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선산>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선산>은 오컬트적인 요소에 한국적인 이야기를 녹여낸 연상호 특유의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연상호라는 이름 자제가 이 작품의 페인팅이 되면서 오컬트를 가장한 매력적인 스릴러 물을 선보인다.
<선산>은 있었는지도 모른 친척의 죽음으로 선산을 유산받은 시간강사 윤서하가 그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비밀들을 파헤치는 스릴러 드라마이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연상호라는 이름 때문에 <방법>과 <괴이>같은 오컬트 작품들이 떠오르지만, 이것 자체가 페인팅이고 맥거핀이 된다는 것이다. 음산한 비주얼과 사운드로 마치 오컬트 드라마처럼 분위기를 몰아가지만, 결국 이 작품의 정체는 아주 잘 짜여진 스릴러 드라마라는 것이다. 이 맥거핀에 제대로 낚여 신선하게 받아들였다면 이 작품을 흥미롭게 볼 것이며, 오히려 이러한 부분에 당황했다면 이 작품은 상당히 실망스러울 것이다. 어쨌든 <선산>은 곧 개봉할 영화 <파묘>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의 작품이다.
문제는 이 작품이 드라마보단 마치 한 편의 영화를 6등분 하여 나눈듯한 인상이 강하다는 것이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볼 때는 나쁘지 않지만, 회차분으로 구성되는 드라마의 특성으로 볼 때 한 회에서 그려지는 기승전결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다. 스릴러와 반전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주지만,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하기에는 6부작이라는 짧은 작품임에도 다소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결국 영화처럼 중반부로 넘어가야지만 이 작품이 제대로 흥미로워진다. 여기에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는 경찰들의 이야기도 이 작품의 늘어짐에 한몫한다.
이 작품은 다양한 욕망으로 뭉쳐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러한 캐릭터성을 최적의 캐스팅으로 꾸려진 배우들의 연기로 깔끔하게 구현해 낸다. 특히 알 수 없는 기운으로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인 류경수의 연기가 눈에 띄고, 잠깐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양아치 모습으로 돌아온 박성훈의 연기도 반갑다. 무엇보다 세속적이면서 자격지심에 빠져있는 주인공 윤서하 역을 연기한 김현주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미 <트롤리>에서부터 우리가 알던 김현주와 다른 얼굴을 보여준 그녀의 연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확실히 느껴진다. 또래 여배우들과 다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그만큼 신선하고 다채로운 얼굴의 김현주였다.
<선산>은 충분히 있을법한 한국적인 소재를 오컬트적인 요소 안에 흥미롭게 믹싱 한 드라마이다. 직계 가족에 대한 한국적인 문화와 가족이지만 남처럼 지내는 지금의 가족 문제를 동시에 그려내면서 '가족'이라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스릴러라는 장르로 재치 있게 풀어낸다. 단지 오컬트의 탈을 쓴 이 작품의 실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시청자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나는 호불호에서 호였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