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4
열심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대학입시를 무사히 한 번에 마친 후 영화관에서 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지금도 기억에 남는 명대사 Seize the day! Carpe diem! 미국 내에서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가장 높은 사립 고등학교 웰튼 아카데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학교도 학부모도 명문대 진학을 위해 공부만을 강조하는 곳이다. 그 학교의 졸업생이기도 한 존 키팅 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으로 오면서 잔잔한 변화가 일어난다.
첫 수업부터 명문대를 위한 맹목적인 공부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님의 원하는 직업을 인생의 목표로 생각했던 학생들은 스스로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웰튼의 최고 모범생이던 닐과 그의 친구들은 키팅 선생이 재학 중에 결성했던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밀조직을 만들고 부모님이 원하는 삶에서 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삶으로 서서히 자신들을 바꾸어간다.
말과 언어는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다. 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 <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비밀조직'죽은 시인의 사회'를 재결성하여 동굴에서 처음 낭송한 시가 소로우의 시였다는 걸 <월든>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가 숲 속에 들어간 이유이기도 했던 문장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되었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은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으며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의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월든 p138>
학교를 떠나는 키팅 선생을 보며 학생들이 책상 위에 올라서서 "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 부르며 '다른 관점에서 보라'며 교탁에 올라섰던 그의 가르침과 그를 잊지 않겠다던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소름 끼쳤던 장면이 기억에 선명하다.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서 본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월든>에서 소로우가 충고한 것처럼 "스스로를 탐험하라"였다. 그것이 그가 말하는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서두르는 무모한 따라쟁이가 되는 게 아니라 나만의 북소리에 맞춰 박자가 어떻든 그 소리가 먼 곳에서 들리든 걸어가라는 것이었다.
소로우는 <월든>에서 어디선가 읽은 어떤 나그네와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그네가 소년에게 자기 앞에 있는 늪의 밑바닥이 단단한지 아닌지를 물어보았다. 소년은 밑바닥이 단단하고도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앞으로 나간 나그네의 말은 이내 복대 끈까지 빠져들어갔다. 나그네는 소년에게 "너 이 늪의 밑바닥이 단단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물었다. 소년은 " 밑바닥은 정말 단단해요. 하지만 아저씨는 아직 절반도 못 들어가셨어요"
소로우는 어떤 생각, 말, 또는 행동은 아주 드문 경우에만 가치를 갖는다고 했다. 외와 회벽에 그냥 못을 박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싶지 않고 자신에게 망치를 주고 스스로 벽의 세로 홈을 더듬어보게 해달라고 한다. 접합제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며 못을 완전히 다 박고 그 끝을 성심껏 구부려 밤중에 혹시 잠을 깨더라도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라고 충고한다. 그 일을 위해 시신을 불러도 부끄럽지 않도록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일을 해 나가되 박는 못 하나하나가 우주라는 기계의 구조를 단단하게 하는 대갈못이 되도록 하라고 말한다.
나는 실험에 의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을 자신 있게 나아가며 가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기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 그는 과거를 뒤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을 것이다. 새롭고 보편적이며 보다 자유로운 법칙이 그의 주변과 내부에 확립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가 자신의 생활을 소박한 것으로 만들면 만들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이다. 이제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빈곤도 빈곤이 아니며 연약함도 연약함이 아닐 것이다. <월든 p479>
소로우가 <월든>의 맺음말에서 2년이 넘는 숲 속 생활을 통해 배운 바를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 스스로의 인생을 똑바로 마주하고 살아가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 주변을 간소하게 할수록 더 확실하게 찾을 수 있고 진실로 마음속에서 느끼는 것을 살펴 그 생각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로우의 벗이기도 했던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에서 말한 "너를 너의 밖에서 구하지 말라, 인간은 자기 자신의 별이다"라고 말했듯이 나 자신을 직시하는 맑은 눈과 굳은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함을 다짐해본다.
너를 너의 밖에서 구하지 말라. 인간은 자기 자신의 별이다. 또한 정직하고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있는 영혼이며 모든 빛과 영향력과 운명을 통제한다. 인간에게는 일찍 떨어지는 것도 없고 너무 늦게 떨어지는 것도 없다. 우리의 행동, 우리의 천사, 혹은 선과 악은 우리 곁을 조용히 걷는 운명의 그림자다.
<랄프 왈도 에머슨 자기 신뢰 p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