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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Jul 12. 2023

미장센으로 메꿔버린 여백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리뷰


<마당이 있는 집>은 콘셉트가 명확하다. 영화를 염두에 둔 원작을 8부작으로 확장하면서, 이야기가 아닌 연출로 여백을 메꾼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다. 그만큼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미장센을 선사하면서, 연출하나 만큼은 작년 <작은 아씨들> 못지않은 임팩트를 선사한다. 하지만...




매력적인 프롤로그

과거의 상처로 인해 남편에게 구속당하고 사는 부잣집 여자와 남편의 폭력에 고통스러워하는 가난한 집 여자. 부잣집 여자의 집 마당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고, 가난한 집 여자의 남편이 의문사하면서 접점이 없을 거 같던 두 여자의 기묘한 만남이 시작된다. 이렇게 1화의 프롤로그가 두 인물을 나눠서 묘사하면서, 마치 영화의 매력적인 오프닝 시퀀스를 보는 듯한 멋들어진 구성으로 시작한다. 이러한 매력적인 프롤로그는 이 작품의 완성도에 높은 기대를 갖게 하지만, 의외로 이후의 전개는 지지부진함을 보여준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남편에게 구속당하고 사는 부잣집 여자, 문주란과~
남편의 폭력에 고통스러워하는 가난한 집 여자, 추상은.
두 인물을 나눠서 묘사는 1화의 매력적인 프롤로그는 이 작품에 큰 기대를 갖게 만든다. 


정적인 호흡, 느린 전개

잘 짜인 서스펜스 스릴러의 구조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여자가 만나서 이뤄지는 다양한 앙상블까지. <마당이 있는 집>은 원작자인 김진영 감독의 의도 데로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스토리였다. 하지만 이 작품을 8부작으로 확장하기엔 이야기의 구성이 다소 빈약해 보였다. 물론 좋은 각색으로 부족한 살들을 채워졌다면 좋았을 텐데,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은 원작의 결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이야기보다는 연출로 부족함을 채우는 선택을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장센만큼은 최고의 결과치를 뽑아냈지만, 반대로 이야기는 느리고 정적인 호흡을 보여주면서 지루한 전개를 선보이고 만다.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스토리지만, 8부작으로 확장하기엔 이야기의 구성이 빈약하다.
결국 부족한 이야기를 연출로 메꾸고, 이는 결과적으로 느린 호흡을 보여주면서 지루한 전개를 선보이고 만다.

이런 작품을 볼 때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조금만 더 콤팩트하게 러닝타임을 줄였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정적인 호흡과 느린 전개는 오히려 이 작품의 놀라운 반전들 마저 추리하게 만드는 악영향까지 주고 만다. 미장센은 좋았지만 빠른 호흡과 몰입도를 높이는 연출이 아쉬웠고, 그만큼 확장하지 못한 이야기가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일까? 결말의 하이라이트에서 휘몰아치는 전개와 작은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생동감 넘치는 연출이 유독 더 돋보이기도 했다.

느린 전개는 이 작품의 놀라운 반전들 마저 추리하게 만드는 악영향까지 주고 만다.
느린 호흡 때문인지 휘몰아치는 결말의 하이라이트와 생동감 있는 연출이 유독 더 돋보인다.




미장센을 보는 재미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의 미장센을 보는 재미 하나만큼은 정말로 일품이다.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매력적인 구성과 공간을 활용한 다채로운 연출, 미술 배경과 조명이 아우러지는 아름다운 미장센과 음향효과를 활용한 탁월한 연출까지. 확실히 올해 <더글로리>, <사랑의 이해>와 함께 미장센로선 가장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드라마였다. 흑백의 모노톤으로 보여주는 플래시백의 활용도 인상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예고편의 화면 비율을 과감하게 트리밍 한 부분이 상당히 신선했다.

이 작품의 미장센을 보는 재미 하나만큼은 정말로 일품이다.
미술 배경과 조명이 아우러지는 아름다운 미장센과 공간을 활용한 다채로운 연출까지!!


상반기 올해의 여배우, 임지연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 때 없이 좋다. 늘 논란이 있는 김태희지만 분명 괜찮은 연기를 선보였으며, 표정의 변화가 다채롭지 못해 다소 밋밋할 때도 있지만 이 작품의 중심에 서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그동안 보여왔던 연기톤과 다른 느낌을 선사한 김성오의 연기도 좋았고, 뮤지컬계에서 핫한 최재림의 빌런 캐릭터에 대한 해석도 인상적이었다.

다소 밋밋한 표정이 어색할 때도 있지만, 이 작품의 중심에 서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김태희.

누구보다 극찬할 수밖에 없는 배우는 역시나 임지연이다. 얼굴 근육을 완벽하게 활용하면서, 감정에 요동치는 모습들을 즉각 즉각 드러내는 표정연기가 <더 글로리>에 이어서 또 한 번 일품이었다. 가해자인 연진이에 이어 피해자인 추상은을 연기함에도 또 다른 캐릭터와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임지연의 연기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확실히 올해 상반기 드라마씬에서 단 한 명의 여배우를 뽑으라면 단연코 임지연이다. 

얼굴 근육을 완벽하게 활용하면서, 감정에 요동치는 모습들을 즉각 즉각 표정에 드러내는 연기가 일품인 임지연!!
연진이와는 또 다른 캐릭터와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임지연의 연기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마당이 있는 집 (2023. ENA)

<마당이 있는 집>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시청 중에 여러 번 들었다. 그만큼 미장센과 캐릭터의 밀도가 높고, 영화적인 반전의 요소도 훌륭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8부작 드라마로 확장하면서, 부족했던 여백을 채우지 못하고 전개가 늘어진 건 끝내 아쉬운 부분이다. <안나>처럼 상류층과 하류층의 삶을 비교하면서, 그들의 삶을 위트 있게 풍자하는 내용들이 빈 여백을 채워줬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캐릭터는 매력 있고 연출도 멋드러 졌지만, 이야기의 호흡이 너무 느려서 연출마저 겉도는 느낌마저 들었다. 당연히 결말에서 전달하려는 여성의 주체적인 삶에 대한 메시지도 느린 호흡에 가려지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이뤄놓은 미장센과 연출, 그리고 눈부신 연기만큼은 분명 올해 드라마 중에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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