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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Jul 28. 2018

사랑 노래가 아니라니깐

기호의 자의성과 다의성

가사를 통해 음악은 그 가치를 높히게 됩니다. 오래 사랑받는 명곡에 있어서는 그 가사가 다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밥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이 주어진 것은, 좀 당황스럽기는 해도, 그 좋은 예가 됩니다. 음악의 장르가 변화하고 진화한 것처럼 가사도 그 스펙트럼이 확장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노래 가사를 오해합니다. 시적인 기호의 사용은 다양한 해석을 가져오기 마련이고 개인적인 표현은 그 배경 상황을 알기 전에는 그 뜻을 제대로 깨닫기 어렵습니다. 작사를 하는 사람이 일부러 다의적인 표현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요. 요즘은 영어든 한국어든 잘 안들려서 오해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잘 듣고도 가사의 본 의미를 완전 반대로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팝 뮤직은 대개 cliche에 기초합니다. 가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적 상식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경우에 오해는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점이 대중 가사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오히려 그 오해를 즐깁니다. 대중 음악의 가사는 객관성과 주관성이 교차하는 공간인 것입니다."


사랑 노래만큼 흔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이 연상되는 단어를 쓰면서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다면 오해는 불가피합니다. The Police의 [Every breath you take]는 "당신의 모든 숨결을 사랑하겠어"라는 사랑 노래가 아니라 "네가 숨 쉬는 것 하나하나를 다 지켜보겠어"라고 하는 강박적인 스토커에 대한 얘기입니다. 왜곡되고 병적인 애착의 감정을 노래하는 상당히 음산한 넘버이지요.


The Police의 1983년작  [Every breath you take]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로 프러포즈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은 스팅이 본인의 결혼식에서 웨딩송을 사용한 노래는 Percy Sledge의 원곡이고 Michael Bolton도 노래한 [When a man loves a woman]입니다. 흠... 이 노래의 본래 의미는 "남자는 사랑에 빠지면 상등신이 되지"하는 자조적인 읊조림입니다. 여자에게 번번이 당하는 남자의 얘기지요. 뭐 스팅은 아직 잘 살고 있답니다.


R.E.M.의 [The one I love]이란 노래도 놀랍게도 다른 사람을 번번이 이용해 먹는 흉악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밴드의 첫 번째 탑 10 싱글 히트곡이지만 사실 가사에 실린 감정이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라 발표하지 않으려고 했던 넘버입니다. 작자이자 싱어인 Mike Stipe는 만약 사람들이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이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노래를 사랑 노래로 오해하고 이 노래를 부를 때 어떤 커플이 키스하는 것이 보여도 오히려 "오해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답니다.


R.E.M.의 1987년작 [The one I love]


록 역사상 가장 하향 평가되는 밴드 중의 하나인 The Kinks의 [Lola]는 "사랑하는 만큼 네 이름을 부를게"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롤라라는 여자를 사랑할 뻔했는데... 걔랑 춤도 췄는데... 그 여자가 사실은 남자였다는 얘기입니다... 아이 코카콜라!


1970년 TOTP 라이브, Kinks [Lola]


U2는 사랑 노래를 잘 안 부릅니다. [Sunday bloody Sunday]하다가 "난 널 사랑해"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그들의 1987년 히트곡인 [With or without you]와 1990년 히트곡인 [One]도 사랑 노래가 아닙니다. [With or without you]는 뼈아픈 이별에 대한 노래이고 [One]도 독일 통일에 관련된다는 설도 있지만 "사랑만은 않겠어요"에 가깝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독일에서 작업 중 만든 노래이기에 그 감정이 표현된 부분도 있으리라 봅니다.  


[One] by U2 in 1990


요즘 프러포즈 송으로 잘 나간다는 Bruno Mars의 [Marry you]도 사실 위험한 노래입니다. 절대로 결혼은 생각도 안 할 사람이 "오늘 심심한데 우리 결혼이나 할까"하는 느낌의 노래입니다. 쿨럭~


Whitney Houston이 [보디가드] 영화에서 부른 [I will always love you]도 사실은 "배신"입니다. 원작자인 Dolly Parton은 이 노래가 본인을 데뷔 시켜준 Porter Wagoner와 (배신하고) 헤어질 때 쓴 노래라고 말합니다. "음, 내가 잘 나가고 더 잘나가야 하는 관계로 당신이랑 헤어져야만 하지만 내가 앞으로도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란 걸 잘 알지?" 헤어질 때 사랑한다고 말하는 상당히 미국적인 표현입니다.


Dolly Parton, [I will always love you]


오해는 사랑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John Lennon의 [Imagine]는 단순히 인류애에  대한 노래가 아니라 공공연한 [공산당가]에 가깝습니다. 60년대 후반 히피이즘과 뉴에이지에 빠진 몇몇 록 밴드들이 반자본주의 지구 혁명(!)을 꾀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에게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탄생시킨 기린아 믹 재거가 지구 총리가 되었을 수도 있었지요.) 여하튼 이 노래로 인해 존 레넌은 미국 FBI의 매카시즘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됩니다. 그의 죽음도 사실 관계가 없을 수 없겠지요.


