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면접 때 들었던 말이다. 그래 뭐, 출판사가 박봉이라는 건 알고 갔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세상 물정을 잘 몰랐던 것도 한몫했다. 출판사는 보통 경력직을 뽑는다던데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한 내가 내세울 경력은 쥐뿔도 없었다. 적은 급여를 받아도, 경력을 쌓을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최저시급과 물가를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 금액에 절로 웃음만 나온다.
도서관 팀장님의 소개로 면접을 보러 간 회사는 진짜 가족 회사였다. 아파트 거실만한 사무실, 소규모 인원, 큼지막한 안경을 쓴 분들이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 딱 내가 상상한 출판사의 모습이었다. 여기저기 이사를 많이 다니긴 했어도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내가 서울살이를 하게 될 줄이야. 무슨 근자감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미리 말하지 않고 혼자서 서울행을 결심했다. 무작정 집과 먼 곳에서 혼자 산다고 생각하니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때의 심정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설렘 반, 두려움 반이 맞겠다.
사실, 고등학생 시절엔 꿈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현실을 생각하면 그저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나의 판단은 그랬다. 오죽하면 대학도 친한 친구들 따라 학과를 선택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민망하지만 막연히 책을 좋아하기도 했고, 성적에 맞춰 수시 합격이 가능한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한 것이다. 스트레이트로 졸업하기에는 취업 걱정이 들었던 터라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1년 휴학을 했다. 학교를 쉬는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여러 대외활동을 했었다. 그중 현재 내 직업에 영향을 준 활동은 다름 아닌 출판사 서포터즈였다.
‘만약 내가 그때 그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첫 회사가 정말 중요하다던데, 다른 곳에서 일했다면 더 높은 연봉을 받지 않았을까?’
가끔씩 힘들 때마다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고 상상하기도 한다. 만약 전공을 살려 사서로 일했다면 정규직이 되지 않는 한, 계약직으로 전전 근근 하며 생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가 여러 번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기도 했다. 서서히 나이 듦을 느끼고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다. 남들처럼 심각한 결정장애를 가진 내가 꿈을 향해 조금씩 달려왔던 과거를 칭찬해주려 한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책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편집의 ‘편’자도 몰랐던 초보 편집자에서 기획편집자가 되기까지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을 꾸밈없이 적어보려 한다. 읽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