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
벌써 다섯 번째 한 달 서평. 지난 8기를 끝내고 리프레시 기간에 읽고 싶었던 책을 뒤적이며 보냈다. 9기를 시작하며 내가 다른 프로그램이 아닌 한 달 서평을 참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리프레시 기간 온라인 빡독 행사에서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님의 강의가 떠올랐다.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의 강의였는데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맛깔스럽게 들려주시는 말씀에 쏙 빠져들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한 연구를 하시고 과학의 대중화에도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다. 나에게는 이미 그전에 읽었던 책 <김미경의 리부트>에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해 바이러스와의 공존하는 시대가 될 거라는 말씀으로 울림을 주셨던 분이기도 했다.
강의에서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라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하는 독서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취미로 하는 독서가 진정 우리 삶에 어떤 발전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조금 공허하지 않겠냐고 하셨다.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하셨다. 모르는 분야의 책이 술술 읽힐 리는 없지만 우여곡절 끝에 책 한 권을 뗐는데 도대체 뭘 읽었는지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왕에 읽기 시작한 분야의 책을 두 권, 세 권째 읽을 무렵이면 신기하게도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거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하다 보면 차츰 내 지식의 영역이 넓어지는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고 하셨다. 새로운 분야에 일단 발을 들여놓는 것이 앞으로의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며 기획 독서는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전략이라고 하셨다.
글쓰기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 아무리 유명한 과학자여도 책을 낸 사람을 더 기억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일이 글쓰기와 연관되어 있다는 거다. 정확성, 경제성, 우아함 세 가지로 교수님의 글쓰기에 대한 추천서가 그 이후 축복이기도 하고 굴레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여유를 가지고 미리 쓰고 소리 내어 여러 번 읽으시며 50번 이상 퇴고를 거친다는 말씀도 해 주셨다.
강의를 듣고 교수님의 책이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가서 바로 빌려왔다. 그 책 속에 강의에서 들었던 교수님의 독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배우고 새로 시작하기에 독서만 한 게 있을까 싶다. 최 교수님의 책에서 언급하신 배우는 줄 모르고 배우는 것 그것이 바로 독서의 힘이건 같다. 읽는 것으로 끝나면 남는 게 없다. 몇 자라도 글로 남기면 조금 더 기억이 오래간다는 걸 경험했다. 지난 5기부터 시작된 한 달 서평은 매일 읽고 쓰기는 즐겁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다. 매 기수마다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고 내가 선택한 책이 어려워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속할 수 있는 건 매일 읽고 쓰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지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리프레시 기간 책은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서평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노트에 메모를 하기는 했지만 역시 환경이 중요하다. 이번 9기에는 매일 읽고 조금은 달라지거나 변화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길 바란다.
나는 독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분야에 일단 발을 들여놓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고 있는 줄 모르며 배우는 것처럼 훌륭한 배움은 없다. <통섭의 식탁> 최재천
https://www.youtube.com/watch?v=tSlGJmlWw0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