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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Jun 19. 2023

낭만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파고든 새로운 도전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 리뷰

내가 김사부 시리즈를 얼마나 애정하는지 3년 전 블로그 리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전편인 <낭만당터 김사부2>를 비슷한 플롯에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혹평했었다. 그런 김사부가 다시 돌아온다니, 솔직히 흥행보다는 같은 이야기를 또 반복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낭만닥터 김사부3>는 전작에 비해 아쉬운 시청률을 보여줬지만, 반대로 완성도에선 시리즈 최고의 시즌을 선사한다. 





설상가상! 메디컬 액션!!

영리한 시리즈물의 완결판

<낭만닥터 김사부3>는 영리한 시리즈물이다. 시즌1부터 이야기했던 외상 센터의 설립으로 스케일을 키우고, 이제는 주연급으로 성장한 배우들의 화합은 적은 분량에도 좋은 시너지를 낸다. 과할 정도로 펼쳐지는 응급 환자와 사건 사고들의 난입은 '설상가상'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칼잡이 의사들의 메디컬 액션 혈전(?)은 또 다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외상 센터의 설립과 다양한 사건 사고는 스케일을 더 키우고~
계속되는 사건의 개입은 '설상가상'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시리즈의 단점이었던 엿듣기식 전개가 이번에도 존재하지만, 이번 시즌은 애교로 봐줄 정도로 적어졌다. 이제는 드라마를 가지고 노는 유인식 PD의 연출은 이보다 더 이상적일 수 없어 보이며, 특히 블록버스터를 방불케 했던 9~10화의 연출은 <배가본드>를 연출했던 유인식 PD의 또 다른 강점을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무엇보다 시리즈의 연결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다양한 연결 고리는 이 작품을 오랫동안 사랑했던 팬들에게 커다란 행복이었다. 

시리즈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연결 고리는 이 작품을 오랫동안 사랑했던 팬들에게 커다란 행복이었다.


여전한 한석규 시프트

무엇보다 이 작품의 최고의 강점인 한석규 시프트가 이번에도 어마 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심지어 한석규는 본인의 출연량을 시즌2보다 더 줄이면서 젊은 배우들의 화합과 성장을 더 돋보이게 하는, 마치 김사부 같은 리더의 자세마저 보인다. 이렇게 화려한 출연진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출연량을 확보한 것은 타이틀롤이자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인 한석규의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의 드라마 시스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주연 배우의 미덕이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는 닥터 부용주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쓸쓸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출연량은 더 줄었지만 오히려 후배들을 돋보이게 하는, 마치 김사부 같은 모습마저 보이는 한석규.




낭만과 현실 사이 괴리

빌런 캐릭터들로 김사부에 대한 견제를 보여왔던 이전 시즌과 다르게 시즌3에서 새로 투입한 차진만 교수는 김사부를 검증하는 캐릭터로 활용된다. 환자만을 살리기 위한 '낭만'같은 김사부의 신념을 '현실'을 중요시하는 차진만 교수를 통해 그 문제점을 제대로 짚고 넘어간다. 차진만 교수의 다른 신념과 자신을 닮은 서우진의 아픔을 통해 김사부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자신의 신념에 대해 고민하고 다시 증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낭만과 현실 사이 괴리를 제대로 짚어내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냉정한 현실과 마주한 돌담 식구의 위기를 그려낸 이번 시즌의 변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환자만을 살리기 위한 김사부의 신념을 '현실'을 중요시하는 차진만 교수를 통해 그 문제점을 짚고 넘어간다.
"너는 환자만 보이고 의사는 안 보여?"
김사부는 이 시리즈 처음으로 자신의 신념에 대해 고민하고 다시 증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좋은 리더, 그리고 

의사의 본질과 존엄성에 대한 질문

강은경 작가는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를 통해서 수많은 사회적 문제와 옳고 그름에 대한 메시지를 캐치하고 질문한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리더란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소통과 화합 그리고 조직의 올바른 성장과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들을 이야기한다. 

좋은 리더란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탐구하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의사의 존중에 관한 메시지이다. 김사부의 신념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의사의 본질과 존엄성에 대한 질문,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의사 부족과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한 본질 탐구는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 시즌 최고의 논제였다.   

의사의 본질과 존엄성에 대한 질문,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의사 부족 문제에 대한 본질 탐구는~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 시즌의 최고의 논제였다.




완결하지 못하는 이야기 

계속되는 희망고문

좋은 완성도와 작가적 메시지, 그리고 오락적 재미와 배우들의 명연기까지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낭만닥터 김사부3>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많은 질문과 고민을 던지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완결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간다는 것이다. 의사에 대한 낭만과 현실 사이 괴리감에 대한 문제부터 김사부의 손목 문제, 그리고 시즌1부터 그려온 모난돌 프로젝트까지. 어느 하나 완결성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시즌4에 대한 희망고문만 던지게 된다. 여기에 힘겹게 등장한 강동주까지 이야기를 완결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분란만 일으키는 애매한 캐릭터로 활용된다. 물론 이 매력적인 작품이 시즌4까지 나온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시즌3까지 왔으면 어느 정도 완결성을 그리는 이야기들이 펼쳐져야 하지 않았을까? 멜로라인을 제외하면 확실한 결말 없이 너무 먼 미래만 내다보는 김사부와 작가의 시선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완결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간다.
이젠 정말로 윤서정까지 함께한 진짜 완결성 있는 이 시리즈의 엔딩을 보고 싶다.



                     

낭만닥터 김사부3 (2023. SBS)

좋은 시리즈물은 이전 작품들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가 그렇다. 기막힌 시리즈의 연결성과 다채로운 이야기의 확장, 그리고 캐릭터들의 성장과 함께 커져만 가는 시청자들의 애정까지. 이 시리즈가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작품인지 시즌3까지 와서야 비로소 깨닫고 느끼게 된다. 아쉬운 시청률이 여러 비판에 빌미를 주었지만, 분명한 건 <낭만닥터 김사부3>는 시리즈 중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와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시리즈물이란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작품이었다. 


흥행과 결과를 떠나서 이번 시리즈가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시청자들 모두가 똑같을 것이다. 언젠가 또다시 우렁찬 목소리로 사람을 우선시하는 김사부의 낭만 타령이 울려 퍼지길 바라며, 기약 없는 다음 시즌을 기다려 본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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