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프래질 3
책 <안티프래질> 2권 [근대는 안티프래질을 거부한다]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힘 사이의 경쟁, 안티프래질 한 시스템의 무작위성에 대한 갈망, 그리고 우리가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할 때 사회, 정치 시스템이 블랙스완에 취약해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많은 내용이 나오지만 오늘은 그중에서 두 종류의 직업을 통해 바라보는 무작위성, 평범의 왕국과 극단의 왕국의 차이, 근대 안티프래질에 대한 부정 사례에 대해 정리해 보려 한다.
형제의 직업을 통해 바라보는 두 종류의 무작위성
키프로스 출신의 존 John과 조지 George는 일란성쌍둥이로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다. 존은 은행 인사팀에서 25년간 직원들을 전 세계로 배치하는 업무를 맡고 있으며 조지는 택시운전사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조지는 존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것을 상당히 아쉬워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조지는 존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131)
우리는 무작위성이란 위험한 것이고 나쁜 것이기 때문에 제거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산다. 장인, 택시 운전기사, 매춘부, 목수, 배관공, 재단사, 치과의사는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 그러나 소득을 제로로 만들어버리는 크지 않은 블랙스완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들은 위험요소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안정적인 회사원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인사팀이 주는 전화 한 통 속에 소득이 제로가 되는 끔찍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회사원에게는 위험이 숨어 있다.(p132)
기능을 보유한 사람들은 무작위성 덕분에 일정 수준의 안티프래질을 지니고 있다. 작은 변화는 그들에게 적응을 요구하고 주변 환경으로부터 배워서 끊임없이 변화하라고 압박한다. 스트레스는 정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주인이 되어 적응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자기 자신이 고용주인 조지는 일을 그만둘 때까지 계속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50세가 넘어서는 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존은 그렇지 못하다.
(p133)
이 부분을 읽으면서 회사원이던 시절의 나를 떠올려 보았다. 매달 일정한 소득으로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했다. 하루 일과가 빡빡하긴 했지만 맞벌이 부부로 아이들을 교육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의 답이라 생각했다. 일을 그만둔다는 건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경기가 안 좋아 취업이 어려워지고 직업이 사라지며 N 잡러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 생각했다. 무작위성을 싫어하고 안주하려고 했다.
자연은 작은 실수를 좋아한다. 이런 실수 없이는 유전적 변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판단할 때 안티프래질을 싫어하는 정신적 바이러스에 휘둘린다.
<안티프래질> p134
평범의 왕국 과 극단의 왕국의 차이
가변성은 내가 말하는 제어하기 힘든 극단의 왕국이 아닌 평범의 왕국에서 볼 수 있는 종류의 무작위성을 창출한다. 하나는 오르내릴 뿐이지만 다른 하나는 크게 점프한다. 하나는 작은 변화가 수없이 많은 반면 다른 하나는 크게 변한다. 두 가지 유형의 무작위성은 질적으로 크게 다르다. 평범의 왕국에서는 변화가 많지만 극단적인 변화는 전혀 없다. 반면 극단의 왕국에서는 변화가 별로 없지만 한번 발생하면 엄청나게 크다. (p143)
그림은 인간이 어설프게 개입해 자연적인 무작위성을 제거해버리면 안티프래질 한 시스템이 어떻게 손상되는지 보여준다. 첫 번째 그래프는 지방자치체의 잡음과 수크(아랍 국가의 시장)의 가변성을 보여주고 두 번째 그래프는 중앙정부 혹은 인위적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의 가변성을 보여준다. 또한 첫 번째 그래프는 택시 운전기사의 수입을 나타내고 두 번째 그래프는 직장인의 수입을 나타내며 폭포수의 움직임 혹은 블랙스완의 출현을 보여준다. 인간이 프로세스를 매끄럽게 하거나 통제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개입하면 평범의 왕국은 극단의 왕국으로 바뀐다. (p145)
