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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Aug 19. 2023

욕망이란 마스크를 쓴 브레이크 없는 질주

드라마 <마스크걸> 리뷰

<마스크걸>은 외무 지상주의로 가득한 세상에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질주하는 한 여성의 연대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무엇보다 브레이크 없이 달려나가는 여러 캐릭터들의 열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메시지와 기괴함을 넘어 이 작품의 가장 큰 무기가 된다. 여성들의 연대와 서사에 얼마나 많이 공감하느냐에 따라 이 작품은 수작을 넘어 걸작의 문을 두드린다.




김모미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기괴하면서도 파격적인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마스크걸>은 못생긴 김모미의 이중생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낮에는 외모로 무시당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밤에는 마스크를 쓴 채 인터넷방송 BJ로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채워나간다. 유부남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받기를 원하는 김모미의 욕망은 조금씩 브레이크 없이 전진하고, 주오남이라는 직장 상사와 뜻밖의 살인 사건에 엮이면서 김모미의 드라마틱한 연대기가 시작된다. 

<마스크걸>은 못생긴 김모미의 이중생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밤에는 마스크를 쓴 채 인터넷방송 BJ로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채워나간다.


각자만의 욕망이란 마스크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를 위트 있게 비트는 메시지를 바탕에 두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집중하는 건 인물들의 다양한 욕망이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김모미의 욕망, 성적 욕구를 채우고 싶어 하는 주오남의 욕망, 아들의 복수를 위해 전진하는 김경자의 욕망까지 모든 인물들이 오로지 자신의 뒤틀린 욕망에만 집중하고 전진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각자만의 마스크로 자신을 포장하고 자위한다. 김모미는 마스크와 성형을, 주오남은 자위 기구로 가득 찬 자기 방을, 김경자는 종교라는 믿음으로 가린 채 개인적인 욕망에 모든 것을 내던진다.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의 마스크를 탐구하면서, 그 안에 진심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확실한 남다름을 선사한다.

각자만의 마스크로 자신의 욕망을 포장하는 인물들. 김모미는 마스크와 성형으로~
주오남은 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자기만의 방으로~
김경자는 종교라는 믿음으로 가린 채 개인적인 욕망에 모든 것을 내던진다.


돋보이는 연출적 의지

김용훈 감독이 직접 각색한 이 작품의 연출도 남다르다. 인물 중심의 옵니버스식 구성이나 매력적인 카메라 워킹, 그리고 기괴함과 따스함을 아우르는 기묘한 미장센과 BGM의 활용까지. 여기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류성희 미술감독의 청색 파라다이스와 장영규 음악 감독의 기막힌 사운드의 조화는 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빛내 준다. 

옵니버스식 구성이나 매력적인 카메라 워킹, 그리고 기괴함과 따스함을 아우르는 기묘한 미장센과 BGM의 활용까지.
여기에 류성희 미술감독의 청색 파라다이스와 장영규 음악 감독의 사운드의 조화는 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빛내 준다.                          


극한의 상황이 만들어낸 배우들의 명연기

결국 각 캐릭터들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자연스럽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김모미를 연기한 이한별, 나나, 고현정의 연기는 감탄의 연속이었고, 특히 신인배우 이한별의 싱크로율 높은 외모와 캐릭터 해석력은 이 배우의 가능성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오히려 배역을 3등분 하여 배우들의 출연 분량이 짧았던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특히 나나) 안재홍은 욕망에 사로잡힌 덕후 캐릭터를 무섭게 연기하면서, 그동안 다소 매너리즘에 빠져 보였던 자신의 연기톤을 과감히 깨부숴 버린다.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 분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주오남의 캐릭터를 잘 살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캐릭터의 질주는 배우들의 연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눈부셨던 신인배우 이한별의 초반부 열연!!
자신의 연기톤을 과감하게 깨부숴 버린 안재홍의 파격적인 변신도 인상적이다.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김경자역의 염혜란이다.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 인지는 이미 많은 작품에서 증명해 보였지만, 정말로 미친개처럼 연기하는 염혜란의 괴물 같은 연기력은 또 한 번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특히 사랑과 분노를 한 대 섞은 직설적이고도 오묘한 표정 연기는 올해 배우들 중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아마 내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소 두 명 이상은 이 작품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애증을 한대 섞은 직설적이고도 오묘한 표정연기로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인 염혜란!!




옴니버스식 연출의 명과 암

드라마 <마스크걸>은 캐릭터들을 한 명씩 조명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김용훈 감독은 마치 일곱 가지 다른 독립영화를 보듯이 캐릭터별로 기조를 바꿔가면서, 원작의 긴 서사를 효과적으로 압축시킨다. 하지만 이는 에피소드별로 간극이 크게 느껴지는 원인이 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롭지 못한 문제도 야기한다. <무빙>이나 <박하경 여행기>처럼 인물에 따라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연출이었겠지만, <마스크걸>은 김모미의 대서사가 이 작품의 전체에 드라마틱 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연출로 김모미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으면서, 후반부 전개에 대한 개연성들이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전반부 보여줬던 오묘한 기운이 후반부에 완전히 퇴색되어 버리면서, 마치 전반부와 전혀 다른 작품처럼 결말이 그려진다.

옴니버스식 연출로 초반부 보여줬던 오묘한 기운이~
후반부 퇴색되어 버린 건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다.


한 인물로 엮이지 않는 김모미

결국 세가지 시간대로 나눈 옴니버스식 구성은 김모미의 캐릭터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모미의 중간 서사를 편집하고 세 명의 배우로 빠르게 교체하다 보니, 캐릭터의 통일성이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성형 수술로 외모가 달라졌다고 해도 같은 인물로 보기에는 그 간극이 제법 커 보이며, 이는 한 인물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김모미의 중간 서사를 편집하고, 세 명의 배우로 빠르게 교체하다 보니~
인물의 간극이 제법 커 보이며, 김모미의 정체성이 상당히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마스크걸 (2023. NETFLIX)

<마스크걸>은 앞서 말했듯이 김모미의 서사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개인적인 평가나 만족도가 달라진다. 다행히 이 작품은 후반부 <델마와 루이스>와 <친절한 금자씨>가 보이는 대중적인 전개로 기괴했던 캐릭터들의 뒤틀린 욕망들을 어느 정도 공감시키는데 성공한다. 여기에 이 작품이 보여준 개성 넘치는 미장센과 연출적 의지, 그리고 올해 그 어떤 드라마보다 눈부셨던 배우들의 연기가 이 작품의 좋은 완성도를 지탱해 준다.


하지만 전반부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했던 메시지들이 힘없이 흩어지고, 후반부 신파적인 요소를 섞은 대중적인 전개가 기상천외했던 전반부의 매력을 퇴색시켜버린 건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다. 초반부의 기괴함을 개성 넘치는 매력으로 바라봤다면 대중적인 후반부가 아쉬울 것이며, 반대로 초반부를 불쾌함으로 견뎌냈다면 오히려 후반부의 전개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어떻게 바라보던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처럼 원작을 보지 않았다는 전제하에서)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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