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성장의 의미

by 꽁스땅스

대학 입학시험에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으면서도,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으면서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오고 싶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는 모두 서로의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고 지냈다. 지금은 물론 그 정도는 아니지만 당시에는 나를 알아보는 자체가 더 나를 수줍고 소극적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나를 봐온 이웃분들 마음과 기억 속에는 아마 지금도 고스란히 조용한 어느 집의 막내딸로 저장되어 있을 거다.


서울로 대학을 오니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아서 좋았다.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좋고 할 일없이 어제가 오늘 같은 답답하기만 한 곳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집을 떠나 대학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꿈틀거렸던 것 같다. 마치 새로운 인생을 다시 사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고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래도 대학생활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두 번째 회사로 이직했다. 미국계 반도체 회사였는데 국내 대기업에 반도체를 디자인하는 툴을 판매하는 실리콘 밸리에 제법 안정된 회사였다. 내가 입사했을 때에는 50명 정도의 직원이 있었고 관리부서를 제외하고 고학력의 엔지니어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영업부서와 팀을 이루어 함께 업무를 해 나갔다. 사내 분위기는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늘 공부하고 연구하는 내가 보기에 굉장히 학구적이었고 회의 시간에도 자유롭게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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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에 나는 건 매주 금요일마다 가능한 한 5시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시간까지 근처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요깃거리와 함께 맥주 한 잔을 하며 자유롭게 한주를 돌아보고 직원들과의 친목 도모도 하는 일명 TGIF(Thanks God in Friday!)라는 특별한 사내 문화였다. 직장인 4년 차에 접한 문화는 평상시 말을 섞을 기회가 없던 엔지니어분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괜히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사내에 한국 분이신데도 능력을 인정받아 아시아 기술총괄 디렉터 분으로 승진하신 분도 계셨고 서서히 미국 본사로 엔지니어분들의 교환근무가 시작되기도 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엔지니어 한 분이 계시다. 두 딸의 아빠이기도 했고 사내에서는 부동산 지식이 해박하다는 얘기가 들렸다. 업무에 있어서도 뛰어난 평가를 받아서 미국 본사 엔지니어로 보직을 신청하고 본사 인터뷰를 준비하고 계셨다. 언젠가 TGIF 자리에서 그분 옆에 앉게 되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후 경제적 독립에 위해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셨다. 책을 사서 공부하고 좋은 강연이 있으면 찾아서 다녔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본사 근무를 위해 영어 말하기가 부족해서 매일 영어 개인 레슨을 두 시간씩 하신다는 거다. 열심히 사시는 그 엔지니어 분을 보고 뭔가 가슴이 뜨근해짐을 느꼈다.


당시 전공지식을 쌓아야겠고 경력에 도움이 될만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원을 등록했었다. 첫아이를 출산하면서 약간 유야무야 공부하는 것을 등한시했었는데 다시 도전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 엔지니어 분 덕분에 집, 회사를 기계적으로 다니며 육아로 힘들다는 핑계로 내일로 미루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그 뒤로도 TGIF 때 가끔은 그 엔지니어 분을 뵐 수 있었고 늘 긍정의 에너지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나에게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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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일, 육아를 병행하기에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감당이 안 되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날에 몇몇 동료분이 밥을 산다고 하셔서 근처 식당에 함께 갔다. 그때 그 엔지니어 분도 오셨고 내 옆에 앉으셨다. 5년간 함께 한 동료분들과 저녁을 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나에게 격려의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그때 그 엔지니어 분은 미국 본사 인터뷰가 통과되어 곧 온 가족이 함께 미국으로 가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나에게 넌지시 말씀하셨다. "그동안 지켜봤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목표한 공부 열심히 하고 앞으로도 그 분야에서 계속 일하기를 바랍니다" 나의 목표를 지지해 주는 그분의 말씀을 들으니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네 부장님도 미국에서 잘 적응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당시 다른 동료분들은 그분이 특이하다고 했다. 일반적인 다른 동료분들과는 많이 달라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계속해서 성장해가는 그분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시험 준비를 하면서 가끔 힘이 들 때면 그 엔지니어 분의 말을 떠올렸다. 나를 지지해 주시던 그분 말씀 덕분에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세 번째 회사로 이직도 성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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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저자 조던 B. 피터슨 교수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미켈란젤로의 걸작 대리석 조각품 <다비드상>을 언급한다. 아무도 감히 싸우려 하지 않는 거인 골리앗에 맞서 작은 돌멩이를 쥐고 결의에 찬 눈빛으로 서 있는 < 다비드상>은 관람객에게 '너는 지금의 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골리앗이 40일 동안 싸움을 걸었을 때 아무도 그의 도발에 응하지 않았다. 마침내 다비드(다윗)가 골리앗과 싸우겠다고 했을 때 그의 형제들은 양이나 치라며 비아냥 걸렸단다. 우리가 다비드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현재의 부족함과 미래의 가능성이 동시에 드러난다고 한다. 그리고 다비드의 형제들처럼 냉소주의와 게으름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아 더 나은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던 것 같다. 한 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서투르더라도 결심한 것들을 매일 행동으로 옮기는 나를 보게 된다. 오늘 어떻게 보내야 내일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함께하는 멤버들과 그리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고 있다.


선하고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일이 쉬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문제 많고 질 나쁜 사람들과 지내는 것보다 거 어렵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은 그야말로 이상적이다. 그런 사람과 가까이 지내려면 강인한 의지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겸손해야 하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모든 걸 스스로 판단해야 하고 조건 없는 동정과 연민도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도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12가지 인생의 법칙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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