두 번째 그래프를 보니 코로나 19 사태가 떠오른다. 최근에 읽은 <김미경의 리부트>에서 2020년 3월 코로나의 근본 원인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저자의 말이 기억난다. 긴 칼럼을 인용하면서 결국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가 감염병의 원인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감염병이 창궐할 거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측 또한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무한하지 않은 자연을 우리의 욕심으로 파괴하고 꺼내 쓰면 쓸수록 극단의 왕국으로 바뀔 것이다. 책에서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의 말처럼 자연의 이자로만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생태적 일상(장바구니,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 친환경 제품 사용 등)을 습관화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미 1980년대부터 기후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했고 일부 생태학자, 역사학자, 감염병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의 위험을 역설해왔다. 1920년대 아프리카, 침팬지를 식용한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침팬지가 보유하고 있던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 에이즈였다. 1976년 콩고의 에볼라 강변, 원시림이 파괴되면서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접촉으로 치사율 88퍼센트의 감염병이 속출했다. 에볼라였다. 비극은 계속된다. 1998년 말레이시아, 숲 속의 돼지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옮겨온다. 인간이 숲을 침범하여 양돈 농장을 확대한 결과였다. 원인은 박쥐가 떨어뜨린 과일 조각을 돼지가 먹은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전염병 출연의 뒷배경에는 항상 인간이 존재한다. 우리가 숲을 파괴하고 자연의 조건을 헤집어 놓을수록 우리는 더 크게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김미경의 리부트> p241~242 : 2020년 3월 27일 자 한겨레 칼럼, 우석영 환경 철학자의 [인간의 초래한 어떤 오래된 질병]
근대 안티프래질에 대한 부정 사례
나는 근대라는 말을 인간이 환경을 지배하고 울퉁불퉁한 것을 부드럽게 하여 가변성과 스트레스를 체계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근대는 무작위성이 내재된 생태계로부터 인간을 신체적, 사회적, 심지어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추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는 사회학 교과서에서 정의하는 중세 이후, 농경 이후, 봉건 이후의 역사적 기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합리화(어설픈 합리주의)로 특징지어지는 시대정신을 의미한다. 즉 인간은 사회를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설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말한다. 이와 함께 통계학이 등장하면서 종 모양을 한 고약한 곡선이 나왔다. 또 선형을 지향하고 효율성과 최적화를 추구하는 과학도 등장했다. (p169)
자녀를 스포츠 클럽이나 각종 학원에 데려다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커 맘 Soccer Mom 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지내던 어른들과 아이들이었다. 우리는 로비스트, 주식회사, MBA, 잘 속아 넘어가는 문제, 세속화, 세금 징수원, 직장 상사에 대한 두려움, 주 중에 힘들게 일하고 주말에 재미있게 보내기, 일과 여가의 분리, 은퇴 계획, 근대를 지금처럼 정의하는데 반대하는 따지기 좋아하는 지식인, 글자 그대로의 해석, 귀납적 추론, 과학철학, 사회과학의 출현, 매끄러운 표면, 자기중심적인 건축 등으로 특징이 지어지는 근대로 들어왔다. 폭력은 개인으로부터 국가로 넘어갔다. 금융 규율의 부족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는 안티프래질에 대한 부정이 있다.(p170)
<블랙스완>에서 저자가 언급한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에 대한 글이 떠올랐다. 프레데릭 바스티아(19세기 프랑스 인문주의자)는 에세이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 What we see and What we don't see>에서 '우리는 정부가 하는 일을 보고 찬양을 올릴 뿐 대안적 정책은 생각해 내지 않는다. 그러나 대안은 있다. 단지 쉽게 드러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꿰뚫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자연적인 안티프래질을 발견하고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실력을 쌓기 위해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파도에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
쓰나미, 아랍의 봄, 지진, 전쟁, 금융위기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탓하지 말고 안티프래질 혹은 프래질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을 탓해야 한다. 즉 ' 왜 프래질 해져서 이전 사건이 일어나도록 했는가?를 물어봐야 한다. <안티프래질> p213
1권 안티프래질:개론
2권 근대는 안티 프래질을 거부한다.
3권 예측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
4권 옵션의 특징, 기술, 안티프래질적 특성을 지닌 기능
5권 비선형성
6권 비아 네가티바
7권 프래질과 안티프래질의 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