같은 비틀스의 멤버인 George Harrison는 인도 사상에 깊게 빠진 케이스입니다. 그의 첫 솔로 히트곡인 [My sweet Lord]를 찬송가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큰 일 납니다. "아니, 제목이 내 달콤한 주님이고 노래에 할렐루야가 수 없이 나오는데?" 미안합니다... 이 분은 그리스도가 아닌 다른 것을 주님으로 추종했습니다. 아래 노래의 3분 40초부터 할렐루야는 Hare Krishna로 바뀝니다. 크리쉬나는 인도의 잡(?)신입니다.  


George Harrison의 [My sweet Lord], 아멘...


Bruce Springsteen의 [Born in the USA]는 미국 찬양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풍자입니다. 반전 노래이기도 하지요. 노동자 출신 베트남 참전 군인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과 애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내 몸을 바쳤건만... 이게 뭐야." 데모 레코딩은 가사에 걸맞게 [Nebraska] 풍의 암울한 느낌을 주지만, 80년대 메인스트림 아레나록 풍의 만빵 긍정적인 느낌으로 녹음된 최종 앨범 수록곡이 이러한 오해의 근원이겠지요.

Eagles의 [Hotel California]도 돈 많은 록스타가 머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급 호텔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미국 음악산업의 자기 파괴와 탐욕에 대한 시입니다. 럭셔리한 호텔 라이프를 즐기는 느낌과는 거리가 멈니다. (물론 Satan에 대한 노래도 아니지요.)


성에 대한 담론도 오해받기 쉽습니다. 사실 성적인 메시지를 숨기는 경우가 많겠지요. Bryan Adams는 1959년생입니다. [Summer of '69]에 밴드를 결성하기는 좀 힘들지요. 이것은 1969년 여름에 대한 노래가 아니라 작자가 성행위를 처음 경험한 다른 어느 해 여름을 기억하는 노래입니다.


Everly Brothers급의 하모니를 보여준 거친 록밴드 Extreme의 발라드 [More than words]는 부드러운 사랑 노래가 아니라 거친 성적인 행동을 암시하는 내용입니다. 8, 90년대를 호령하게 된 Madonna의 [Like a virgin]는 오히려 성적인 노래가 아닙니다.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시작하게 되는 시점의 감정을 벅차게 표현한 노래입니다. 마돈나가 노래를 아래에서처럼 버려(?) 놨습니다.


Phil Collins의 1980년작 [In the air tonight]는 이제 도시 전설이 되었습니다. Eminem의 2000년작 서사시 [Stan] 덕분이지요. 아래 비디오의 5분 20초부터 필 콜린스의 노래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물에 빠져 익사하는 사람을 구해주지 않고 보고만 있는 사람에 대한 노래라는 것입니다. 에미넴을 스토킹 하던 광팬이 임신한 여자 친구를 트렁크에 싣고 물에 빠져 자살하러 가는 길에 녹음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내 편지에 답장 안하는 너는 내가 물에 빠져 죽는데 모른 채 한 사람과 같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지요. 필 콜린스의 곡은 사실 이혼의 고통에 대한 노래입니다. 내 눈 앞에서 나를 배신한 배우자에게 "네가 물에 빠져 죽어도 나는 손 하나 까딱 안 할 거야"라고 말하는거지요.


Eminem의 [Stan],  21세기의 Urban Epic이라 할 만합니다.


The Beatles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를 아직도 마약류인 LSD에 대한 노래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묘하게도 쓰인 명사의 이니셜이 그렇습니다. 그걸 먹으면 "하늘을 나는 것 같고 다이아가 눈 앞에서 반짝거리고"라고 누군가가 상상한 모양입니다. 이 노래는 존 레넌의 아들인 줄리언 레넌의 어릴 적 그림에 대한 노래입니다. "뭘 그렸니?"하는 질문에 이 어린 추상화가는 "응, 루시가 다이아몬드와 함께 하늘에 있는 거야"라고 대답합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라디오 방송국은 가을만 되면 동향 출신 Hall and Oates의 [Fall in Philadelphia]를 틀어댑니다. 사실 이 노래는 "아파트는 물이 새고... 자전거는 도둑 맞고... 룸메이트 조니는 깡패한테 두들겨 맞고... 여기서 또 다른 가을 보내야 하나? 이 도시를 떠야겠어"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만든 이후 이 듀오는 뉴욕으로 이사합니다. 필라델피아의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고 합니다.


Eric Clapton의 [Wonderful tonight]은 "멋진 오늘 밤"이 아닙니다. "당신 오늘 밤 멋져요"입니다. 그것도 "당신 저엉말 멋져!"가 아니라 "그래... 당신 멋지다니까" 정도의 투입니다. 에릭 클렙튼의 늘어지는 블루스 기타와 성의 없는 목소리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에릭 클렙튼은 70년대 초 친구 조지 해리슨의 전 처인 Pattie Boyd를 짝사랑하다가 급기야 둘의 이혼 후에 결혼하게 됩니다. 참고로, 패티 보이드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그루피로 알려진 절세미인입니다. 그런데 이 분은 파티 갈 때마다 옷 고르는데만 몇 시간이 걸립니다. "이게 좋아 아님 저게 좋아" 하면서 말이지요. 이미 파티 시작 시간이 훌쩍 지난 후 기다리다 죽기 직전인 에릭 클랩튼에게 패티 보이드는 이렇게 묻습니다. "자기 나 오늘 어때?" "음... 그래... 당신 오늘 밤 멋지네."



*Title Image: [Lovesong] by The Cure, Single LP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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