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출판사에서 일하기 유리한 학과라고 하면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를 손꼽는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두 학과 출신이 아니다. 그런데도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국문과나 문창과를 나와야 출판사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했다. 나는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정사서 2급 자격증을 받았다(지금은 이 자격증이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전공과 무관한 출판사에 취업하면서 이 자격증은 쓸모가 없어지게 됐다.
현 출판업 종사자들의 전공은 다양하다. 인문계열, 법학계열, 자연과학계열, 디자인계열 등…. 출판 분야에도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듯이, 자기 전공을 잘 살린다면 원하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출판 분야에 대해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문학(소설/비소설/에세이)
인문 교양
역사
종교
예술
사회 정치
자연과학
경제 경영
자기 계발
만화
어린이/청소년
여행
가정 살림(육아)
요리
건강 취미
수험서 자격증
대학교재
학습서(참고서)
요즘 시중에 나오는 책들을 살펴보면, 어느 특정 분야라고 확정 지을 수 없을 정도로 하나의 책에 여러 분야가 담겨 있다. 베스트셀러를 예로 들어 보자. 국민 육아 멘토로 활발히 활동 중이신 오은영 박사님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는 가정 살림(yes24 기준)으로 카테고리 분류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책의 특성(특징)에 따라 인문 교양 책이 될 수도 있고, 사회 정치 분야 속 자녀교육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좀 더 알아보기 쉽게 카테고리로 나열해보면(yes24 기준)
- 국내도서 > 가정 살림 > 육아 > 육아법/육아일기
- 국내도서 > 가정 살림 > 자녀교육 > 자녀교육일반
위 두 가지에서 다음의 분야를 추가할 수 있다.
- 국내도서 > 가정 살림 > 자녀교육 > 좋은부모되기
- 국내도서 > 인문 > 인문/교양 > 교양으로 읽는 인문
- 국내도서 > 사회 정치 > 교육 > 교육학 일반
- 국내도서 > 사회 정치 > 교육 > 자녀교육/성교육
이렇게 분야의 세분화를 계속하면 끝이 없다. 기획자마다 분류를 정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다. 단행본을 만들 때는 굳이 전공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새로운 분야의 책을 만들 수 있다. 출판사마다 다르겠지만, 경제경영팀, 실용팀, 문학팀 등 해당 분야의 책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팀을 따로 구성하기도 한다. 같은 분야의 책을 계속 만들어간다면 ‘편집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며, ‘출판사’는 고유의 ‘정체성’을 확고해 나가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글에 맞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내는 출판사에 마음이 더 가기 마련이다.
나도 내 전공과 무관하게 인문, 경제 경영, 자기 계발, 실용, 에세이, 육아, 여행, 취미, 수험서 자격증, 대학교재, 비매품, 학회지, 논문, 역사, 종교, 예술 분야의 책을 만들었고, 또 만들고 있다. 이렇게 나열하면 꽤 많은 책을 만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육아, 여행, 취미 등을 하나로 묶어 실용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앞서 살펴본 카테고리 분류대로 하나의 책도 여러 분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출판 시장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제 “에디터님은 국문과나 문창과 출신이시죠?”와 같은 고정관념에 얽매인 질문은 하지도, 받지도 않는 시대다. 물론 전공과 다른 분야의 책을 만들 때 고충을 느끼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비전공자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게 출판 동향을 꾸준히 파악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운다면 충분히 새로운 분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그래서 월수금마다 메일로 최신 이슈를 받아볼 수 있는 뉴닉(NEWNEEK)을 이용 중이다. 뉴스 기사 볼 틈 없이 바쁜 현대인들이 꼭 알아야 할 핵심 이슈와 쟁점을 무료로 발송해주기 때문에, 주로 출근시간 버스 안에서 쓱 한 번 살펴보기에 아주 유용하다. 또 기획을 한답시고 매일 온라인 서점, 네이버 책문화판 등을 통해 신간도서와 주간 베스트셀러를 살핀다.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는 힘도 길러야 한다. 또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 콘텐츠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오늘도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모니터에 빠져들 듯 뻑뻑한눈을 굴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