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외면 관찰기
어려서부터 목소리가 작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직접적으로 ‘목소리가 작다’는 말보다는 되묻거나, 다시 한번 말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이렇게 말하면 보통 자신감이 부족하다거나 조용한 사람으로 생각되겠지만 딱히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오히려 활발한 편이고, 비율로 따지자면 7대 3 혹은 6대 4 정도 외향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다. 아마 사회로 나온 후 정도부터가 아닐까 싶은데, 대화를 할 때 친구 가족을 제외하고는 의식적으로 되도록 음량과 톤을 올려 말하고 있다.
어디에서 보기를, 사람은 본인이 말하는 것을 본인의 귀로 들으면서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 청력이 떨어질수록 큰소리로 말하게 된다고 하는데, 이를 보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반대로, 내 청력이 좋아서 상대적으로 작은 목소리로 말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로 귀가 꽤 밝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뭔가 특출 난 것은 아니고 작은 소리를 조금 더 잘 듣는 느낌에 가깝다. 예를 들어,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진동이 울리거나 벨소리가 들려 알려주면 가끔 어떻게 들었냐는 질문이 되돌아오는 정도다. 그럼 좀 들을 줄 아는가 하면, 그저 소리의 크기 자체만 조금 더 잘 들을 뿐이다. ‘귀가 좋다’고 하면 연상되는 절대음감이라던가 고가의 음향장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어야만 만족감을 느끼는 그런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흔히 말하는 막귀에 가깝다. 음향기기에 돈 꽤나 투자하는 지인이 맛 좀 보여주겠다며 헤드폰을 몇 개씩 가져와 청음을 시켜 줄 때도 별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친구가 듣는 볼륨이 너무 커서 시끄럽기만 했다 결국 딱히 쓸모는 없었다는 말이다. 반대로, 정말 귀가 밝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몇 해 전 윗집이 아닌 아랫집의 소음으로 잠시 고충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불편한 점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굳이 좋은 점을 찾아보자면 평상시 볼륨을 두세 칸 정도로 쓰니 전기는 좀 아끼지 않겠나 하는 것 정도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볼 때 이목구비 중 귀는 보통 의식하고 본 기억이 없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보통 눈, 코, 입 등 정면의 얼굴을 보고 말을 하니 딱히 볼 일이 없기도 하다. 또한, 멋진 귀를 가진 이성이 이상형이라 말하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 그래서 이상적인 모양새에 대한 가늠이 되질 않는다. 어릴 적 한쪽 귀가 접혀 있던 친구가 어른이 되면 부모님이 수술을 시켜준다 말했던 적이나, 정면에서 볼 때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원숭이를 닮은 귀를 가진 친구의 귀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살면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기억에 남는 귀는 이 두 명이 끝이다. 그저 귓바퀴, 귓불 정도만 알고 있다가 글을 쓰며 찾아보니 이륜, 이주, 이갑개 등 세부적인 명칭이 꽤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살면서 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가볍게만 흘려보았다.
정면에서 본 귀는 뒤로 꽤나 누워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 카메라로 두 귀를 한번 찍어본다. 생각보다 놀란 것은 유심히 보면 양쪽 모양이 생각보다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뭐, 얼굴도 보통 대칭적이진 않으니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라고 넘기며 생김새를 관찰해 본다.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평범한 귀라고 생각된다. 그저 누군가 봤을 때 별다른 특징이랄 것 없이 평범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잘 듣는 것과는 달리 내 귀는 꽤 작은 편이다. 전체적인 크기를 약간 축소시켜 놓은 느낌이다. 뭔가 모순적인 느낌을 받으며 귀 관찰은 마무리하기로 한다.
아, 물론 본인의 머리에 붙어있어서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