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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May 31. 2019

역사상 가장 탐욕스러웠던 매니저

Allen Klein의 씁쓸 달콤한 심포니

[Bitter Sweet Symphony]는 The Verve의 1997년 히트곡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대표하는 록 넘버로 꼽힐 만큼 대중과 평론가에게 다 잘 받아들여진 넘버입니다. 이 곡은 저작권을 소유한 ABKCO라는 레코드 회사의 21세기 가장 큰 수입원이 되었지요. 이 곡에 대한 특이한 사항은 해당 밴드와 곡을 만든 싱어 Richard Ashcroft가 이 노래에 대해 전혀 권리가 없으며 아무런 직접적인 수익도 올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곡이 발표된 시점은 21세기를 몇 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Coldplay와 Richard Ashcroft의 씁쓸 달콤한 심포니,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은 록 뮤직 역사상 최고의 작곡이라고 소개합니다.


[Bitter sweet symphony]의 작자인 The Verve의 Richard Ashcroft는 자신이 만들어낸 곡에 대해 매우 만족했지만 이 곡이 전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요. 그러나 프로듀서 Martin Glover의 아이디어로 현악 파트를 더하게 되자 이 곡은 아주 고상하고 세련된 씨줄이 거친 날줄과 어우러진 묘하게 멋진 록 넘버가 되어 버립니다.


1990년대에는 샘플링이 크게 유행했었습니다. 마틴 글로버가 샘플링했던 것은 1966년 발표작인 The Andrew Oldham Ochestra의 [The last time]에 포함되어 있는 현악 파트였습니다. 샘플링의 절차에는 당연히 원저의 허락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The Andrew Oldham Ochestra의 [The last time], 이 멋진 커버송에서 샘플링된 현악 파트는 확연합니다.  


그러나 이 절차에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버브의 곡을 위해 샘플링된 [The last time]의 현악 파트의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편곡한 David Whitaker란 사람은 원 연주곡의 작자로 표기되어 있지 않았니다. 실제로 표기된 원저자는 이 커버 연주곡의 오리지널 텍스트였던 The Rolling Stones의 Mick Jagger와 Keith Richards였습니다.


 원곡은 롤링 스톤즈가 1965년에 발표한 밴드의 세 번째 싱글이었고 영국 차트의 정상을 차지했던, 밴드 초기의 중요한 넘버 중의 하나입니다. 1963년 데뷔부터 1967년까지 롤링스톤즈의 공동 매니저였던 Andrew Oldham는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이 곡을 포함한 롤링 스톤즈의 여러 히트곡을 연주곡으로 편곡하여 발표하였던 것이지요. 이것은 밴드의 성공을 확대하는 한 방법으로 당시 유행하던 형식이었고 따라서 당시 유명 밴드에게는 대개 이러한 spin-off 음반이 따라오곤 했습니다.


따라서 샘플링을 위해서는 두 개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버브 측의 샘플링 요청에 대해 Andrew Oldham은 쾌히 허가했지만 롤링스톤즈의 판권을 소유한 ABKCO란 회사는 카탈로그의 공식적 커버를 허용하지 않는 회사의 방침을 내세우며 샘플링 요청을 단칼에 거절합니다. 발매를 앞두고 있던 버브 측은 어쩔 수 없이 급한 딜에 들어가고 수익의 50/50 배분이란 과한 양보로 ABKCO의 허락을 얻어냅니다.

 

The Rolling Stones의 초기작 [The last time], 씁쓸 달콤한 심포니와의 연결은 정말 희미합니다.


여기에서 일이 마무리되었다면 이 히트곡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곡이 글로벌 스매시 히트의 전조를 보이자 ABKCO는 갑자기 입장을 바꿉니다. 그리고 버브 측이 약속한 것보다 많은 부분을 샘플링하여 계약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걸게 됩니다. 그들의 요구는 무려 100%의 로열티와 Mick Jagger와 Keith Richards 송라이터 크레디트이었지요.  


그저 떠오르는 밴드였던 버브 측은 엄청난 소송 비용을 감당하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ABKCO의 법적 공세에 궁지에 몰려 어처구니없는 조건을 수락해 버리고 맙니다. Ashcroft는 저작권을 1달러에 전량 ABKCO에 양도하고 Jagger/Richards는 공식적인 작자로 크레디트에 표기됩니다. 이 곡은 이후 ABKCO의 가장 큰 수입원이 되었고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에게도 많은 돈과 평판 그리고 수상의 영광까지 가져다줍니다. 반면, The Verve와 Richard Ashcroft가 얻은 것은 바쁜 일정과 주변의 동정이었군요.


