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삶 3
6월 한 달 온라인 글쓰기 모임인 아바매글(아무리바빠도글쓰기)이 끝났다. 1월부터 4월 한 달 방학을 제외하고 꾸준히 글쓰기를 하신 분들도 계시고 매달 새로운 아바맨을 모집하니 한 달 동안 함께 하신 분도 계시다. 이번 한 달은 아바맨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글을 읽으며 더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주제는 일주일 동안 내가 쓴 글 중에 하나를 골라 고쳐쓰기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지막 날인 어제 멤버들의 글쓰기 강점 한 줄 이상 쓰기다.
고쳐쓰기를 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어법에 안 맞는 글은 없는지, 이상하게 보이는 대목은 없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문장을 좀 매끄럽게 다듬기 위해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하면서 가급적 간결하게 표현하려 했다. 조금은 길었던 글이 고쳐쓰기를 하고 나서 보니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초고를 쓸 때와 거의 비슷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그전 글보다 내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이 보였다. 아바매글 리더님이나 글쓰기 책에서 말하는 퇴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멤버들이 써 준 나의 글쓰기에 대한 강점을 옮겨본다. 민망하지만 앞으로 나의 글쓰기에 단단한 자양분이 될 소중한 의견을 기억하려 한다.
할머니에 대한 에피소드가 동화같이 펼쳐집니다. 마치 영화 집으로를 글로 읽는 느낌이에요 생일에 라면 끓여주신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마리아님은 항상 슴슴하게 생각나는 된장찌개 같은 글을 쓰세요. 몇 달간 봐온 바로 글이 숙성되는 거 같습니다.
성실한 글쓰기의 표본이신 거 같다. 정말 하루쯤은 대충 넘어갈 법도 한데 항상 많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쓰신다는 느낌을 받아 나를 반성하게 하신다.
마리아님의 글을 읽으면 편안해져요. 쉽게 읽히거든요. 게다가 재미와 감동도 있어요. 통장은 엄마가 보관한다는 글을 읽다가 마지막에 빵 터졌더랬죠. 할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이야기도 잘 읽었습니다. 요즘엔 브런치에서도 마리아님의 글을 읽고 있는데요. 마리아님의 서평도 정말 매력 있어요. 책에 나온 내용과 마리아님의 경험을 잘 연결해 주셔요
글이 섬세하고 진중성이 있다. 특히 할머니에 대해 쓴 글을 읽으면서 장면을 보는 듯했다.
할머니, 제주, 음식에 관한 추억이 담긴 글을 순식간에 읽었다. 긴 글이 잘 그린 풍경화처럼 자연스럽게 읽힌다.
엄마 같은 편안함에 힐링받았어요
긴 글이 잘 읽혀지는 편안함이 좋다.
책 <니체의 삶>에서 니체의 간결한 잠언식 문체에 대한 사연을 알게 되었다. 소렌토 여행의 동반자로 함께 파울 레 Paul Ree라는 스물여섯의 철학자로부터 자극을 받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바젤대학교에서 유급휴가를 인정해 주고 마지막 수업을 면제해 주어 자유의 몸이 된 니체는 말비다 폰 마이젠부크가 소렌토에서 같이 보내자는 초대에 응했다. 소렌토로 가는 길을 기차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힘든 여정이라 두 사람을 여행의 동반자로 정했다. 한 사람은 알베르트 브레너라는 스무 살의 문헌학과 학생으로 결핵과 우울증을 앓았으며 시를 잘 썼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따뜻한 곳에서 지내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파울 레 Paul Ree라는 스물여섯의 철학자였다. 레는 그가 쓴 첫 번째 책인 <심리학적 고찰>로 어느 정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상태였고 다음 책도 곧 나올 예정이었다.
