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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Jul 29. 2023

어쩔 수 없는 군대의 부조리, 내딛는 한 걸음

드라마 <D.P.2> 리뷰

2년 전 표현의 한계성을 마음껏 열어 재친 넷플릭스는 결국 <D.P.>라는 드라마를 통해 병영생활의 폐단, 그 뿌리 깊었던 문제까지 과감히 끄집어 놓는다. 왜 군대가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그 이유를 정확히 캐치하면서,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군대의 문제를 제대로 캐치하고 보여준다. 같은 해 최고의 이슈였던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D.P.>가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이유이다. 오락적인 병영 드라마를 넘어 사회 고발 형식까지 갖추었던 <D.P.>. 그리고 2년 만에 돌아온 시즌2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모험수를 던진다.




여전한 폭력의 대물림 그리고 방관자들

<D.P.2>는 그럼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폭력의 대물림과 이를 방관하는 간부들의 모습들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군대가 힘든지'를 넘어, 그 부조리한 모습들의 근본까지 끄집어 내면서 왜 군대가 변할 수 없는지를 디테일하게 그려 나간다. 이러한 모습들에 책임감을 느끼며 후회와 고통 속에 조금씩 변해가는 준호 일행들의 디피조 활동이 시즌2의 메인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폭력의 대물림....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들의 근본까지 끄집어 내는 <D.P.2>


앞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

하지만 <D.P.2>는 시즌1처럼 '어쩔 수 없는 군대'에 그저 방관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도전을 감행한다. 시즌1처럼 다양한 탈영병들을 잡으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반복할 수도 있었겠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준호 일행들은 이 부조리를 막아내기 위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는다. '어쩔 수 없는 군대'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내딛는 준호 일행들의 무리수가 사실 이 작품의 진정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이 작품의 또 다른 무리수가 되기도 한다.

시즌1처럼 그저 방관자에 머물지 않고...
'어쩔 수 없는 군대'를 바꾸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리얼리티에서 판타지로 느껴지는 이유

군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준호 일행의 후반부 도전은 사실 굉장히 판타지스럽고 개연성이 떨어져 보인다. 시즌1과 시즌2의 중반부까지 보여줬던 그 어마 무시한 리얼리티가 갑자기 퇴색되고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나라가 책임을 지고 군대가 바꿔야 한다'라는 거창한의 메시지를 억지로 끄집어 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반부가 판타지스럽고 억지스러웠던 진짜 이유는 바로 그만큼 군대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어쩔 수 없는 군대의 부조리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임을 시청자들도 알기에, 준호 일행의 의미 있는 한 발자국이 상당히 무리수 같고 리얼리티가 떨어져 보였던 것이다. 

군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준호 일행의 후반부 도전이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군대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장르적 변주

<D.P.2>의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한준희 감독의 연출적인 의지와 맞물려 매회 에피소드마다 독특한 장르적 변화를 가져온다. 시즌2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3화의 이야기는 이 작품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연출을 선보인다. 반대로 4화의 GP 이야기는 공포물에 가까운 분위기를 그려내고, 액션의 쾌감을 던져주었던 5화의 기차씬들은 추격전의 매력을 한 것 선사해 준다. 심지어 마지막 6화에서는 스케일을 키우면서 법정물의 매력까지 선사한다. 여전히 뛰어난 카메라 워킹과 과감한 편집, 그리고 완벽한 BGM의 활용까지 한준희 감독의 능력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D.P.2>이다.

매회 에피소드마다 독특한 장르적 변화를 가져오는 <D.P.2>. 3화는 마치 뮤지컬을 보는 것 같고~
4화의 GP 이야기는 공포물에 가까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눈부신 배우들

시즌1에 이어서 자신의 커리어에 정점을 갱신하는 정해인과 구교환의 매력 넘치는 연기는 이번 시즌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특히 책임감에 흔들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안준호의 불안한 눈빛을 제대로 캐치한 정해인의 연기는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흔들리는 안준호의 불안한 눈빛을 제대로 캐치한 정해인은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시즌1 이후 슈퍼스타로 돌아온 손석구는 특유의 제스처와 표정 연기로 변화하는 임대위를 멋지고 소화해 내고, 김성균 역시 무게감 있는 연기로 이 작품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역시 김루리 일병을 연기한 문상훈과 니나를 연기한 배나라이다. 시즌1의 조석봉이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 두 배우의 열연은 <D.P.2>에서 연기적으로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개인적으로 지진희는 다소 미스 캐스팅으로 보인다.

시즌1의 조석봉이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루리 일병 역의 문상훈과~
이번 시즌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니나역의 배나라!!




아쉬운 부분들

사실 무결점에 가깝게 느껴졌던 시즌1에 비해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보이는 시즌2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군대를 바꾸기 위한 준호 일행들의 전진은 어쩔 수 없이 이 작품의 리얼리티를 떨어트리는 이유가 된다. 시즌1부터 노골적으로 보여줬던 뿌연 화면 처리가 이번 시즌에서는 더욱 강조되면서, 오히려 눈의 피로도를 올리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사실 가장 아쉬웠던 건 시즌1 인물들의 재등장인데, 다소 억지스러운 인물들의 재등장이 이 작품의 개연성을 떨어트린다. 

뿌연 화면 처리가 이번 시즌에는 더욱 강조되면서, 오히려 눈의 피로도를 올린다.
특히 시즌1의 다소 억지스러운 인물들의 재등장이 이 작품의 개연성을 떨어트린다.




디피2 (2023. NETFLIX)

마치며 : 슬프고도 비장한

<D.P.2>는 대한민국 군대의 부조리를 통렬하게 지적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이 군대가 쉽게 바뀌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어쩔 수 없는 군대'를 그저 방관하지 말고, 이를 바꾸기 위해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딛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개연성 없고 판타지처럼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나라를 지켜야 하는 의무로 반드시 가야만 하는 군대는 그저 견디고 견뎌서 전역만 하면 그만인 곳일까? 이곳에 일어나는 모든 폭력과 부조리들은 그저 언제까지 당연시해야만 하는 것일까? <D.P.2>는 군대 문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회 고발 형식을 넘어, 여전히 한 걸음도 움직이는 못하는 대한민국 군대라는 아픈 현실마저도 담아낸 슬프고도 비장한 드라마이다. 그러한 아픈 현실에 그래도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 이 작품의 의미 있는 도전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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