이었다는 대사도 작가의 말장난 같은 궤변처럼 들릴 뿐이다.

위로의 희망의 드라마처럼 홍보했지만... 진영순의 서사는 드라마 역사상 가장 불행했다....




때깔 나게 압축한 막장 주말드라마

그럼에도 <나쁜 엄마>에게서 걸작의 냄새가 났던 이유는 바로 제작진과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에 있다. 영화판에서 놀던 배세영 작가의 블랙 코미디식 유머와 로컬 드라마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디테일, 그리고 <괴물>에 이어 또 한 번 놀라운 연출력을 선보이는 심나연PD까지. 무엇보다 초호화 캐스팅에 빛나는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가 이 작품을 맛깔나게 빛내준다. 

영화판에서 놀던 배세영 작가의 필력과 로컬 드라마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디테일!!
그리고 또 한 번 놀라운 연출력을 선보이는 심나연PD의 능력까지!!
무엇보다 초호화 캐스팅에 빛나는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가 이 작품을 맛깔나게 빛내준다.


라미란과 이도현

결국 극한의 스토리와 신파 전개는 두 주인공 배우의 역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교두보가 된다. '나쁜 엄마'가 되어야 하는 좋은 엄마와 '나쁜 아들'이 되어야 하는 좋은 아들을 라미란과 이도현이 완벽히 연기해 내면서, 놀라운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 

극한의 스토리는 결국 이 두 배우의 역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극한의 모성애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라미란의 연기는 이 작품의 뜨거움을 제대로 표현해 준다. 어떤 배우와 연기해도 잘 어울리는 그녀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이 작품의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아우르고 포용해 낸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파격적인 전개에도 어떻게든 설득시켜 내는 라미란의 눈부신 연기는 보는 내내 감탄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과대포장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나의 착각이었다. 오랜만에 한 배우의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극한의 모성애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라미란의 명연기!!

사실 더 놀라운 건 이도현이다. 차가운 검사와 7살 소년을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이 작품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이다. 따스하면서도 냉철한 모습부터 소년미 가득한 모습까지. 외모뿐만 아니라 발성과 제스처 그리고 눈빛의 변화마저, 불행한 서사를 온전히 짊어진 최강호란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 낸다. 올해 상반기 드라마 신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남자 배우를 뽑으라면 단연코 <나쁜 엄마>의 이도현이다.

이 작품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차가운 검사와 7살 소년을 넘나드는 이도현의 연기이다!

덤으로 40대 초반의 나이로 할머니 연기를 놀랍게 소화한 강말금의 연기도 주목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 <신성한, 이혼>에서 보여준 연기와 전혀 다른 톤을 선사하면서 이 배우의 역량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또한 윤귀남의 모습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귀여우면서도 순수한 방삼식을 연기한 유인수의 연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쁜 엄마 (2023. JTBC)

<나쁜 엄마>는 강력한 흥행 요소였던 막장 신파극이 오히려 이 작품의 완성도를 좀 먹는 듯한 모습이었다. 신나연PD가 최대한 막장스럽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보였지만 말이다. 그만큼 이 작품의 강력한 서사는 연출이나 연기도 짓눌러 버릴 만큼 너무나 극한의 메운 맛 전개였다. 비슷한 톤으로 느껴지는 <동백꽃 필 무렵>과 비교해 보면, 이 작품의 신파와 불행했던 서사들이 얼마나 무리수였는지 깨닫게 된다. 과함을 더러 내고 비상식적이고 불행한 서사들을 조금만 더러 냈다면, 올해 상반기 또 하나의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최소한 진영순의 죽음만 배제했더라도 이 작품의 의도와 어느 정도 부합하는 행복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초반부 기세와 후반부 재치가 그래서 더 아깝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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