레는 자칭 진화 윤리학자였다. 파울 레는 니체보다 다섯 살 어렸다. 부유한 유대인 사업가를 아버지로 둔 그는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에 남아 거의 공부만 했다. 레도 니체처럼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프랑스 문화를 즐기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범세계적 시야를 지녔던 그는 훌륭한 독일 시민보다는 훌륭한 유럽인이 되고자 한 니체의 야심에 매력을 느꼈다. 레와 니체는 1876년 10월부터 1882년까지 약 6년간 우정을 이어갔고 책을 쓸 때 문체와 사고면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또한 인류의 지식을 다윈의 진화론을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노력하며 고대 그리스를 현시대의 철학적 사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레는 라 로슈 포크 La Rochefoucauld의 <잠언집 Maxims>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 자신도 잠언을 만들기를 좋아해 '교육은 우리의 인격이 아닌 행동을 바꾼다''종교는 자연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고 도덕은 인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와 같은 훌륭한 말들을 남겼다.
레의 박사 논문에는 '이 논문에는 구멍이 있다 하지만 구멍은 구멍 커버보다 낫다'라는 놀랍고 대담한 문장이 적혀있다. 사실 그가 좋아하는 잠언이나 경구는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써 구멍이 많았다. 이런 식의 표현은 자신을 진화 윤리학 자라도 칭하는 사람이 쓰기에는 매우 비과학적이었다. A에서 B로 투명하게 전달되는 것이 과학적 증거의 속성인 반면 경구는 니체가 말했듯 추측을 사용하기 좋은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만들어진 경구는 단순히 읽기만 해서는 해독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럴 때면 그것을 설명해야 합니다."
니체는 레의 우아한 프랑스풍의 잠언식 문체에 자극을 받았다. 특히 읽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던 만큼 간결성에 큰 매력을 느꼈다. " 이 신경통은 너무 철저히 과학적으로 작용해 말 그대로 제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시간을 재보게 하는군요. 잴 때마다 30시간씩 지속됩니다." 항상 대필자를 찾을 수도 없는 처지에 잘 만든 잠언은 종이에 옮겨 적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 좋았다.
니체는 시간이 갈수록 독일어 때문에 좌절감을 느꼈다. 프랑스어와 비교하면 독일어는 거대한 바다 괴물 같아서 복잡한 구조 때문에 간결성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독일어 잠언을 쓰려고 할 때마다 언어 구조상 프랑스어나 영어만큼 예리하고 재치 있게 만들 수 없었다. 조동사 때문에 의미를 해치고 요점이 흐려져 간결성을 추구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니체는 계속 잠언을 쓰면서 즐거움을 느꼈다. 결국 그가 쓰고 있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Human, All Too Human>은 1,400개가량의 잠언과 잠언체 단락으로 이루어졌다. <니체의 삶 p275>
지난주에 읽은 <니체의 말>을 읽으면서 짧으면서도 간결한 니체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 정신을 번쩍 들게 하기도 하고 나를 들여다보게도 했다. 나에게는 첫 번째 철학 책이기도 했지만 간결하게 표현하기 위한 니체의 깊은 사유의 문체가 신기하기만 했다. <니체의 삶> 이란 책을 통해 심신이 약해져 신경통으로 글을 쓰기 힘든 상황에서 레의 잠언식 문체는 그에게는 매력적이었을 것 같다는데 공감이 갔다. 독일어의 언어 구조상 힘들었다는데도 좌절감을 극복하고 잠언을 쓰면서 즐거움을 느꼈다니!
문체에서 느껴지는 거만하고 직설적일 거라는 나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조금씩 니체라는 철학자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은유 작가님이 < 쓰기의 말들>에서 "니체의 문장이라는 연료를 넣은 덕분의 나의 글쓰기는 휘청거릴지언정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라는 글이 떠오른다. 아직은 못난 글로 나의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나 역시 니체도 은유 작가님도 떠올리며 나만의 보폭으로 가보려 한다.
최선을 다해 작품 속에 자신을 녹여놓은 사상가, 그리고 그와 비슷한 예술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서서히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거의 악의에 찬 기쁨을 즐긴다. 마치 금고 앞에 서 있는 도둑을 한쪽 구석에서 지켜볼 때의 심정과 같다. 보물은 딴 데 있고 금고 안에 이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채로. <니체의 삶 p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