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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날리 Jun 03. 2021

그만 둘까? 본업 충실 vs 부캐의 시대

당신에게도 부캐가 있나요?


이 어둠을 빨간 코로 비춰줄래 ♪     



요즘 이 노래가 여기저기서 들릴 정도로 유행 중이다. 탄과 제이호로 구성된 2인조 보이그룹 매드몬스터의 곡 <내 루돌프>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요새 드라이브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이 곡을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기도 한다. 언뜻 보면 아이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상한 필터가 벗겨질 땐 잠깐(?) 악귀가 씌었다는 설도 있다.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이후,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부캐’로 활동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도 매번 바뀌는 유재석의 부캐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부캐의 시대가 오면서 ‘내 부캐는 과연 뭘까?’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됐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직접 만들고 싶어서 출판사에 발을 들였다. 다른 사람의 글을 열심히 다듬어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하면서, 나도 작가가 돼서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렇지만 일하면서 글을 쓰기란 쉬운 게 아니다. 누구나 본업을 하면서도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곤 과감히 본업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 바야흐로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만약 지금 직장을 그만두면 벌어질 일을 상상해봤다.

- 개인적으로 활용할 시간이 많아진다.

- 그동안 업무시간에 하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맘껏 즐길 수 있다.

- 늦잠을 잘 수 있으니 안색이 밝아지고, 몸이 건강해진다.

- 달마다 들어오는 고정수입이 사라진다.

- 이직을 위해 자소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     


퇴사하면 당장은 기쁘고 홀가분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한 친구는 시도 때도 없이 오는 독자 문의에 시달려 전화 공포증이 생겼고, 다시는 출판업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떠났다. 나 또한 퇴사와 이직을 반복하면서 아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고이 접어둔 채, 또 같은 길을 선택했다. 신입과 경력. 여기서 경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먹고살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러니 느리게 가는 신입보다 빠른 지름길인 경력을 택할 수밖에. 마음은 이상을 좇지만 늘 현실에 갇히는 셈이다.   

   



출판업에도 여러 분야가 존재한다. 나는 현재 단행본 도서를 만들고 있지만, 그전에는 자격증 도서를 만들었다. 어찌 보면 엇비슷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확실히 다른 분야다. 한 분야에서 적어도 3년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해당 분야로 이직이 쉬운 출판업계에서, 운 좋게 내가 그토록 바랐던 ‘단행본’ 분야로 이직에 성공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나는 내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자존감이 높아졌다가 또 한없이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여기저기 자신만의 특별한 ‘부캐’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나만의 ‘부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블로그는 활동을 안 한 지 오래되었지만, 다른 SNS 활동을 꾸준히 하며 다양한 소식을 접하고 요즘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페탐방을 주제로 인스타그램을 개설해 활동하고 있다. 이름 대신 새로운 닉네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도 부캐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부캐가 없다고 좌절하지 말자. 단순한 취미생활에서 부캐의 싹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휘황찬란하지 않아도 괜찮다. 본업을 이어가되, 부캐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당신에게도 부캐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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