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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비숲은 비숲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2 리뷰

by 투스타우

2020년 가을, 기대와 우려 속에 <비밀의 숲2>가 방영하였다. 사실 완결성을 보였던 시즌1에서 후속작을 제작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 기획이었다. 무엇보다도 <비밀의 숲>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역대급’이라는 상징성도 상당한 부담으로 보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제는 현실적으로 황시목과 한여진의 합동 수사를 볼 수 없다는 것 또한 이야기 전개에 있어 큰 걸림돌이었다.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궁금했는데, 이수연 작가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메인으로

둘이 합동수사가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검경 수사권 조정을 메인 이야기로 다루자! 이것이 시즌2의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였다. 판타지를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이수연 작가의 지독한 욕심은 이번 시즌2에 제대로 투영시킨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검찰의 권력을 축소시키려는 진보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보수 세력. 이 위험한 줄타기를 과연 중립적으로 다룰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극 초반 검찰의 비리를 보여주는 듯하면서, 다음에는 보란 듯이 경찰의 비리도 건드린다. 결과는 정해져 있지만 교묘하게 중립노선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추리극을 보여준다. 마치 반으로 쪼개진 현 정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20230206122048.png 시즌2의 시작은 검찰과 경찰의 대립을 메인으로 두 주인공을 갈라놓으면서~
20230206122030.png 검경 수사권 조정을 메인 이야기로 다룬다!!



하지만 그것마저 페인팅

하나의 작은 사건을 시작으로 커다란 국가적 비리까지 파고들었던 <비밀의 숲1>과 달리, 시즌2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커다란 숲에서 시작해서 마치 수많은 나무들을 해집어 놓듯이 작은 사건들로 파생적으로 전개해 나간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메인 스토리 인 듯했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는 여러 사건들,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을 꿰뚫어 버리는 서동재 납치 사건은 결국 검경 수사권에 대한 이야기마저 하나의 커다란 페인팅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커다란 숲은 검경 수사권 조정인데, 극의 재미는 이 숲을 미친 듯이 해집어 버린 서동재 사건에 집중되면서 그 영향력은 상당히 축소된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사실 굉장히 파격적이면서도 이질적이라, 마치 하나의 드라마 안에서 몇 가지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20230206125314.png 메인 스토리처럼 느껴졌던 초반 검경 수사권 조정 이야기에서~
20230206122224.png 다양한 사건들이 파생적으로 중구난방 하듯이 전개해 나간다.



안개에 가려진듯한 복잡한 전개

과도한 맥거핀

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전개 방식은 보는 시청자마저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방향마저도 헷갈리게 만든다. 너무 많은 방향 설정과 수많은 맥거핀이 보는 이로 하여금 지치고 힘들게 만든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러한 놀라운 전개와 스토리 라인을 선사한 이수연 작가에게 감탄한 것은 사실이나, 과하고 의미 없는 맥거핀이 상당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치 프롤로그의 안개신처럼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커다란 안개 숲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방향을 끊임없는 미로로 빠트려 버린다. 어쨌든 이러한 전개 방식은 우려했던 대로 검경 수사권의 핵심은 못 건드린 채 서동재 사건으로 극적 재미만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20230206122357.png 이러한 복잡한 전개와 수많은 맥거핀은~
20230206122412.png 1화의 안개신처럼 드라마를 오리무중에 빠트리고 방향성마저 잃어버리게 만든다.



안타까운 이야기 배분의 실패!!

매 회마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반전으로 정신을 쏙 빼놓았던 전작과 달리 <비밀의 숲2>는 초반 굉장히 루즈한 전개를 이어 나간다. 이야기 특성상 임팩트가 약했던 정경 수사권 조정 이야기와 프롤로그식으로 보여줬던 통영 사건은 극 초반 드라마를 루즈하게 만든 원인이 된다.

20230206122501.png 너무나 지루하고 답답했던 극 초반부....

그래서일까? 극적 긴장감과 떡밥의 회수를 대부분 극 막판에 몰아넣고, 후반부까지 가야지만 휘몰아치는 <비밀의 숲> 다운 전개를 보여준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드라마라는 것이 영화와는 달리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 초반 너무나 설명적이고 지루한 전개를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지구대 사건과 서동재 납치사건을 몇 회만 더 먼저 다루고, 12회 정도에서 이야기를 마쳤다면.... 한조 이야기와 박광수 변호사 이야기를 좀 더 무게감 있게 후반부에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작품은 후반부에 너무나 많은 것을 밀어 넣은 듯한 느낌이다.

