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 리뷰
<웰컴투 삼달리>는 로컬 드라마의 클리셰를 고스란히 따라가는 작품이다. 특별한 무리수 없이 뻔한 이야기를 그려내지만, 세대를 걸쳐 그려낸 제주도 삶의 모습들이 이 작품의 빈틈을 촘촘히 메꿔 놓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웰 메이드 로컬 드라마이다.
로컬 드라마의 메인 소재인 서울에서 온 도시 여자와 시골에 사는 정 많은 남자. <동백꽃 필 무렵>부터 <갯마을 차차차>까지 이런 로컬 드라마의 내용은 늘 뻔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끌리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웰컴투 삼달리>는 제주도의 삶을 적극 활용하는 이야기로 이 작품의 뻔함을 극복해 낸다. 제주도를 그저 이쁜 배경으로만 활용하지 않고,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기상청 그리고 해녀의 상황들을 잘 녹여낸 에피소드가 나름 인상적이다. 비어 보이는 스토리를 가장 제주스러운 이야기로 촘촘하게 채워 넣었다.
<하이바이, 마마>에서 너무 큰 실망을 안겼던 권혜주 작가는 모험수를 최대한 배제하고, 로컬 드라마의 장점들만을 잘 흡수하면서 안정감 있는 전개를 선보인다. 물론 초반부 조삼달이 제주도로 내려오는 이유가 설득력을 잃으면서, 이 작품의 개연성이 시작부터 흔들리는 불안한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헤어졌던 연인이라는 설정과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야기, 그리고 조용필이라는 희대의 가왕을 활용하는 잔 재미에서 이 작품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고구마 같은 전개의 뿌리였던 부모 세대의 이야기도 나름 설득력을 보여주면서, 여러 세대를 걸치는 이 작품의 남다른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든 캐릭터들을 어루만지면서, 유쾌 통쾌한 편집으로 극을 맛깔나게 살리는 차영훈 감독의 연출도 역시나였다.
무엇보다 간만에 제 옷을 입은 신혜선의 연기가 이 드라마를 제대로 맛깔나게 만든다. 그동안 보여줬던 다양한 캐릭터에 자신을 맞추는 연기가 아닌, 조삼달을 완전히 '신혜선'화하면서 우리가 알던 압도적인 그녀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다. 파괴적이었던 <최악의 악>을 완전히 잊게 만드는 지창욱의 풋풋하면서도 귀여운 시골남 연기도 매력적이었다. 두 사람의 눈부신 케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매력은 충분해 보인다. 유오성의 고지식한 아버지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특히 <이재 곧 죽습니다>에 이어 또 한 번 눈부신 연기를 선사하는 국민 엄마 김미경의 연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엄청난 울림을 선사한다. 김미경의 무시무시한 연기를 경험하는 순간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로컬 드라마의 매력인 시골의 냄새와 고향의 향기, 무엇보다 정겨운 이웃들이 선사하는 따스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웰컴투 삼달리>는 다시 한번 재연해 낸다. 무엇보다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전개보다 꿈과 사람에 집중하는 이야기는 이 작품이 어떠한 메시지에 중점을 두었는지 느끼게 한다. 나를 믿어주는 내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가족 혹은 친구 그리고 돌아올 고향을 이야기하면서, 내 사람과 함께함이 가장 나다움을 이야기한다. 뻔한 로컬드라마의 이야기 안에서 오랜만에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들려준 그런 따스한 드라마였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