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꾸준히

한 달 20일 지점에서

by 꽁스땅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새벽에 남편을 보내고 거실 책상 스탠드 아래에서 책을 읽을 때다. 아무런 방해도 없이 따뜻한 불빛 아래 온전히 책에 집중하는 시간.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스탠드의 도움이 없게 될 즈음. 읽은 부분 중 밑줄 친 문장들을 다시 본다.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나의 생각은 뭐가 달라졌을까?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는 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노트에 끄적여본다. 예전에 읽은 책이 떠올라 메모한 페이지에서는 잠시 멈추고 책을 꺼내 어느 부분인지 찾아본다. 대략의 서평에 대한 생각 정리가 되면 쓰기 시작한다. 의외로 실제 쓰는 시간은 두 시간이 채 안 걸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반대로 시간을 들여 읽었는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땐 나도 책도 얄궂다. 오늘 안에 쓸 수 있을지 불가능해 보인다. 읽는 내내 공감이 되어 끄덕이며 읽었건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완성되지 않는다. 어제가 딱 그랬다. 한 주간 니체의 삶에 푹 빠져 완독을 했건만 결국 그가 얘기하고자 했던 것에 대해서는 이미 그전에 서평으로 썼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충분히 소화를 못했나? 스스로를 자책하며 그래도 써야 하니까 어떻게든 나를 다독이며 밀고 나갔다. 부족하나마 마침표를 찍었다. 생각이 술술, 글도 술술 써지면 걱정이 없겠다.


쓰기 전엔 잘 쓸 수도 없지만 자기가 얼마나 못 쓰는 줄도 모른다는 것. 써야 알고 알아야 나아지고 나아지면 좋아지고 좋아지면 안심된다. 안 쓰면 불안하고 쓰면 안심하는 사람, 그렇게 글 쓰는 사람이 된다.
<쓰기의 말들 p191 >

어느덧 한 달의 2/3 지점. 그동안 어떤 책을 읽었는지 들여다본다. 시작하며 계획했던 책들 중에 세 권과 그 외 네 권을 만났다. <니체의 말들>에서는 짧으면서도 간결한 니체의 글에서 풍요로운 대상물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 게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가는 방법임을, <영양의 비밀>에서는 우리 몸에 지혜가 있다는 것과 개인마다 최적화된 식단은 달라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의 삶을 바로잡아야 함을, 아직 마지막 챕터가 남은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필요한 게 뭔지 모르기 때문에 어려워도 목표를 세우고 행동하다 보면 저절로 의미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외 <손바닥 자서전 특강>에서는 기록하다는 말이 무엇이 마음속에 있는지 되돌아보다는 의미로 우리 생각, 마음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독서와 글쓰기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음을, 글쓰기에 대한 주옥같은 문장들이 가득해 조금씩 아껴읽은 <쓰기의 말들>에서는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내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는 깨달음을, 전철에서 잠깐 읽기 시작한 <자전거 여행>에서는 자전거에 얽힌 나의 흑 역사를 떠올릴 수 있었다. <니체의 삶>에서는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여 진정한 내가 되어야 함을 나의 삶을 사랑해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난해하다고 생각한 철학이 조금은 친근해져 다른 철학 책에 도전하고픈 마음도 생겼다.


앞으로 남은 열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인생수업>, <자전거 여행>을 만날 예정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6기를 끝내며 "꾸준히" 읽고 써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더디게 읽고 서평이 잘 안 써져도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매일매일 읽고 쓰다 보면 조금씩 마음속의 불확실성의 구간이 줄어들 거라 생각한다. 남은 한 달도 꾸역꾸역 계속해 나갈 것이다.


잘하는 게 아니라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일 틀린 것은 아니다. 계속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문제다. 계속하다 보면(언제나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 이르게 되는 경지가 있다. 당장의 '잘함'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들인 시간이 그냥 사라져 버리지는 않는다(고 믿고 싶다) <일하는 마음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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