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 필요할 때 평온한 클래식

바흐 G 선상의 아리아

by 꽁스땅스

중학시절 아침 조회전. 교실 스피커에서 강하지만 부드러운 안정된 선율이 흘러나온다. 학교 방송부에서 진행하는 아침 명상의 시간이다. 명상을 알리던 음악이 처음에는 진중하되 무겁지 않게 살금살금 다가온다. 방송부 절친의 낭랑한 목소리가 조금은 잦아든 음악사이로 살랑살랑. 스피커를 타고 교실 너머 학교 전체에 톡톡톡 떨어진다. 고요함과 편안한 느낌의 선율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친구가 낭송하는 글과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스르르 눈이 감긴다. 그 뒤로 나에게 있어 명상하면 떠오르는 음악이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qtF7ttfMcM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Air on G).

독일의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작곡한 5개의 관현악 모음곡으로 그중 제2곡으로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여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곡이다. 오늘날 ‘관현악 모음곡’으로 불리지만 당대에는 ‘서곡’으로 불렸단다. 서곡은 오페라나 오라토리오(종교적 극음악)가 시작될 때 연주되는 기악곡을 지칭하지만 프랑스풍의 서곡과 여러 개의 춤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종의 연주회용 모음곡을 뜻하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리아는 선율에 의한 곡조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G 선상의 아리아의 멜로디가 잘 들리는 거란다. 멜로디를 연주하는 선율 악기 중에는 바이올린이 대표적이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미는 관현악 협주곡인 이 곡을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편곡해서 연주했단다. 관현악 곡일 때는 바이올린 A 현(라장조)을 위주로 연주하지만 빌헬미가 G 현(다장조)을 위주로 편곡 연주하여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거다. G 현은 바이올린 중 가장 낮은음을 내기 때문에 바흐의 차분한 선율을 더 깊고 인상적으로 만들어주었고 G 선상의 아리아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란다.


이 아리아는 바흐가 아름다운 한 여인의 사랑과 엄숙하고 경건한 인간적 고뇌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특히 바흐가 가장 행복하던 시절인 1730년경에 작곡한 곡이라 부드러움과 고요함, 편안한 느낌으로 언제 어디서 들어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단다.


원래 이곡도, 바흐도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유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흐가 죽은 지 100년이 지나서 멘델스존이 바흐의 음악을 세상에 널리 알린 뒤 음악의 아버지라는 칭호까지 듣게 된 것이란다. 당시 바흐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독일에서만 음악을 했기 때문이고 자식들이 많았는데 그의 악보를 팔아버려서 여기저기 흩어진 것도 그 이유라는 것이다. 멘델스존이 이것을 수집해서 바흐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바흐를 위한 음악회를 열었고 그 뒤 바흐는 위대한 음악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G선상의 아리아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스르르 눈이 감길 만큼 편안하다. 그래서 이곡은 최고의 불면증 치료 음악으로 손꼽힌단다. 실제로 6.25 전쟁 때 아수라장 같은 피난 열차 속에서 G 선상의 아리아를 들려주자 처음 듣는 사람들마저 조용해졌다는 얘기도 전해진단다. 문득, 잠 못 이루는 어느 백작을 위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가 떠오른다. '바흐는 수면제용 음악 작곡에 일가견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G 선상의 아리아의 앞뒤에 연주되는 곡들은 춤곡이니 마치 클럽에서 댄스음악 사이에 블루스를 넣은 느낌이기 때문에 G 선상의 아리아만 듣는 것보다 모음곡 전체를 들어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거라고 한다.


중학시절 이후로 바흐의 이 선율은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근데도 제목이 뭐였더라? 하고 혼자 물어보기도 하고 찾아보기도 하고 그랬다. 느리지만 은은하고 엄숙하기도 한 곡. 하늘 아래 오늘이라는 선물의 나날들. G 선상의 아리아의 장중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평온한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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