20230206122517.png 늦은 감이 있지만... 후반부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는 엄청난 속도감과 몰입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비밀의 숲2>는 실패한 후속작일까? 아니다. 적어도 시즌1에 비교해서 장르적인 재미는 약했지만, 더 많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일반적인 추리극에서 한 발자국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 각층의 문제와

비리를 보여준 이야기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그저 하나의 소재로 활용하는데 그치긴 했지만, 서동재 납치 사건으로 인해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사회 각층의 문제와 비리, 그리고 인간 개개인의 정의까지 심도 있게 다루는 강점을 보여준다. 직장 내 따돌림, 교내 폭력, 왕따 문제, 정경유착과 각종 사회 비리 등을 하나의 작품에서 들쑤시듯이 다루고 까발려 버린다. 그것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황시목과 정의로운 마음으로 다가서는 한여진으로 인해 짧은 순간에도 작지 않은 울림을 준다. 또한 관습적인 사회 시스템 안에서 올바른 정의와 질서란 무엇인지에 대해 제법 심도 있게 다루면서 두 주인공의 성장에 또 한 번의 밑거름으로 활용한다.

20230206122808.png 각종 사회 비리들을 까발리고, 관습적인 사회제도 안에서~
20230206122816.png 올바른 정의와 질서란 무엇인지 심도 있게 다루면서 고민한다.



반복하지 않고 진일보한 이야기!!

방영 내내 계속되었던 시즌 1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사실 연쇄 살인이 발단이 되었던 시즌 1과 비교하면 임팩트가 약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안병호 PD의 부재라기보다 극본의 문제, 더 크게는 스토리 설정의 문제였다. 하지만 또다시 연쇄살인을 다루면서 황시목과 한여진의 합동수사를 보여주는 것보다, 대립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보여주고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서로를 의지해 가는 시즌2의 모습이 확실히 더 신선해 보였다. 시즌1과 계속되는 비교는 불가피했지만, 당시 정권의 모습을 투영시키는 모습이나,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전개 방식에서 나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최소한 시즌1의 연장선상에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인 것만은 분명했다.

20230206123017.png 새로운 인물 관계나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준다.



비밀의 숲 유니버스의 구축!!

더 놀라운 건 시즌1과의 연결성을 위해 그 안에서 한조 그룹까지 끼워 놓고, 시즌1의 캐릭터와 인물들을 언급하면서 하나의 '비밀의 숲 유니버스'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작은 배역 하나까지 신경 쓰고, 직위와 인물 관계까지 점점 더 확장되어 가는 시즌2의 모습은 마치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건 시즌2를 통해서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구현하지 못했던 특유의 복잡한 스토리 전개 방식이 이 시리즈의 하나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마치 시청자들이 이렇게 내뱉듯이 말이다.


역시 비숲은 비숲이다

20230206123117.png 시즌1과의 연결성과 이야기 확대는 마치 비밀의 숲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느낌이다!!



판타지를 걷어낸 리얼리티!!

이겨도 이긴 게 아닌 싸움!!

작가의 의지대로 이번 시즌2는 상당 부분 판타지를 걷어내고 리얼한 현 사회 모습을 투영시킨다.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전개도 없고, 마지막 엔딩 역시 이겨도 이긴 게 아닌 안타까운 전개를 보여준다. 이는 시즌1과도 동일했던 모습이었는데, 너무나 <비밀의 숲> 다운 마무리가 마치 영화 <세븐>이나 <다크나이트>의 엔딩을 떠올리게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전개와 마무리에서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지와 <비밀의 숲>이라는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자긍심 같은 것이 느껴진다.

20230206123247.png 전작과 동일하게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엔딩을 보여준 최종화는~
20230206123300.png 리얼리티를 반영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와 자긍심을 엿볼 수 있다.




20230206123612.png 비밀의숲2 (tvN. 2020)

마치며

결과적으로 <비밀의 숲2>는 역대급이라는 전작의 무거운 왕관은 내려놓게 되었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낸 작품이었다. 과도한 맥거핀에 지치기도 했고 루즈한 초반 전개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 수작이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결국 시청률도 성공적이어서 <비밀의 숲 스핀오프>를 제작하게 된 바탕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2020년의 가장 큰 문제작은 <부부의 세계>가 아니라 수많은 논쟁거리를 던진 <비밀의 숲2>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비밀의 숲2>는 정말 그 어떤 드라마도 흉내 내지 못한 너무나 '비밀의 숲' 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완벽한 드라마였다는 <비밀의 숲1>과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어렵고 복잡한 드라마였다는 <비밀의 숲2>!! 어쨌든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 이러한 작품들이 시리즈로 기획된다는 것만으로도 드라마 마니아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환영할 일이다. 급변해 가는 대한민국의 모습 속에서 황시목과 한여진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또 한 번 황시목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해 보면서, 마지막으로 시작과 끝을 장식한 이창준의 나레이션으로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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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대 좋은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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