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태원 Taewon Suh Oct 15. 2020

디스코의 완성자

Nile Rodgers and Bernard Edwards

최근 디스코 풍의 넘버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BTS의 [Dynamite]가 대표적인데요. 디스코는 R&B와 댄스 뮤직의 하이브리드입니다. 힙합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하나의 하위문화였습니다. 뉴욕의 나이트클럽, 이른바 디스코텍을 중심으로 하는 음악 장르이자 하위문화였지요. 트렌드의 중심에서 funky한 사운드의 R&B 음악을 유로피언 댄스 그리 록시 뮤직과 같은 브릿 아트팝에 연결시키면서 메인스트림의 댄스 뮤직으로 변신니다.


미국의 음악 산업에 있어서 1970년대 중후반은 묘한 텐션이 존재했던 시기입니다. Corporate rock이 완성되자마자 디스코의 열풍이 일어나 록 음악의 대중성이 다소 취약하게 됩니다. 비지스가 주도한 1977년의 [Saturday Night Fever] 사운드트랙 앨범이 결정적인데요. 이 영화와 사운드트랙을 통해 디스코의 열풍은 온 세계를 뒤덮게 됩니다. 이에 록의 추종자들이 디스코를 경멸하던 시절이었던 것입니다.


디스코는 1970년대 말을 휩쓸고 사라진 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조금씩 진화하며 적절한 선에서 그 명맥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 진화의 중심에는 Chic 출신의 Nile Rogers와 Bernard Edwards가 있습니다. 나일 로저스와 버나드 에드워즈는 컨템퍼러리 디스코를 완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뉴욕 출신인 Nile Rogers와 Bernard Edwards는 1970년에 만났습니다. The Big Apple Band란 이름으로 활동했지만 동명의 다른 밴드와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1977년 Chic의 개명하면서 디스코의 붐과 함께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Dance dance dance], [Le freak], [I want your love], [Good times]과 같은 히트 싱글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밴드의 성공에 힘입어 그들은 다른 아티스트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시스터 슬레지의 1979년작 [We Are Family]와 다이애나 로스의 1980년작 [diana]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다이애나 로스의 싱글 [Upside down]은 나일과 버나드의 스타일을 정의하는 정점과 같은 곡입니다.


디스코와 록의 차이를 모호허게 합니다.


나일과 버나드는 사실 1970년을 전후하여 뉴욕을 중심으로 한 punk movement에 영향을 받아 funk가 아니라 punk를 하고 싶었던 젊은 블랙 뮤지션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는 백인이 아닌 사람이 punk를 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용인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주어진 스테레오 타입대로의 음악을 해야만 했습니다. 흑인의 음악을 말이지요. 잡종성을 가진 디스코는 그들에게는 하나의 탈출구였던 것입니다.


음악의 다양성과 잡종성이 크게 증가하는 1980년대에 나일 로저스와 버나드 에드워즈는 제작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더 자유롭게 만들어 낼 수 있게 됩니다. 각자 독립적으로도 그들은 프로듀서로서 확실한 족적을 남기지요.  


나일 로저스는 1980년대에 걸쳐 빅 네임 아티스트의 앨범을 제작하며 크게 활약했습니다. 예를 들면, 데이비드 보위의 [Let's Dance] (1983), 마돈나의 [Like a Virgin] (1984), 듀란듀란의 [Notorious] (1986), B-52's의 [Cosmic Thing](1989) 등이 그의 프로듀싱을 통해 크게 인기를 얻습니다.


나일 로저스가 제작한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 (1983)


버나드 에드워즈는 1980년대 중후반에 독립적인 임팩트를 만듭니다. 슈퍼그룹 파워 스테이션의 동명 데뷔 앨범 (1985), 로버트 팔머의 [Riptide] (1985), 그리고 ABC의 [Alphabet City] (1987) 등을 제작해 냅니다.


버나드 에드워즈가 제작한 슈퍼 그룹 Power Station의 [Some like it hot] (1985). 로버트 팔머의 보컬에 듀란듀란의 기타와 베이스, Chic의 드럼!


나일 로저스와 버나드 에드워즈는 다양한 혁신이 자유롭게 받아들여졌던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의 뉴욕의 분위기가 산출해낸 디스코의 완자입니다. 장르는 산업적인 도구일 뿐 모든 음악은 다양한 영향력을 통해 발전하고 진화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 실력파 아티스트들이기도 하지요.


나일 로저스는 2013년 다프트 펑크와 패럴 윌리엄즈와 함께 [Get lucky]를 정상에 올리는 등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나드 에드워즈는 아쉽게도 1996년 44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맙니다. 그해 4월 나일 로저스는 일본 담배 공사가 수여하는 그 해의 최고 프로듀서상을 수상하고 부도칸에서 공연할 때 버나드 에드워즈를 초청합니다. 버나드의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단되자 나일은 그에게 공연을 하지 않고 쉴 것을 권유하지만 버나드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공연을 마칩니다. 사실 공연 중에 바나드는 몇 초 동안 정신을 잃으면서 연주를 스킵하기도 하지만 나일은 그것이 즉홍적인 연주 상의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마친 후 좀 쉬어야겠다며 호텔방으로 돌아간 버나드는 얼마 후 나일에게 호텔방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공연을 해낸 아티스트다운 죽음이었습니다.



*Title Image: Chic


[Le Freak] by Chic (1979)

    

작가의 이전글 진정 중요한 것은 모두의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