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보상체계는 어떤 일을 할까?
사회생활을 할 때는 퇴근이 늦어져서 9시가 되어서야 저녁식사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꺼번에 양껏 먹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먹는 편이라 늘 간식거리를 싸가지고 다니기도 했는데 점심 식사 후 4~5시쯤에 챙겨간 과일이나 고구마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집에 와서 식사를 하고 자기 전까지 공복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이상한 보상심리인지 아이들 간식으로 사다 놓은 과자 한 봉지는 뚝딱해야 뭔가 만족감이 느껴지곤 했다.
먹고 마시는 것은 사는 데 있어 근본적인 부분이기도 하지만 먹는 즐거움은 우리 삶의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책 <운명의 과학>의 저자 한나 크리츨로우는 우리의 뇌는 보상을 주는 활동과 맛을 추구하려는 본능 때문에 더 많은 것을 향해 굶주려 있다고 했다. 식욕의 충족으로부터 어떻게 쾌락을 이끌어 내는지 이해하기 위해 보상체계에 대해 알려준다.
과학자들은 보상체계가 1954년 우연히 발견된 이후로 60년 넘게 이 체계를 연구해 왔다. 과학자들은 쥐가 이 회로에 자극을 받기 위해 한 시간에 수백 번, 심지어는 수천 번까지 레버를 누르다가 완전히 탈진해 버리는 것을 관찰했다. 알고 보면 사람도 비슷하게 행동한단다. 이는 보상체계가 진화적으로 아주 오랜 된 도구라 모든 종에 걸쳐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쥐, 개, 고양이 모두 보상체계는 인간의 보상체계와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거의 같다는 거다. 이것은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소중한 에너지를 살아남아 번식하는 게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진화해 왔다고 한다.
보상체계는 세 가지 경로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배 쪽 뒤판 구역 ventral tegmental area, VTA이라고 하는 중간 뇌 midbrain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작은 신경세포 무리가 있다. 이곳은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도파민은 측좌핵 nucleus accumbens이라는 또 다른 뇌 영역으로 이동한다.
측좌핵은 도파민에 반응해서 전기 활성을 일으키는 땅콩모양의 구조물이다. 이 회로는 즐거움이나 쾌락을 느낄 때마다 번쩍하고 불이 켜진다. 음식 섭취뿐만 아니라 운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에 대해 생각만 해도 이 회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한다. 측좌핵과 앞이마 겉질(이마 바로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뇌 영역으로 추론, 계획, 사고의 유연성, 의사결정 등 고등 집행기능에 관여)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덕분에 즐거움 느낌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적절한 촉발 요소와 연관 지어 그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남용되는 약물은 이 보상체계를 장악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서 중독성이 강한 부작용이 있단다. 또한 채워지지 않는 식욕에 브레이크를 걸어 줄 억제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거다. 식욕을 조절하기 위해 위에서는 위가 물리적으로 찼으니까 이제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뇌로 보낸다. 그런데 문제는 브레이크 시스템의 반응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 그 효과가 너무 느리게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라는 종은 맛있는 음식을 이만하면 충분히 먹었다 판단하는 능력이 별로 신통치 못하다. 몸과 뇌가 연결되어 있는 한 먹는 것은 다다익선이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보상체계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보상체계가 진화해 나온 환경이 현재 인간이 스스로 창조해 낸 환경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포유류들은 기본적으로 대략 2억 5천만 년에 걸쳐서 아무것이든 닥치는 대로 계속 먹도록 진화했다. 그런 환경에서는 음식을 찾아내 재빨리 먹고 배가 차도 계속 먹어서 지방을 더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가능한 오랫동안 지방 저장분에 의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런 특성들이 번창해서 유전자를 통해 후손들에게 더 성공적으로 전달됐다. 그와 동시에 아주 특별한 상황만 아니면 게을러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우리는 먹을 것을 찾고 그것을 먹고 번식하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에 동기를 얻도록 진화했다. 현대 우리들은 항상 먹을 것에 둘러싸여 있다. 온라인으로 클릭만 누르면 음식이 직접 문 앞까지 배달된다. 저자는 굶어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먹어야 할 필요가 없어졌는데도 계속 무언가를 먹게 만드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여전히 작동 중이라고 했다.
저자는 모든 사람이 체중을 감량하고 더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게 도울 행동 변화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만의 특별한 욕구에 따라 식욕을 느끼는 존재지만 시간을 들여서 자기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본다면 변화가 가능할 거란 조언을 했다.
최근에 한 달 서평 5기 팀과 워터 챌린지를 시작하고 계속해오고 있다. 물보다는 커피나 차를 선호했었는데 벌써 30일째 생수 1.5리터를 마시고 있다. 식사 후 입이 궁금해져서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고칼로리의 과장 한 봉지를 순식간에 해치우던 내가 간식을 찾지 않게 되었다. 물론 화장실은 자주 가지만. 아예 아이들 간식을 견과류, 고구마, 과일로 바꿨다. 그만 먹으라는 브레이크 시스템의 반응이 재빠르지 않으니 저자가 말한 대로 행동 변화에 대한 믿음이 중요함을 알고 앞으로도 꾸준히 물과 친해져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