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놀이

Ranking contents: The mystery of number

by 서태원 Taewon Suh

밴드 산울림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을 즈음 어린 나이에 누나를 따라서 서울 광화문의 유명한 레코드 가게에 가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990년 후반기에 강남과 종로에 있었던 타워레코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큰 규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광화문 음반사 혹은 박지영 레코드가 아니었나 추측해 봅니다. 어린 나이에 팝 음악을 듣기 시작하게 된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개인적 추억을 되새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문 옆에 놓여 있었던 Billboard Hot 100 차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기억을 소환했습니다. 그 당시는 기다림에 대한 추억이 많던 시절입니다. 매주 그 한 장 짜리 카피를 얻으려고 광화문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당시는 한국에는 방송사 외에 공신력 있는 전문 음악 차트는 존재하지 않았고 음악 전문잡지도 나오기 조금 전의 시기입니다.


Billboard는 1894년 창간되었으니 이미 100년이 넘은 음악산업계의 전문 잡지입니다. 주크박스의 인기와 함께 1940년부터 음악 차트를 다루기 시작한 빌보드는 [마국 대중음악 차트]와 동의어로 여겨질 만큼 오랜 기간 공신력을 얻어왔습니다. 사실 B2B 잡지이지만 20세기 후반 구독층은 광범위했었습니다. 빌보드는 성공적으로 Digitalization를 거친 잡지 중의 하나입니다. 이제는 각종 차트를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낭만은 적지만 좋은 세상이긴 합니다.

2010년 7월 31일 자 빌보드지 커버

WatchMojo.com이란 미디어 회사가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이천 이백만 구독자와 13조가 넘는 누적 뷰를 기록하고 있군요. 2006년에 창립하여 2012년 유튜브에 집중하면서 크게 성장한 회사입니다. 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의 탑 텐 리스트 비디오를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Top Ten] 포맷을 유행시킨 원조입니다. 빌보드지와 함께 차트 혹은 랭킹이 좋은 콘텐트가 될 수 있음의 증거가 되는 사례입니다.


사람들은 숫자를 선호합니다. 첫째, 숫자는 축약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사람들은 간결하고 응축된 정보를 더 좋아하지요. 숫자가 그렇습니다. 독자들은 숫자가 포함된 헤드라인에 더 관심을 둔다는 경험적 연구가 있습니다. 둘째, 숫자로 나열된 랭킹 자체는 사람의 흥밋거리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누구 최고인지를 알고 싶어 하고 누가가 더 뛰어난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경쟁의 문화는 보편적이며 본인이 경쟁에 있는 것은 스트레스일지언정 남들이 경쟁하는 것을 보는 것은 좋은 오락거리가 됩니다.


2014년 출간된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의 한 논문에서는 소비자 행동에서의 숫자의 유의미성을 검증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특히 10과 5의 기준이 중요하다는데요. 사람들은 순위에서 다른 숫자보다 10과 5에 위치한 정보를 더 잘 기억한답니다. 우리는 흔히 Top 10이나 Top 40에 익숙하지요. 작은 단위라면 Top 5 혹은 Top 3에 더 친숙합니다. 더 친숙한 것에 눈이 가고 그것을 더 잘 기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인지도를 위해서라면 9등을 하는 것보다는 10등을 하는 것이 조금 더 낫겠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밴드가 빌보드지에 오르는 것이, 그것도 정상을 차지하는 일이 더 이상 크게 놀랄 일이 아닌 시대입니다. 그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빌보드지를 종이가 아닌 디지털의 형태로 찾아보게 되었고 순위 콘텐츠와 마케팅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되는군요. 매주 빌보드의 Top 40를 외우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대개의 대중문화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의 순위에 대해 관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숫자는 참으로 위대한 언어입니다. 숫자에는 많은 의미와 문화적 요소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슬기로운 마케터들은 숫자를 현명하게 이용합니다.



빌보드에서 비교적 최근 신설된 Artist 100 차트에서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Drake의 Toosie Slide (2020)


*Title Image: Billboard Magazine (February 17, 2018) BTS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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