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라이브톡 후기
어제는 한 달 라이브 톡이 있었다. 지난 5기 때 처음 경험하고 두 번째인데도 시작 전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내 목소리만 들리는 상태로 멤버들과는 댓글로 소통하는 형태의 라이브 톡은 나에게는 여전히 신문물이었다. 전날 미리 서평 인증을 하느라 잠이 부족했고 카페 하랑 봉사를 하고 와서인지 피곤함이 느껴졌다. 보통 목요일은 봉사하고 온 엄마를 위한 외식하는 날인데 웬일인지 어제는 둘째가 집 밥이 먹고 싶다는 말에 부랴부랴 저녁 준비하고 뒷정리까지 하느라 쉴 새가 없었다. 아무튼 무슨 정신으로 말을 했는지, 어떻게 11분이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끝나고 난 뒤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리고 빨개진 얼굴을 식히느라 생수를 들이켜고 나서야 다음 멤버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제 한 달 서평을 진행하며 느낀 점을 이야기할 때 이번 기수를 시작하며 나름의 목표였던 시간 내에 서평 쓰기에 대해서 언급했다. 여전히 안 되는 부분이고 서평을 쓰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매번 자문하게 되는 부분이라고. 너무 긴장을 해서인지 얘기하고픈 한 가지가 더 있는데 놓쳤다. 한 달 서평을 하는 이유가 아웃풋 독서의 환경설정인데 책을 읽고 글로 쓰며 한 번 더 내 것으로 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간간이 가족들과 식사할 때 인상 깊게 읽은 내용을 나누고 싶을 때면 서평을 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기도 한다. 근데 서평까지 쓴 내가 막상 말을 하며 내용을 설명할 때면 어떤 날은 매끄럽게 이야기해서 아이들이나 남편이 공감을 하지만 어떤 날은 이야기하다 맥락을 놓치곤 적당히 얼버무리고 다시 책을 들춰보게 된다. 그럴 때면 책을 읽고 글까지 쓴 게 맞는지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서평을 쓸 때는 그 부분에 대해 기억하고 싶고 이해했다고 생각하면서 썼지만 막상 가족들에게 설명을 할 때는 빈구석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아웃풋 독서에 있어 글로 쓰고 말로 표현해 보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른 멤버들은 어떤지 또한 궁금하기도 했다.
한 달 멤버 민정 님의 라이브톡을 들으면서 두 번째 바닥을 경험했다는 말을 들었다. 항상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따뜻하게 쓰는 글을 읽으면서 닮고 싶고 배우는 게 많은데 (내가 생각하기에)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다. <철학은 왜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며 모두 함께 꾸준히 끝까지 완주하자는 말을 들으면서는 ' 아 이런 게 함께의 힘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함께 하고 있다!
논리 정연하고 성숙한 글을 대할 때마다 연륜(?)이 느껴졌던 현명님은 라이브톡을 보고 학생이라는 말에 놀랐다. 전혀 접하지 못했던 물리학 책에 대해 쉽게 풀어쓴 서평을 보면 나랑 똑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아무튼 알지는 못하지만 현명 님의 글을 읽으면 읽을 때만큼은 이해가 되는 느낌이 좋다. 덕중 님이 씽큐 베이션 4기 때 현명님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소개해 주셔서 신기한 연결 또한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해 주었다.
마케터인 다정님은 이름만큼이나 다정한 목소리로 야근으로 힘든 상황에 서평을 포기하고 싶었는데 리더님의 하드 캐리로 자극을 받고 서평을 제출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다른 멤버들의 서평을 읽으며 많이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씀과 인원이 많은 만큼 다 읽을 수는 없으니 모범이 될만한 서평을 공유하자는 제안도 해주셨다. 역시 한 달은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멋지고 고운 다정님!
라이브 톡 말미에 리더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책을 읽고 글을 썼는 거냐며. 5기 때 시작한 멤버들은 50일 정도, 6기에 하신 분들은 아직 2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매일 물 흐르듯 글이 써지겠냐며. 지금은 하루에 집중하라고. 그날 책을 읽고 글을 쓴 것에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또 내일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니겠는 것이다. 어떻게 너도 부추 기문 리더님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 < 일하는 마음>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나의 경우 동계 올림픽 하면 단연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떠오른다. 그간의 그녀가 보여준 경기는 꾸준한 연습이 빚어낸 최고의 모습이었고 늘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어이없는 판정에도 의연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얼마나 박수를 보냈던지. 인기에 연연하기 않고 늘 소탈하게 자기 일에 열심히 하는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애정 하는 것 같다.
책에서 저자는 아이스댄스 팀인 테사 버츄와 스캇 모이어의 단체전 프리 댄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팀이었고 그보다 잘한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단다. 그런데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잘함의 영역을 뛰어넘은 듯했다는 거다.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이니 점수를 따져 잘한 선수와 더 잘한 선수를 줄 세우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점수로 온전히 환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이 팀은 남매도 연인도 부부도 아니면서 20년이 넘도록 함께 해왔단다. 중간에 테사 버츄가 두어 시즌 부상에 시달렸고 4분짜리 프리 댄스를 한 번에 런스루 하기 어려울 만큼 안 좋은 상태에서도 시즌 오프 없이 계속 출전했다고 한다. 스캇이 인터뷰에서 "테사가 너무 아파서 조각조각 끊어서 연습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 대회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런스루한 세 번째였어요"라고 말했다. 저자는 테사가 극심한 통증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연습을 했다는데 그럼에도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도록 선수 생활을 그만두지 않은 건 둘 사이의 파트너십 덕분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고 했다. 테사가 그만둔다며 스캇도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테니까.
둘에게 각자의 커리어는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고 적어도 스케이팅에 관한 한 둘은 '연결된 하나의 주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하는 마음> p125
저자는 너무나 오랜만에 더욱 아름다워진 두 사람의 경기를 보면서 <랩 걸>의 호프 자런과 빌을 생각했다. 나 역시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인데 식물학자 호프 자런의 회고록이다. 책에는 첫 번째이자 평생의 연구 파트너인 빌이 등장한다. 자신의 연구활동을 묘사하는 문장의 대부분에서 주어는 '빌과 나는' 이거나 '우리는'이다. '우리는'은 단연히 빌과 자런을 일컫는다. 낯익은 책의 1부 구절을 소개한다.
빌은 내가 약한 부분에 강하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할 때 완전하다. 우리 둘은 각각 필요한 것의 절반은 바깥세상에서 얻고 나머지 절반은 서로에게서 얻는다. 나는 속으로 그의 월급을 올리고 실험실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겠다고 맹세했다. 노력하면 될 것이다. 나란히 자리한 두 실험실에서 우리는 각각 라디오를 켜서 서로 다른 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일하는 마음> p126
한 달을 한 지 52일 깨 반달까지 합하면 62일. 물론 스스로 하고 싶은 의지도 있지만. 내가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멤버들과의 연결의 힘이 크다. 저자는 "중요한 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말은 돈 받고 일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하는 게 아니라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계속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문제라는 것이다. 계속하다 보면 (언제나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 이르게 되는 어떤 경지가 있다는 거다. 당장의 '잘함'으로 환산되지 않더라고 꾸역꾸역 들인 시간이 그냥 사라져 버리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다고 했다. 아직은 잘하고 싶은 단계이지만 잘하는 것보다 계속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꾸역꾸역 멤버들과 함께 으쌰 으쌰 하면서 하다 보면 언제 가는 우리가 바라던 잘하고 즐기는 단계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남은 기간 한 달 서평 팀 모두 파이팅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