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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yeon Mar 17. 2017

두 번째 굴러온 돌

굴러들어온 돌은 마당냥이를 쫓아냈다


실외에서 키우는 개에게 애정을 쏟기란 어려웠다. “예쁘다 말하긴 쉬워도 정작 내가 개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턱없이 적었다한창 뛰어다녀야 하는 개를 한정된 공간에 가뒀고 산책도 자주 가지 못했다 먹을 티비 볼때침대에 누워서, 언제든지 끌어안고 쓰다듬어줄  있는 실내견과는 무척 달랐다.


죽을 때까지 평생  키우겠다고 생각하고 데려왔지만  기간은 너무 짧았다계절  번을 넘기지도 못하고 녀석은 허무하게 죽었다성인 여성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덩치가 커서 화장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불이 꺼지기를 기다리면서 속으로 다짐했다앞으로  개는그것도  밖에서는 절대  키우겠다고이미 집에는 고양이가 있었기에 이는 ‘이제 개는 키우지 않겠다 결심에 가까웠다.


쌀쌀하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작년 9  마리가 눈에 띄었다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개는 마당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이러다 사라지려니 했지만 개는 다음 날에도 계속 머물렀다그러나 정작 우리 가족이 가까이 다가가려하면 멀리 도망쳤다.

버려진 건가. 춥겠다배고프겠다물은 마실까밥이라도 먹으면서 주인을 기다리라는 심정으로 개가 자주 앉는 자리에 사료와 물을 내놓았다.

사흘째 되던 얼굴이라도 자세히 볼까 해서 도망치는  뒤를 천천히 쫓아갔다대문까지 도망가던 개는 더이상  곳이 없자 방향을 돌려  쪽을 쳐다봤다거리를 유지하고 멈춰 앉아 이리 오라고 불러봤다경계심이 강한 개는 올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뀌어서는 내게로 미친 듯이 달려왔다무슨 이산가족이라도 상봉하듯이

  쓰다듬어 줬더니 경계심이  녹듯 사라졌다 3개월쯤 됐나 싶은생각보다 어린 강아지였다목에는 멀리서도 희미하게 보였던 초록색 목줄이 매여 있었다.

동네에 전단지를 붙였지만 연락은 없었다. 머지 않아 전단지는 모두 뗐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고 전단을 만들었다이집 저집에 “혹시 주인을 아느냐 묻고 다녔다 번은 개와 함께  멀리 나갔던 가족이 “전봇대에 묶어두고 가면 주인을 찾아 보겠다 말을 들었다그랬다간  개로 동네 잔치를 벌일지 모른다는 걱정이 스쳤고우리는 며칠 지나지 않아 붙였던 전단지를 모두 뗐다.

결국 우리는 개에게 초복이(자두)란 이름을 지어줬다. 초복 즈음에 태어났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많이  것을 대비해 대형견용 개집도 장만했다비록 헛수고였지만성견이 돼서도 생각보다 너무 작은 자두는 허리 위까지 점프하면서 매달리고발라당 뒤집어지며 애교를 피운다부르면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부터 부랴부랴 달려온다고양이랑은  다른 매력이다.

내가 지금 집으로 이사  것은   전의 일이다우리집 ‘안방마님’ 고양이는 이사 준비를 하던 도중 마당에서 주웠다그리고 자두는 이렇게 이곳에서 '우연히주운  번째 가족이 됐다.


굴러들어온 자두는  밖에 살던 마당냥이 수 마리를 내쫓고 자기 영역을 확보했다더이상 길고양이는 발걸음하지 못한다대신 자두 친구들이 놀러와  그대로 개판을 만들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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