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녹턴
2015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조성진.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쁘던지. 수상후 어느 인터뷰에서 쇼팽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그가 생활하전 곳을 방문하고 친구들과 나눈 편지등 각종 기록도 찾아봤다고 한다. 쇼팽이 쓴 악보 속 음표가 아니라 곡을 썼을 당시의 마음 자체를 이해해보고 싶었다고 했단다. 그의 연주의 감동과 깊이가 다 이유가 있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손가락으로 노래하는 그의 젊음이 싱그럽다.
피아노 학원을 등록하고 천천히 나의 속도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피아노 건반이 조금씩 익숙해졌고 연습을 할수록 손가락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예전에 이런 느낌으로 쳤었지' 이루마의 곡이나 영화음악으로 가볍게 레슨을 시작을 했다. 한 달후 어렵더라도 이왕이면 소나타 같은 클래식한 곡들을 배워보고 싶었다.
조성진의 연주를 들으며 쇼팽의 곡을 치고 싶었다. 망설이다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친절하신 선생님은 녹턴 중에서 몇 개의 악가끔 보를 미리 보내주셨다. 악보마다 플랫과 샤프는 왜 이리 많은지 들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치는 입장으로 악보를 보며 음악을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쇼팽의 녹턴을 처음으로 배우게 되었다.
녹턴 Op.9 No.2. 처음 내 손으로 연주한 곡이다. 1830년부터 31년 사이 작곡된 녹턴 Op.9는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쇼팽에게 있어 처음으로 출판된 녹턴으로 자신만의 강한 개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감상할 때는 천국이었지만 연습할 때는 악보를 따라가느라 한마디 한마디 음이 완성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반복하다보니 손가락이 건반에서 자연스레 움직였다. 서툰 연주 솜씨임에도 세련된 아름다움의 깊이에 감동이 밀려왔다. 페달을 사용하니 더 표현하는게 힘들었다. 쇼팽의 녹턴을 대표하는 명곡으로 영화, TV 등 미디어에서 사랑받는 곡이라서 그런지 한동안 나를 피아노 앞에 앉아 두둥거리게 했던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aewK5gZcq4
피아노를 위한 녹턴은 원래 영국 작곡가인 존 필드(1782-1837)가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로부터 영향을 받아 창작한 음악 장르라고 한다. 그는 1812년경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으로 녹턴(몇 곡은 로망스로 이름 붙여지기도)을 작곡했고 이후 생전에 출판된 약 18개의 녹턴과 사후에 출판된 19번부터 21번까지를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음악 장르는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의 벨칸토 오페라를 사랑했던 쇼팽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쇼팽은 청년 시절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21개의 녹턴을 꾸준히 작곡했는데, 쇼팽의 녹턴은 19세기를 지배했던 외향적 비르투오소(Virtuoso, 덕이 있는, 고결한 뜻의 이탈리아어, 악기를 다루는 능력이 탁월한 경지에 이른 연주가를 일컬음)를 위한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만의 독특한 정서를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피아노의 발달에 따른 악기의 개량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음악이 녹턴이라고 할 수 있단다. 서스테인 페달(음의 유지를 온. 오프 하는 페달)로 왼손의 효과를 확장시킬 수 있었고 장력의 증대 또한 오른손의 멜로디 표현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쇼팽은 연주에 있어서 힘이 강하지 않았던 탓에 리스트와 같은 극적인 연주 효과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대신 쇼팽을 후원했던 플레이에 사의 개량된 피아노는 쇼팽의 섬세한 표현력을 더 정밀하게 재현해 내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었단다.
쇼팽의 19개의 녹턴은 형식에 있어서 존 필드의 그것을 거의 따랐다. 단순한 반주와 세련된 선율로 A-B-A'의 가곡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A 부분은 항상 멜로디컬하고 리드미컬한 오른손 선율이 지배적이어서 아름다운 장식음들이 도드라진다. B 부분은 A의 주제와는 다른 긴박한 표현력과 극적이다. A'는 A에 대한 회귀로서 긴장감을 소멸시키고 밤이라는 시간대 특유의 무감각함을 상장한단다.
특히 쇼팽의 시적 상상력의 표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롭고 신비로움 감정이 풍부하게 담겨있는 녹턴은 그 길이가 짧은 만큼 듣는 이의 내면을 더욱 강렬하게 흔들어 놓으며 낭만주의 시대 음악을 대표하는 최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쇼팽의 음악이 갖는 차별화된 특징은 바로 템포 루바토(Trmpp rubato) 기법'이라고 한다. 이미 예전부터 있던 기법이지만 쇼팽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그의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단다. 이 기법은 왼손이 일정한 리듬을 연주하고 있을 때 오른손 선율은 연주자가 임의로 조정하며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음악이 자칫 틀에 박힌 진행이나 단조롭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율만큼은 음악적 표현의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란다.
이 템포 루바토 기법 때문에 왼손과 오른손이 다른 박자로 치면서 맞추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던 곡이 있다. 녹턴 20번으로 불리는 유작 녹턴 C 샤프 단조는 쇼팽이 청년기 시절에 작고한 것으로 알려진 곡으로 1895년에 처음 출판되었단다. 그 독특한 아름다움과 섬세한 분위기가 듣는 이를 압도하는 이 곡은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사용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녹턴이라고 한다. 박자에서 기인한 어려움과 유명세로 바이올린 소품으로도 편곡되어 연주되기도 한단다.
https://www.youtube.com/watch?v=_vKZFBGiBv8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알려진 쇼팽. 존 필드의 녹턴에서 더 나아가 서정적인 멜로디로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을 다양하게 보여주며 피아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쇼팽은 피아니스트라면 '손가락으로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그 뒤로 총 4곡의 녹턴을 배웠다. 손가락으로 노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두둥거릴 수 있어서 좋았다. 쇼팽의 녹턴을 들으면 평화롭기도 하고 아픔마저도 우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조용한 밤에 쇼팽의 녹턴과 함께 차분하게 하루를 마감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