더 허망한 사실은 롤링스톤즈의 [The last time]이 The Staple Singers의 [This may be the last time]의 명명백백한 표절곡이라는 것입니다! 스테이플 싱어즈는 작자미상의 전래 가스펠이었던 곡을 1955년 블루스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발표합니다. 당연히 알려진 작자가 없기에 저작권과는 상관이 없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롤링스톤즈가 반드시 명기야 했을 사실이었습니다.


[The last time]의 제작에 관련되었던 사람은 대개 이 사실을 알았으리라고 봅니다. 그 유사성의 정도로 볼 때 누가 듣더라도 카피 할만합니다. 그러나 레코드에는 분명하게 Jagger/Richards가 저작자임이 명기되어 있었고 이 거짓말은 법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The Staple Singers의 [This may be the last time]


세상에는 죽 쒀서 개를 주게 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법의 정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The Verve와 Richard Ashcroft도 억울하고 대중의 열렬한 반응의 가장  원인이 된, 멋진 현악 파트를 만들어낸 David Whitaker에게도 참으로 억울한 일입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법의 이름으로 억지를 부려 떼돈을 벌었고 또 다른 사람은 거짓말을 해서 큰돈을 벌게 됩니다.

 

카탈로그를 소유한 레코드사의 법정 소송은 흔합니다. 많은 경우에는 엄청난 법정 비용을 지출해가며 변호사만 배 불리느니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것이 소송 양자가 돈을 버는 일이 됩니다. 이번에 내가 뜯겼다면 다음에 나도 뜯어오면 되는 것이지요.


1985년 브리티시 밴드 Dire Strait는 [Money for nothing]이라는 그들의 최고 히트곡을 만들어냅니다. Mark Knopfler 특유의 기타와 보컬 그리고 Sting의 멋들어진 백그라운드 보컬 도움이 귀에 걸리는 팝록 넘버입니다. 문제는 백그라운드 보컬로 초청받은 스팅이 친구를 너무 잘 도와주려고 한 데서 발생합니다.


스팅은 "I want my MTV"란 구절의 멜로디를 곡의 처음과 마지막에 adlib처럼 삽입하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곡의 완성도 차원에서 이것은 정말이지 화룡 첨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멜로디가 스팅이 작곡한 The Police의 1981년작 [Don't stand so close to me]의 멜로디를 그대로 딴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요. 스팅의 소속사 A&M은 당연히 소송을 걸었고 다이어 스트레이트 측은 곡의 수입을 작곡자로 새로 포함된 스팅과 저작권의 소유주인 A&M 측과 나누어야만 했습니다.

 

미안해 친구야! 거의 공짜 돈이었어.   


[씁쓸 달콤한 심포니]를 둘러싼 모든 이슈의 배후에는 Allen Klien이란 매니저과 그의 회사 ABKCO가 있었습니다. 모두 알렌 클라인의 결정이었고 그의 전략이었던 것이지요.


롤링스톤즈의 대담한 이미지에 영향을 주었던 Andrew Oldham는 롤링스톤즈의 공동 매니저였습니다. 밴드의 초기 시절 다른 매니저와의 파워게임에서 우월한 입지를 마련하기 위해 Allen Klein이란 미국의 비즈니스맨, 아니 호랑이를 끌어들입니다. 알렌 클라인이란 호랑이는 얼마지 않아 주변을 다 먹어(?) 버리고 1967년쯤 롤링스톤즈의 단독 매니저가 됩니다.


그는 돈 앞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업가였습니다. 그는 ABKCO의 카탈로그를 아주 철저히 관리했지요. 수익의 증대를 위해서는 험한 딜도 마다하지 않았고, 수익의 기회를 놓치는 법도 없었습니다. 2009년 세상을 뜰 때까지 아주 풍부한 일화를 남겼습니다. 그 일화들의 뒷맛은 대개 달콤하지만 씁쓸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탐욕의 맛이었습니다.




*Title Image: The Verve, 1997, [Bitter Sweet Symphony]의 뮤직 비디오의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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