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외면 관찰기
학창 시절 등하굣길은 너무나도 지루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상당히 산만했던 것 같다. 친구들과 만나서 옛이야기를 할 때면, 몇 반이었다던가 선생님이 누구였던가 같은 반 친구는 누구였던가 하는 것은 곧잘 기억한다. 하지만, 그 당시 수업에 관한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수업 시간은 친구들과 장난을 치거나 아니면 시선은 칠판에 두되 정신은 항상 아주 먼 곳에 있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통학 길은 거의 도보였다. 등굣길은 보통 혼자였고 하굣길은 고등학교 시절을 제외하고는 열에 일곱여덟은 친구들과 함께했다. 혼자 다닐 때면 산만했던 성격에 맞게 오만가지 생각들을 펼치며 학교를 다녔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이전까지는 딱히 지루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를 오가는 길은 걸어서 2~30분 남짓이었다. 등굣길은 보통 서두르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빨리 가자는 생각밖에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던 귀갓길은 느긋한 만큼 그 시간이 늘어난 듯했다. 특히나, 친구들 없이 다닐 때면 그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당시에는 매일 보는 그 풍경이 뭐가 그리 질렸는지 하루는 육교를 넘어가고 또 하루는 강변을 따라 학교를 다니곤 했다. 딴에는 그렇게 몇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나름 일상의 다양성을 추구했던 것이다.
어느 날 저녁인가 거울을 들고 얼굴을 한 번 쓱 비춰본다. 샤워 후 머리를 말릴 때나, 외출하기 전 그리고 가끔 좋은 기분으로 사진을 찍을 때 등, 살면서 수도 없이 봤던 얼굴이 이상하게 상당히 어색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막상 봐야지 하고 보니 더없이 어색하고, 그 안에 있는 내 얼굴도 꽤나 낯설어 보였다.
언젠가 걷다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등하굣길, 출퇴근길처럼 자주 다니는 길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기분. 그 순간, 건물 2층에 저런 가게가 있었는지 보도블록 옆에 무심히 피어 있는 꽃은 언제부터 내가 꽤나 좋아하는 ‘금계국’이었는지. 마치 내가 오가던 그 ‘길’의 주변 몇몇 사물을 하루아침에 바꾼 것 마냥 낯설고도 새롭게 바뀌어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거울 속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얼굴의 외형 선만을 쳐다보니 꽤나 새롭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무 하나하나보다는 숲을 보는 시선을 가졌다 생각했는데, 눈, 코, 입, 볼 등으로 이뤄진 내 얼굴이라는 숲은 이렇게나 낯설게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얼굴형이라는 것에 딱히 별생각은 없는데, 언젠가 쓰고 있는 안경을 좀 바꿔볼까 싶어 알아보던 중에 맞는 얼굴형은 계란이니 땅콩이니 해서 잠시 고민해 본 적은 있다. 거울에 비춰 본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듯 그냥 계란형인 것 같기도 역삼각형인 것 같기도 하다. 예전 사진을 보면 체중에 비해 통통한 볼살이 뭔가 만두가 연상되기도 하나 현재는 동글거나 역삼각형 그 중간 어디쯤이라 생각된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어릴 적 한쪽으로 자주 씹던 습관 탓인지 한쪽 턱이 좀 더 각져 있다는 것 정도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다보니, 세월의 나이테가 곳곳에 느껴진다. 살이 더 쪄서 볼이 축 쳐진 불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어린 시절 짧은 생각과는 꽤나 다른 모습이다. 뭔가를 자꾸 접하면 호감이 생긴다고 하니, 좀 더 자주 보자며 어색한 웃음을 거울 속으로 한번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