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공식을 본 적이 있는가.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말은 건넨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는데 사실이에요?”
질문에 반박할 근거를 찾고 싶다만, 첫 회사에서는 진짜 밥 먹듯 야근을 했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인데 왜 회사를 떠날 수 없을까. 마치 햄스터가 쉬지 않고 쳇바퀴를 계속 굴리듯이, 무조건 “네”라고 말해야 하는 신입사원에게 야근이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도 같다. 오후 6시가 넘어도 타자 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들린다. 누구도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없다. 계속 휴대폰 시계만 들락날락 보기 바쁘다. 눈치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 누가 고요한 사무실의 정적을 깬다. “저녁 뭐 먹을래요?” 그렇게 하루하루 배달을 시켜 먹으니 같은 음식을 요일별로 돌아가며 먹게 된다. 신입사원들끼리는 돌아가서 주문하는 순번도 정한다. 야근하는 직원마다 각자 먹고 싶은 음식도 달라서 한 명씩 어떤 음식을 먹을지 메뉴판을 보여줘야 했다. 직원이 많거나 메신저를 주로 이용하는 곳에서는 퇴근 전에 ‘야근 멤버’끼리 미리 메신저로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의논하기도 한다.
수험서를 만드는 회사에 다녔던 시절에는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존재했다. 매년 하반기 10~12월쯤에는 내년 개정 신간 도서를 만드느라 매일 야근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식비와 야근비가 주어지니, 피곤해도 참고 일할 수 있었다. 내가 일한 만큼 추가 근무수당을 받는 건 엄연한 권리인데, 아직도 야근 수당을 주지 않는 회사를 간간히 보게 된다. 두 번째 다녔던 회사에서는 아예 일주일에 한두 번은 무조건 야근을 하라는 협박 아닌 협박도 받았었다. 특히 ‘야근을 1시간 하면 식사비가 3천 원, 2시간 하면 5천 원’을 지급해주는 회사 규정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그래서 이직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은 ‘정시 퇴근’이다. 나는 면접 볼 때 항상 야근 여부를 물어본다. 새 회사를 알아본다면 야근을 자주 하는지, 야근 수당은 주는지, 자유롭게 퇴근하는 분위기인지 꼭 체크할 필요가 있다. 똑같은 출판사라도 근무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마감일에 맞춰 스케줄 관리만 잘한다면 정시에 퇴근할 수 있다. 지금 다니는 곳은 자유롭게 퇴근하는 분위기라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입사한 것도 있다. 그만큼 워라밸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예전에는 심지어 야근하고 집에 돌아온 뒤 당시 남자친구(현 남편)와 통화하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든 적이 있었다. 다음 날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당시 남자친구는 이런 날 이해하지 못했었다. 훗날 직장인이 된 남자친구가 그때의 날 이해했다고 말했던 웃픈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매일 야근하던 시절에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정도로 온전한 내 시간이 없었다. 회사의 노예가 된 기분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9시 반, 10시, 11시 반… 이렇게 야근하고 텅 빈 집에 돌아오면 더럽지만 화장을 지우지 못하고 잠이 든 적도 많았다. 그래서 지금 내 코와 볼에 모공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업무 스트레스로 직장에서 병을 얻어 퇴사하는 지인도 있었다.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절대로 야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20대 청춘을 회사에 바치지 말고 내 인생을 위해 쓰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하고 싶고, 해보고 싶은 일들이 가득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